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716

 

  우정노조가 7월 9일 파업을 예고했다. 강행된다면 135년만 처음. 요구사항은 집배원 인력증원, 임금인상, 미지급 수당 제대로 지급. 끊임없이 일어나는 산재사고와 수당미지급으로 누적되었던 불만이 주 5일제(토요택배업무 폐지) 노사합의까지 깨지자 결국 터졌다. 토요일 근무를 없애고 주 5일제를 시행한다는 노사합의가 파기된다면 당연히 당초 합의보다 토요일 근무 업무가 더해진다. 그러나 방안으로 통상우편물 과 택배를 완전히 이원화시키고, 통상우편물 배달을 축소화하고, 토요일 전일근무 시 대체휴일을 쓸 수 있게 했을 뿐 정작 인력증원얘기가 없으니 폭발한 것.

 

  일단 이번 파업책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는 국회. 왜냐하면 우정사업본부가 요청한 집배원 증원 계획 예산을 국회가 짤라버렸기 때문이다. 대안을 제시했거나 하다못해 공개적으로 잘라버렸으면 괜찮았을텐데,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위에서 밀심 심사하면서 잘랐다. 자기들 지역구 재선에 도움되는 예산은 각자 챙기고 정작 필요했던 증원예산을 몰래몰래 칼질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1226132300004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정부입장에서 이번 파업이 내심 잘됐다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집배원 과로사, 무기계약직 전환 문제는 너무나도 환경이 열악해 분명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비용문제때문에 내심 고민이 있었을 것.

 

  이런 정부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요즘 자주 언급되는 '직무급'이다.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에 따라 임금을 정한다는 이 단어는 대부분 호봉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쓰이며 전통적으로 공공부문 비용감축에 호의적인 언론들(ex: 경제신문들)이 '철밥통 깨기', '철밥통 개혁'과 같은 수식어를 붙여 줄 정도로 아주 좋아하는 단어다.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에 따라 임금을 준다지만 IMF 이후 사람 가격이 점차 헐값이 되어갔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인건비감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때문이다.

 

석유관리원, 직무급제 내달 시행…공공기관 첫 도입

https://www.yna.co.kr/view/AKR20190619109000003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게 김동연 전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부터였으니 제법 오래되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김동연 전 기재부 장관이 공기업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이 직무급제를 언급한 적 있었는데 공공기관 노조 측의 '그렇게 좋은거면 공무원부터 해라'라는 답변이 꽤 인상적이었기때문.

 

  그런데 사실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좀 많다. 크게 2가지 문제가 있는데 일단 공공기관 중에 고유업무를 가진 기관들이 존재한다. 민간에서도 다루는 직무(대개 이번에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된 직무들이 이런 경우)는 민간 쪽 연봉테이블을 참고해 짜맞출 수 있다. 하지만 민간에서 다루지않는 직무들은 기준세우기가 난감하다. 이번 파업을 예로 들면 택배업무는 민간 쪽 연봉테이블을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우편집배업무는 우체국 고유업무다. 무엇으로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을 평가하며 그 평가가 합당한지 합당하지않은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참 애매하다.

 

 

 

  또한 이것보다 몇배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공공기관에서는 사기업보다 '업무 떠넘기기'가 벌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사기업에서도 업무 떠넘기기가 벌어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한도라는 게 있다.  월급을 주는 사장이나 주주가 업무떠넘기기로 자신의 돈이 낭비되는 꼴을 가만두고보지 않을 것이기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얌체같은 행위를 억제할 동기가 약하다. 공공기관에서 지급하는 임금은 반쯤 눈먼 돈 취급이다. 이런 환경에선 결국 하는 사람만 죽어라하고 안하는 사람은 안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공공기관 종사자를 함부로 통으로 묶어 철밥통 취급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한데, 말잘못했다가 그 죽어라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정말 큰 인생급 원한을 살 수도 있기때문이다. 어쨌든 관리자 단독으로는 이런 조별과제같은 상황을 뜯어고치기 어렵다. 이렇게 업무량이 극과극인 상황에서 직무급제를 냅다 들이밀어버리면 되려 일 떠맡아 열심히하는 사람만 엿먹기십상이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904041525069881

부산시 환경미화원 월급발언 논란.

논란이 된 약 30년차 미화원의 급여는 월 542만 4000원, 연봉 6500만원.

노조해명을 감안해도 실지급 월 400만원대 중후반, 연봉 5천만원 대 중반

과연 20년차와 30년차의 숙련도 차이는 그 액수만큼 클까?

 

  하지만 '호봉상한제'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직급별 호봉상한제라면 그나마 위의 문제가 좀 덜하다. 쉽게 설명하면 9급 8급 7급 등등에 따라 최대로 쌓을 수 있는 호봉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얼마나 제한할 것인지는 해당 조직의 인사적체에 달려있으며 민간과 겹치는 직무는 민간의 연봉테이블을 그대로 가져와 직무급으로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 진급 TO를 짤라버리면 임금을 민간수준으로 묶어둘 수 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1821902

 

  원래 공공부문에서 파업이 터졌을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는 참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가 눈먼돈으로 호구짓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못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동정여론과 지지여론이 제법많다. 집배원 사망사고가 너무 많이 벌어졌고,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았으며, 우정사업본부가 요청한 예산증원을 국회가 밀실회의에서 잘라버렸다. 

 

  그러니까 다른 공공부문 파업과 달리 "호봉상한제만 도입해준다면 당신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겠다"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 호봉상한제는 비정규직폐지와 인력충원에 대한 부담을 고호봉자들도 분담하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중으로 등에 업을 수 있다.

