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를 연상시키는 정책발표형식은 매우 좋았다.

https://www.vop.co.kr/A00001436182.html


  자유한국당에서 150페이지에 이르는 민부론을 발표하였다. 정당 홈페이지에 가면 전문을 다운받아 읽어볼 수 있다. 민부론을 읽은 민주당 골수지지자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박근혜가 상대가 아니라 다행이다-, 박근혜는 정말 무서운 상대였구나- 라고. 어쩌면 최순실까지 재평가할지도...솔직히 가만놔둬도 조국 문제로 상대방이 자폭하고 있는데 떡이나 먹을 것이지 이런 걸 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 유권자들이 왜 소득주도성장을 선택했는지 고민을 하긴 한걸까? 국민들이 바보라서 그랬던걸까? 아니면 국민들이 빨갱이들이라 그랬던걸까? 그 이유는 이번 조국 대입 의혹에서도 분명 목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0189.html


  조국 사퇴 촛불시위 때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가해서 보수우파 정치권이 놀랬다고 한다. 분명 조국 사퇴를 외친 아이들은 공정을 원했다. 하지만 수시 대신 정시를 선호하고 있었다. 수능 시험줄세우기를 원했다. 대학입시를 대학 자유에 맡기려하지 않았다. 만약 자유에 맡기고자 했다면, 수시축소(폐지) 및 정시확대를 외칠 게 아니라 각 대학들이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어야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만약 대학선발을 자유에 맡기면 어떻게 될까? 공정하게 굴러가면 좋겠지만, 수저 색깔에 따라 명문대 입학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번 조국 자녀 의혹에서 문제가 된 전형의 면접 비중은 2차 30%에 불과했다. 고작 30%에서 의혹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학생선발권을 100% 대학들에게 맡길 수 있을까. 자유는 그 자체만으로 공정을 담보하지 않는다. 아, 최순실게이트 때 회자되었던 유행어대로 부모 잘만난 것도 능력으로 친다면, 공정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미래를 비관하는 중산층은 소득적으론 중산층일지몰라도 정치적으론 서민이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0093.html


  민부론도 마찬가지다. 경제 성장 방법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바로 '자본에 아부하는 것'이다. 자본수익률을 높이면 된다. 그러려면 노동자를 싸게 쓸 수 있게해줘야하고, 쉽게 자를 수 있어야 한다. 파업으로 말썽부리면 곤란하니 파업기간 중 대신할 사람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해주고, 부당노동행위를 시켜도 형사처벌을 받게하지않으면 더 좋다. 상속세나 소득세 같은 누진적 세금을 덜 걷어 부유층 이민을 막아야하고, 법인세를 내려서 국내투자를 원활히 해야한다. 이렇게 세금을 덜 걷으려면 정부재정지출을 줄여야한다.


  이러면 국가경제가 좋아지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일자리 숫자가 늘긴할거다. 문제는, 개개인의 생활이 더 좋아지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서울 재건축 건설판이 딱 이렇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재건축에 대한 수익기대가 높아지면서 많은 자본이 추가투입되었다. 인력수요는 늘었지만 집값에 비해 인부들 임금은 오르지않았다. 질좋은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기업, 대형공기업 일자리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경쟁과정이 부모빨없을정도로 공정하기를 원한다. 일자리의 정년이 짧아지거나, 불안정해지거나 임금이 낮아지길 원하는 것과는 다르다. 과정 및 결과가 공정한 것과 일자리가 하향평준화 되는 것은 같지 않다.


  원래 하향평준화 공격을 당하는 것은 분배 쪽이었다. '결과의 평등'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반면 자유주의는, 정확히는 경제적자유주의 혹은 시장자유주의는, 사회 전반적으로 낙관주의가 팽배하던 시절엔 하향평준화와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의 후유증이 터지면서 하향평준화라는 비판이 자유주의에도 고스란히 넘어왔다. 특히 대한민국은 80년대 90년대 경제적 낙관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와 IMF 이후 신자유주의 시절의 비관주의가 선명하게 대조되기때문에 더 심하다. 


