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라는 접미사의 마법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논란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메피아’라는 단어는 뭔가 어색한 단어일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시 코레일 근로자들이 외주화 중단을 요구했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란 건 사고가 났을 때 사상자 규모가 클 가능성이 높다보니 다른 건 몰라도 안전관련 외주화에 대해서는 근로자들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지하철노조 파업 때도 외주화 중단요구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구의역 사고가 터졌고 메피아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피아 접미사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2014년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사용량이 늘었다. 가장 흔히 쓰이는 단어는 ‘관피아’로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에 전관예우로 공기업이나 사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 ‘-피아’나 ‘-마피아’라는 단어는 고유의 맛(?)이 있다.
이번 ‘메피아’라는 단어로 예를들면 이 단어는 서울메트로 출신 38명에게 주어졌던 특혜를 주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만들어졌다. -피아는 조직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보통 끈끈한 관계라는 느낌을 강조하는 맛이 있다. 문제는 범위에 있다. 반대로 그냥 ‘메피아’라고 하면 ‘메’의 범위가 서울메트로 38명인지, 고위간부인지, 서울 메트로 정직원인지 헷갈리게 된다. 아무래도 마피아는 크고 끈끈한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보니 ‘메’의 범위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또한 ‘-피아’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제도보다는 사람에게서 찾게 만든다. 해당 접미사는 매우 나쁜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게 만약 ‘-피아’가 없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나마 이 ‘-피아’들이 제대로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나 문제였다면 괜찮다. 그런데 비중이 낮을 때에도 ‘-피아’가 주목받고 그로인해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거다.
‘-피아’라는 단어가 나오기만해도 주 원인은 따로 있다는 말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이 ‘-피아’들의 행동은 비중이 낮을 수는 있어도 비중이 제로인 경우는 없다. 또한 비중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규탄받아 마땅한 것인 경우가 많아서 어설프게 말했다간 ‘-피아’들을 인터넷 용어로 ‘물타기’, ‘쉴드’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메피아의 경우는 과연 이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구의역 사고가 일어나기 전. 방법이야 어쨌든 간에 서울메트로 외주화로 비용감축은 달성되었고 재무구조는 개선되었다. 그렇게 본다면 해당 비용감축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감축분을 세금으로 충당하거나 추가적인 요금인상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구의역 사고를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지하철요금인상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입장에서 메피아를 규탄하는 것과 외주화 문제를 거론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머리가 덜 아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