[내용펼치기(클릭)]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716

 

  우정노조가 7월 9일 파업을 예고했다. 강행된다면 135년만 처음. 요구사항은 집배원 인력증원, 임금인상, 미지급 수당 제대로 지급. 끊임없이 일어나는 산재사고와 수당미지급으로 누적되었던 불만이 주 5일제(토요택배업무 폐지) 노사합의까지 깨지자 결국 터졌다. 토요일 근무를 없애고 주 5일제를 시행한다는 노사합의가 파기된다면 당연히 당초 합의보다 토요일 근무 업무가 더해진다. 그러나 방안으로 통상우편물 과 택배를 완전히 이원화시키고, 통상우편물 배달을 축소화하고, 토요일 전일근무 시 대체휴일을 쓸 수 있게 했을 뿐 정작 인력증원얘기가 없으니 폭발한 것.

 

  일단 이번 파업책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는 국회. 왜냐하면 우정사업본부가 요청한 집배원 증원 계획 예산을 국회가 짤라버렸기 때문이다. 대안을 제시했거나 하다못해 공개적으로 잘라버렸으면 괜찮았을텐데, 비공식 협의체인 소소위에서 밀심 심사하면서 잘랐다. 자기들 지역구 재선에 도움되는 예산은 각자 챙기고 정작 필요했던 증원예산을 몰래몰래 칼질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1226132300004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정부입장에서 이번 파업이 내심 잘됐다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집배원 과로사, 무기계약직 전환 문제는 너무나도 환경이 열악해 분명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비용문제때문에 내심 고민이 있었을 것.

 

  이런 정부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요즘 자주 언급되는 '직무급'이다.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에 따라 임금을 정한다는 이 단어는 대부분 호봉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쓰이며 전통적으로 공공부문 비용감축에 호의적인 언론들(ex: 경제신문들)이 '철밥통 깨기', '철밥통 개혁'과 같은 수식어를 붙여 줄 정도로 아주 좋아하는 단어다.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에 따라 임금을 준다지만 IMF 이후 사람 가격이 점차 헐값이 되어갔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인건비감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때문이다.

 

석유관리원, 직무급제 내달 시행…공공기관 첫 도입

https://www.yna.co.kr/view/AKR20190619109000003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게 김동연 전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부터였으니 제법 오래되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김동연 전 기재부 장관이 공기업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이 직무급제를 언급한 적 있었는데 공공기관 노조 측의 '그렇게 좋은거면 공무원부터 해라'라는 답변이 꽤 인상적이었기때문.

 

  그런데 사실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좀 많다. 크게 2가지 문제가 있는데 일단 공공기관 중에 고유업무를 가진 기관들이 존재한다. 민간에서도 다루는 직무(대개 이번에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된 직무들이 이런 경우)는 민간 쪽 연봉테이블을 참고해 짜맞출 수 있다. 하지만 민간에서 다루지않는 직무들은 기준세우기가 난감하다. 이번 파업을 예로 들면 택배업무는 민간 쪽 연봉테이블을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우편집배업무는 우체국 고유업무다. 무엇으로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을 평가하며 그 평가가 합당한지 합당하지않은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참 애매하다.

 

 

 

  또한 이것보다 몇배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공공기관에서는 사기업보다 '업무 떠넘기기'가 벌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사기업에서도 업무 떠넘기기가 벌어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한도라는 게 있다.  월급을 주는 사장이나 주주가 업무떠넘기기로 자신의 돈이 낭비되는 꼴을 가만두고보지 않을 것이기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얌체같은 행위를 억제할 동기가 약하다. 공공기관에서 지급하는 임금은 반쯤 눈먼 돈 취급이다. 이런 환경에선 결국 하는 사람만 죽어라하고 안하는 사람은 안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공공기관 종사자를 함부로 통으로 묶어 철밥통 취급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한데, 말잘못했다가 그 죽어라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정말 큰 인생급 원한을 살 수도 있기때문이다. 어쨌든 관리자 단독으로는 이런 조별과제같은 상황을 뜯어고치기 어렵다. 이렇게 업무량이 극과극인 상황에서 직무급제를 냅다 들이밀어버리면 되려 일 떠맡아 열심히하는 사람만 엿먹기십상이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904041525069881

부산시 환경미화원 월급발언 논란.

논란이 된 약 30년차 미화원의 급여는 월 542만 4000원, 연봉 6500만원.

노조해명을 감안해도 실지급 월 400만원대 중후반, 연봉 5천만원 대 중반

과연 20년차와 30년차의 숙련도 차이는 그 액수만큼 클까?

 

  하지만 '호봉상한제'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직급별 호봉상한제라면 그나마 위의 문제가 좀 덜하다. 쉽게 설명하면 9급 8급 7급 등등에 따라 최대로 쌓을 수 있는 호봉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얼마나 제한할 것인지는 해당 조직의 인사적체에 달려있으며 민간과 겹치는 직무는 민간의 연봉테이블을 그대로 가져와 직무급으로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 진급 TO를 짤라버리면 임금을 민간수준으로 묶어둘 수 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1821902

 

  원래 공공부문에서 파업이 터졌을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는 참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가 눈먼돈으로 호구짓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못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동정여론과 지지여론이 제법많다. 집배원 사망사고가 너무 많이 벌어졌고,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았으며, 우정사업본부가 요청한 예산증원을 국회가 밀실회의에서 잘라버렸다. 

 

  그러니까 다른 공공부문 파업과 달리 "호봉상한제만 도입해준다면 당신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겠다"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 호봉상한제는 비정규직폐지와 인력충원에 대한 부담을 고호봉자들도 분담하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중으로 등에 업을 수 있다.


최근글
인기글
이모티콘창 닫기
울음
안녕
감사
당황
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