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비세 인상을 했을 때 일본정부가 납세자들의 눈치를 안 본 건 아니었다. 세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가시화되자 아베 정권이 내놓은 당근책이 바로 '저출산 대책'이었다. 출산율 1.8을 목표로 제시하고 먼저 유아교육무상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만 3세 ~만 5세 유치원생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무상으로 유치원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고, 만 0세 ~ 만2세 어린이는 부모소득이 연봉 250만엔(약 2600만원) 이하인 경우 무상 또는 월 45만원이 지급(비인가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된다.
이러한 지원책은 대학교육 무상화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대학등록금을 두고 찬성파는 저출산 요인이므로 교육비용걱정을 없애기 위해 완전 무상화를 주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대파는 이미 장학금 및 수업료감면제도(한국으로 따지면 국가장학금)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며, 만약 조건을 없애버리면 학습의욕이 없는 사람까지도 지원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건없는 완전 무상화를 하게되면 국가재정이 너무 많이 소모되므로 소득제한을 두어 지원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시도교육감선거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 일본 각 정당들의 보육교육 공약과 한국 정당 후보들의 보육교육 공약을 비교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 되겠다.
6.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문제
글자그대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할 것인가 문제. 왜 여성의 육아휴직문제는 선거에서 공론화되지않는 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는데, 이미 일본은 80% 이상의 어머니가 육아휴직을 받고 있어서 그렇다. 반면 남성의 육아비율은 간신히 10% 넘길 정도로 차이가 심각하다보니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육아휴가를 주도록 강제해야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이르게 된 것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찬성파는 '부부간의 부담이 불균형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반대파는 '부부 사이에서 육아부담을 어떻게 분담하느냐는 가정의 사적인 문제'라고 맞서고 있는 구도 그 자체다. 그러니까 찬성이든 반대든 육아가 힘든 일이라는 인식은 확고하다. '육아휴직 = 집에서 논다'라는 개념이면 남성 육아휴직 강제나 육아 부담 불균형같은 주장은 논리 상 나올 수가 없다.
7. 선택적 부부별성 인정 문제
한국에선 남녀가 결혼해도 각자 자신의 성씨를 유지하지만, 일본은 부부동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통계상 96%가 여성이 남편 성씨를 따라간다. 한국식으로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 - 김정숙 영부인 - 문준용 문다혜 씨 가족]이 동성의무화를 강제받는다면 [문재인 대통령 - 문정숙 영부인 - 문준용 문다혜 씨 가족]이 된다. 부부동성 관습이 남아있는 국가들은 여럿있지만 법적으로 '강제'하는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
찬성 쪽은 법적으로 강제하지말고 각 가정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이고, 그 외에도 이혼절차를 간략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보다 이혼율이 낮긴하지만 일본도 이혼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 남편 성을 따라갔던 여성이 원래 자기 성씨로 바꾸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것. 관공서 서류, 카드, 보험, 계약서 등 현대사회에선 사람이 살면서 개인정보를 새겨놓을 일이 많은데 이걸 다 바꾸려면 확실히 피곤하다.
반대 측은 부모와 어린이의 성이 다를 경우 가족 간의 유대와 일체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처구니 없어보일 수도 있지만 마냥 영향이 없다고 딱 잘라 비웃기도 뭣하다.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이혼율이 높은 국가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