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뒤,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가가 올랐다는 전방위 공세를 개시하였다. 문제는, 그때서부터 이미 우리 회사는 상여금, 수당을 줄여서 기본급을 올리는 식으로 가는 바람에,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만 올랐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산입범위가 이슈화되자 이 목소리가 커졌다.
영세요식업계야 최저임금을 안맞춰준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도 많지만, 맞춰준다고 가정하면 상여금이나 수당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상여금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았던 게 한국 생산직 임금체계였다. 상여금, 수당을 기본급에 그대로 옮겼다면 임금 총액은 거의 그대로 였을테니, 공산품 제조업이나 장치산업의 물가가 최저임금인상을 내세워 오른 것에 불만을 표하는 게 당연했다.
물가 오른게 최저임금인상때문인 줄알았는데 정작 생산직 쪽은 임금 총액 동결이었다면, 최저임금이 오른 뒤에 물가가 그냥 오른 정도도 아니고, 나라망할 것처럼 기사를 뿌린 언론보도들은 무엇이느냐는 거다. 언론이 부풀리기로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기업들이 가격인상의 근거로 최저임금인상을 내세운 게 핑계였거나. 둘다라면 언론보도가 방아쇠가 되어 오를 필요가 없는 물가까지 올라버린 것이다. 경쟁자들이 다 올린다는 정보, 그리고 그게 최저임금때문이라는 근거가 우선된다는 선례를 획득했다면 안올리는 게 비합리적인 행동이긴하다.

그렇다면 이미 올랐던 물가는 내릴 것인가? 이제 상여금, 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을 수 있게된 상황에서 물가는 또 최저임금 핑계대고 올릴테니 사실상 최저임금을 깎은 셈이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임금총액이 고정되었다는 불만은 남는다. 그리고 그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만일 물가가 나라망할 것같이 굴던 이전만큼 내려가지 못한다면, 유가변동에 따른 기름값처럼 오를 땐 많이 내릴 땐 찔끔으로 인식된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불만으로 응축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불만은 정당 성향에 비례해 뿌려질텐데, 반전은 주류 정당 중에 민주당이 가장 좌측이다. 타협안을 본회의가서 개인의원입장으로 밀어넣는다면 이번에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큰 이득을 볼 여지가 많다. 우파정당에서는 타협안이 민주당 모 의원에서 나왔음을 언급했으나 한편으로는 다른 민주당 의원은 동의하지않았음을 기록하기로 해 미리 한발 빼놓았다. 현재 민주당보다 더 좌측인 정당들은 사표확률이 높아서 사실상 민주당이 가장 좌측이다.
이 문제가 선거를 앞두고 크게 이슈화된다면 경쟁정당들이 상대적으로 데미지를 더많이 입는 셈이었...는데 별다른 연극없이 스트레이트로 통과되었다. 이러면 가장 유력한 움직임은 정부이 대한 불만, 양당제 정계개편, 경제정책 포지션 좌향좌, 그리고 국가주의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타오르는 데 있어 장작역할을 하는 것이 물가상승인데 대기업과점시장 비중이 큰 한국특성 상 물가를 자유시장원리로 낮춘다는 인식이 희박하기때문이다. 과자, 아이스크림 가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에따라 불만어린 목소리들은 물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방향으로 반대목소리가 기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