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평균임금은 약 280만원으로, 겉으로보기엔 많아보이지만 물가가 살인적이다. 한국식원룸투룸에 산다면 한국돈 100만 ~ 200만 월세로 월급 50~60%의 집세지출을 각오해야하며, 식비에 20% 정도들어간다. 집세 내고 식료품사면 남는 돈이 없다. 이게 세계 최장 주당 평균 근로시간의 결과물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까? (홍콩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0.11시간, 참고로 한국은 42.8시간)
중국자본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은 4배가까이 폭등했는데, 노동소득은 67%증가에 그쳤다. 그마저 중산층 미만이 주로 종사하는, 몸으로 때우는 일들은 중국본토에서 이주해온 사람들로 인해 임금 최저가 경쟁이 붙었다. 그결과 홍콩의 소득지니계수는 0.539.
아예 아무것도 가진게 없을정도로 가난하면 복지혜택이라도 받지만, 애매하게 가난하면 복지혜택도 못받는건 홍콩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홍콩에서 아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온 이주민들이고, 애매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중산층 미만 홍콩인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전략적으로 본토 출신 이주민들에게 혜택을 퍼주고 있다. 홍콩인들이 5년 넘게 기다려야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중국출신 이주민들은 1~2년만에 손에 넣는다. (주: 당연히 이런 차별정책을 대놓고 쓸 수는 없는데, '본토인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손에 넣는다'라는 인터뷰에서 정권충성도, 꽌시인맥, 본토인 비중늘리기 등 비공식적인 새치기에 대한 불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새치기가 벌어진다면 원주민인 홍콩인들의 공공임대주택순위가 더 밀릴 것은 당연지사. 거기다 정착지원 명목으로 복지혜택까지 준다. 가뜩이나 빈부격차가 심한데, 정부정책이 이모양이면 홍콩인들 분노가 폭발할 수 밖에.
홍콩 계급제도를 풍자한 만평
이쯤되면 민주화이전에 경제문제로 폭동맞을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가 이랬으면 광장에 단두대가 다시 등장해 새 서사시를 써내려갔을 것이고, 한국 정부가 이지경이었다면 시위진압하라고 보낸 징병제 병력들이 항명하는 것을 우려해야했을 것.
대학생 시위참가자 시위 희생자는 전부 청년이에요. 청년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어요. 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세대도 청년이죠. 홍콩 청년들은 이 사회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 무대 공연과 관련된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요. 하지만 꿈을 실현하기는커녕 일자리조차 얻기 힘든 현실입니다. 지금의 홍콩은 청년에게 절망과 같아요. 저는 이 시위가 우리 미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 노동자 시위참가자 얼마 전 한국 드라마 ‘SKY캐슬’을 봤어요. 홍콩 청년들도 ‘금수저(Gold spoon)’ 얘기를 많이 하죠. 저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어요. 하루 9시간, 주 6일을 일하고 한 달에 213만 원(14,000홍콩달러)을 받아요. 우선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죠. 집은 공공 주택인데 월세가 30만 원씩 꼬박 나가요. 남는 건 없어요. 반면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아들들은 모두 해외(영국) 국적이에요. 호화스러운 삶을 살고 있죠.
이런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이제는 공공 주택을 얻지 못하는 청년도 많아요. 공공 주택에 들어가려 해도 5년 이상은 기다려야 해요. 집뿐만 아니라 지금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려워요. 제 주변에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홍콩 정부는 청년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홍콩 정부가 (지난 2월) 2019~2020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학생 지원 내용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2500 홍콩 달러 지원’, ‘자격증 시험 보는 학생에게 응시료 지원’이 전부였어요. 이런 걸로 뭘 할 수 있겠어요. 송환법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위는 끝날 기미가 안 보여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어요.
금융업 종사자 시위참가자 저는 금융업에 종사하지만, 기본적인 생활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홍콩 노동자들은 20년을 쉬지 않고 일해도 아파트 한 채 사지 못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홍콩 근처 섬들을 임대해 휴양지로 쓰죠. 수조 원을 써가면서요. 노동자든, 노동자를 바라보며 공부하는 학생이든 대체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지금 시위에 청년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지매체기자 어떤 이는 임금이나 빈곤 문제를 꺼내며 경제 시스템을 바꾸라고 하죠. 홍콩 최저임금은 37.5홍콩달러(5,714원)에요. 저도 기자이지만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밖에 벌지 못해요. 청년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죠. 그동안 10년 넘게 홍콩에 쌓인 문제들이 지금 시위에서 폭발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거리에 나선 홍콩 청년을 만나다" - 민중언론 참세상(전문기사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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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민주정이었다면 끓는점이라도 높았을 것이다. 국민투표로 정부에 정통성이 부여되기때문에 체제부정까지 이어지기 쉽지않고, 불만이 극심해지더라도 어지간하면 다음 선거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홍콩의 선거는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홍콩의 선거는 직능대표제 위주로 돌아가는데, '직능대표'라고 해서 노동조합선거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간단하게 법인과 경영인들 위주의 경제단체선거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중국본토정부와 연줄이 있는 친중국성향 기업인들이 장관선거인단이나 입법의원으로 대거 당선된다.
이러니 중산층 미만 홍콩인들의 심리가 정치에 반영될리가 없다. 이들이 제대로 된 투표권을 달라고 외치는게 잘못되었다는 사람이 있다면, 시위 중인 홍콩인들이 빈부격차, 빈곤, 의식주 등 경제문제에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물어보도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