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결국 35일만에 전격 사퇴했다. 학제개편논란이 결정타였다. 윤석열 정부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추진이 격한 반발을 부른 건 놀랍지 않다. 이 정책을 원하는 관련 세력이 하나도 없었기때문이다.
학부모들은 3개월 조기입학제때문에 크게 반발했다. 자신의 자녀가 먼저 태어난 같은 학년 학생들에게 학업등수로 치이고 발달정도(완력) 등에 치이는 것을 원치않았다. 고객들을 받는 입장이었던 초등학교 교원들도 싫어했다. 안그래도 초등 6학년과 함께 담임기피학년으로 꼽히는 게 1학년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낮은 연령을 받아 가르치라니 집단으로 반발하는 게 당연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하향을 원하는 학부모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맞벌이는 보편화되었는데 공립유치원들은 포화상태다. 공립유치원은 자리가없고, 사립유치원은 추가부담금이 부담스러운 학부모들 입장에선 차라리 초등학교 조기입학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들 입장에선 안그래도 저출산으로 파이가 작아지고 있는데, 있는 어린이 고객들도 초등학교 공교육에 내놓으란 이야기였다.과거 2019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유치원 개학 연기 사건(에듀파인 강제논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공헌한 언론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했는 지 생각해본다면, 초등학교 조기입학을 원하는 집단 목소리가 제법 있었다하더라도 없는 것처럼 다뤄졌을 것이다.
보수언론/보수정당주류의 친사립교육기관 성향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은 좋아할만한 정책은 따로 있다. 비슷한 시기 발표된 강은희 대구 교육감의 '만 3세~5세 사립유치원 무상교육화' 이다. 현재 만 3세 ~ 5세 유치원생은 누리과정을 통해 지원받고 있지만 사립 유치원 쪽 학부모들에겐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고 있다. 이 차이를 세금으로 메워주겠다는 이야기다.
일단 맨날 세금퍼준다며 민주당 싫어하는 고령층 유권자들은 언짢아할 가능성이 있고, 대안우파들은 차라리 학부모들에게 현금을 주라고 할테고, 세금부을거면 차라리 공립유치원을 늘리면 될 거 아닌가? 하는 유권자들도 있겠다. 그러나 보수정당주류와 보수언론입장에서, 공립유치원을 늘리는 것은 사립유치원 재산권침해다. 일정수준 질이 보장되면서도 값싼 공립유치원과 추가 부담금 얹어지는 사립유치원 사이에 제대로 경쟁이 될까? 공립을 훨씬 뛰어넘은 특별한 교육이란 것도 많은 돈을 낼 수 있는 부유층 동네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쉽게 말해 골목상권 침해가 벌어진다. 다만 골목상권 침해라는 단어를 쓰면 평소 기업형 슈퍼마켓/편의점 논란에서 대형브랜드 쪽을 편들었던 글쟁이들 입장에선 상호모순이 생긴다. 그래서 거대자본이 대기업이 아니라 정부일 뿐이라는 차이밖에 없는데도 해당 단어가 쓰이진않는다.세금에 의존하는 사립유치원이 과연 사유재산일 수 있을까 싶긴하다만은, 어차피 퍼주기에 부정적일 보수유권자들이 머릿수로는 제법될 지 모르나 언론만큼의 영향력은 별로 없다.
다만 만3세~만5세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제를 실시한다치면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줄면 곤란해진다. 돈이 있어야 무상교육을 확대할 것 아닌가?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대학교 등록금 인상규제 완화해 줄거란 떡밥을 보수언론들이 열심히 살포하는 가운데, 박순애 장관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 측에 줄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대학 등록금이 자율화되었을 때 등록금이 폭등하지않도록 세금지원을 늘리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렇게되면 결과적으로 동일한 예산을 두고 사립대학 vs 사립유치원 사학끼리 내분이 벌어진다. 보수세력에서 사학집단이 가진 중요도를 생각해보면 이런 내부총질 유발자가 또 없는 것이다.
어쨌든 교육부장관은 사퇴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도 굉장히 중요해질텐데, 일단 글이 너무 길어져서 돌파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