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다. 단식까지 강행하며 동정론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대실패. 그 시점에서 동정에 호소하는 것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죄가 있는데 좀 봐주십쇼 라고 유죄를 실토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처음부터 이재명 대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너희들의 이익을 대변해주지?'가 먹힐 수 있는 집단을 찾아내는 것.
그래야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덮어주고 편을 들어줄 거 아닌가.
지난 대선이 끝났을 때 다음 총선의 메인테마는 서울 vs 비서울이라고 했었다.
지난 대선의 테마는 부동산 포퓰리즘이었다. '부동산 폭등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게 묻겠다'는 보수언론들의 핑계일 뿐이고 실제 그들이 노린 것은 부동산, 특히 서울부동산으로 돈벌게 해주고 세금 떼가지 말라는 거였다. 베네수엘라 빨갱이 드립치던 보수언론들이 실은 제일 포퓰리즘에 쩔어있었다는 걸 보여준 희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부터 언론에 놀아나는(혹은 놀아나는 척 하는) 국민입맛에 맞춰 공약을 냈었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부동산 가격 방어정책 쓴다고 윤석열 정부 욕하는 사람들 있는데, 부동산 가격 팍팍 내리겠다고 한 적 없다. 이제와서 윤석열 대통령 욕하면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매우 억울할 거다.
문제는 보수언론들이 제시하는 방향들은 결과적으로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든다는 데 있다. 금리인상으로 내려갈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밀어올리는데, 서울부동산 가격 방어에 매진할 수록 지방에 신경쓸 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걸 모르진 않아서, 지방시대 선포같은 슬로건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애초에 청와대 용산시대 열어놓고 이제와서 그런 말 해봐야...
이재명 대표의 기본소득 시리즈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뜬 거지, 늦든 빠르든 코로나 시대는 종식될 예정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선택지는 서울에 비해 모든 면에서 망가지고 있는 지방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실제 대형 화젯거리도 있었다.
바로 비례대표제 개편 문제. 최대한 간략하게 얘기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망했다. 노회찬의 죽음 이후 정의당은 나락으로 굴러떨어졌고,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에서 대형 분당사태라도 일어나지않는 한 연동형 비례제을 지지할만한 제3세력 지지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면적별 비례제'를 밀어붙인다면? 지금 지방붕괴는 매우 심각하다. 청년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고, 청년인구를 품을 메리트가 없다는 게 지방대 입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제2 지거국이라는 부산대조차 인서울 하위급에게 밀린다. 그나마 있는 대기업 본사들도 죄다 서울로 떠나고 있다. 서울-지방의 관계가 한국(본사)-동남아(저렴한 임금, 생산공장) 급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한국의 지역붕괴가 벌어진 데에는 인구밀도를 고려하지않은 선거제 지분도 크다. km2 당 국회의원 수로 따지면 서울이 매우 압도적이다. 이건 굉장히 크다. 지방에 편의시설, 교통인프라 지으려면 국회의원 1명이 개같이 뛰어야 되지만, 서울에 편의시설, 교통인프라 하나 지으려면 다닥다닥붙어있는 서울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뭉치면 그만이다.
올해만해도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으로 큰 이득을 본 것은 서울이지 지방이 아니다. 오히려 지방을 생각했다면, 자동차 관련 세금이 먼저였다. 지방은 대중교통 수준이 매우 형편없어서 자가용이 필수이기때문이다. 서울의 혐오시설들이 죄다 경기인천으로 떠넘겨진 것도 있고, 서울시가 시내 교통체증을 이유로 광역대중교통을 차단시키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공해, 혐오시설 감수하며 전기만들었더니 서울시가 다 갖다 쓴다는 전기요금갈등까지 있다.
더군다나 이재명 대표가 면적별 비례제를 밀어붙일 경우, 이 건은 높은 확률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헌재에게는 '수도이전 관습헌법'이라는 지방붕괴사태의 원죄가 있다. 그리고 수도이전을 공식화했던 사람이 '노무현'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이 아니라 용산을 택했다. 왜 민주당 내 갈등봉합 방법을 엉뚱한 데서 찾는 지 모르겠다.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에 얽매이는 한 민주당에 선거승리는 없다. 서울에 얽매인 더불어민주당이 뭔가를 내놓았을 때 +@를 붙여 내놓기만하고 언론과 검찰이 민주당을 흔들면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질 수가 없다. 그래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가 단식쑈를 하자 팝콘 뜯고 비웃으며 구경만 하면 됐었는데...
양산 책방 자영업자 호소인이 떠버린다. 이정도 회담에 실무진끼리 물밑접촉이 없었을 리 만무하다.
서울에 얽매이는 한 민주당에 선거승리가 없다는 걸 알아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문재인이 정치는 몰라도 정치질은 xxx같이 잘한다'고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그 쓰레기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아 권력을 차지한 게 문재인이라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