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과 국민의당 모두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태생부터 단일화가 어려웠다. 다당제를 만들어보겠다며 창당했었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사람들이 옮겨온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다시 연대하겠다는 것은 얼굴에 어지간한 철판을 깔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다만 지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사건 때 3월 10일까지 시간이 끌리다가 새누리당 안대로 통과가 되었다면 더불어민주당 안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의 중재안까지 깡그리 무시하는 게 되므로 희미하게나마 가능성은 있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갑자기 필리버스터를 덜컥 중단해버리면서 필리버스터 협조했던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완전히 묻어버렸다.
국민의당이 가진 20석이라는 의석은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경우 현정권을 지지하지않는 사람들에게 원흉취급받기 딱 좋은 애매한 수치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획정을 비례대표 의석만 감소해버리고 그로인해 소수정당이 받는 피해를 보상해주지 않는 쪽으로 합의해버리면서 총선패배에 대한 국민의당의 부담은 가중되었다. 이래놓고서 야권연대 제안을 했는데 국민의당입장에서는 참 가증스러웠을 것이다. 필리버스터가 파탄난 상태에서 안철수 의원이 그 제안에 응했다면 정치생명이 날아갔을 가능성이 큰데, 정황상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점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야권연대를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야 선거연대하면 좋고 못해도 총선 패배 시 덤터기 씌울 수 있는 꽃놀이패였겠지만.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쪽에 원인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은 우방향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것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과 정당 차원에서 연대를 해버리면 기껏 수행했던 전략적 행동들이 헛짓이 되어버린다. 또한 지역구선거에서 정의당의 표가 많다면 또 모르겠지만, 몇몇 지역구를 제외하면 정의당의 표는 총선 패배의 욕을 얻어먹기 딱 좋은 수준이므로 부진한 지역구는 자연스럽게 사퇴될 가능성이 높아서 무리해서 정당차원의 선거연대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치적거래로 지역단위로 물밑 단일화나 자진사퇴는 발생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정당끼리 야권연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