  노동소득쪽에 손해가 있어도 기업투자소득으로 메꿔진다고 설득할 여지도 별로 없다.  노동소득으로 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기업투자소득의 비중이 너무 적기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있긴한데, 국민연금 어차피 낸만큼못받는다 포기한 사람에겐 별 효용이 없다. 국민연금을 실컷 깎아내리는데 앞장섰던 스피커들이, 이제와서 노동개혁못해 몸단다는게 희극.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20711/47677328/1


  민주당지지자들이 민부론을 읽으면서 '박근혜는 정말 껄끄러운 상대였구나'고 느낀다면 바로 이부분 때문이다. 선거가 열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하향평준화 공세를 잘 맞받아치곤 했다. 그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국가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국가주의와 자유주의의 차이는 귀족노조논란과 노령연금문제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국가주의와 자유주의 모두 귀족노조의 세력이 위축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국가주의는 귀족노조의 이기심이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전체에 피해를 주기때문에 싫어한다. 자유주의는 자유시장원리에 비추어보았을 때 비효율적이고, 귀족노조가 적정임금보다 더 많이가져가기때문에 싫어한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같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령연금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노인자살률은 최악이었다. 이를 개선하기위해 노령연금 20만원씩 준다고 했을 때, 만약 좌파식으로 동정이나 인간성에 호소한다면 국가주의자들은 미지근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산업화 세대가 경제발전에 희생한 보상이라고 설득하면 수용한다. 물론 액수가 너무 많다적다하거나, 국민연금과 연계시킬건가말건가를 두고는 이견이 생길테지만... 반면 작은정부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자들에게 이 노령연금 정책은 어떻게 보일까? 좋게 이야기할까, 아니면 좌파정책이라고 공격할까. 참고로 이 노령연금 20만원 정책은 박근혜 정부가 만들고 시행했다.



  그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보수지지율은 급락했다. 책임 추궁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가주의세력에게 돌아갔다. 지금 정당을 장악한게 어떤 사람들인지는 이번 민부론이 잘 보여준다. 실은 그 이전 김병준 비대위 시절 '탈국가주의'란 말에서도 드러났었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자유주의세력들은 국가주의자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자금은 풍부할지몰라도 결국 선거에서 최종적으로 중요한건 머릿수다. 


  결국 자유주의자들이 선택한 길은 '자유'라는 단어로 (구)박근혜 지지자들을 속이는 것이었다.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은 '통일은 대박'을 180도 뒤집어서 종북몰이, 사회주의 색깔론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색깔론에서 자유vs북한 구도를 추출한 뒤, 그 자유를 반김씨일가, 반김정은, 반북한이 아니라 자유시장주의로 둔갑시켰다. 


  이렇게 하지않으면 그들은 버틸 수가 없다. IMF이후 신자유주의가 내놓은 성과물은 과거 박정희 시절 국가주의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평가받는다. 박정희 정부가 동시기 북한과 비교했을 때 친시장적이었던 건 맞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이중곡가제, 사채동결조치에서보듯 자유시장보다는 관치경제였다. 무상의료 프로파간다를 내세우던 북한에 비해 덜 사회주의적이긴했지만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만든게 바로 박정희정부였다. 국가에 도움된다싶으면 사회주의적 정책도 마가하지않았던 셈.


  더구나 신자유주의 후폭풍으로 노동수익의 하향평준화라는 족쇄가 걸렸다. 이러면 경제적 자유주의는 결국 잘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사상으로 유권자들에게 낙인찍힌다. 잘사는 사람이 다수가 아닌이상 자유주의자들은 숫적 열세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옹호하는 자유무역이 가미되었다면 더더욱 숫적열세가 된다. 405060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외국인노동자 도입은 안그래도 낮은 자기 몸값떨어지는 불공정경쟁이다. 




  전반적인 유권자 성향도 자유주의와 거리가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자유가 흘러넘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단한번도 경제적의미는물론, 사회적의미로도 순수하게 자유주의가 주류였던 적이 없었고,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북한의 위협을 받고있기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북한때문에 국방비를 줄일 수가 없다.  누진적 세금을 덜 걷으려면 작은정부가 되어야하는데 아무리 용을 써도 국방비에서 막힌다. 더군다나 국방비는 지킬게 많은 사람들이 더 내는게 맞지않느냐는 논리에 취약하다.  북한의 위협앞에서, 집단의 공멸이 걸린 일에서 자유시장논리는 통용되지않는다.


  또한 대한민국은 북한의 위협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공동체의 이름으로 징병된 사람들은 군대에서 집단의식을 학습한다. 군대만큼 연대책임을 많이 묻는 곳이 있던가. 그렇게 국가를 앞세워 자유를 제약하고 굴렸는데, 정작 유권자들이 국가공동체를 앞세울 땐 자유를 존중하지않고 심지어 국민성이 사회주의성향이라고 몰아세운다? 몰매나 안맞으면 다행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자들에게 질질 끌려다니지 않은 국가주의자였다. 간단히말해 자유주의자들에게 '꼬우면 나거르고 새민련 (더불어민주당 전신)찍으시던가' 할 수 있었던 입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틀려서 자기 국가주의세력 이끌고 이탈이라도하면, 숫적열세인 자유주의자들은 글자그대로 망한다. 일부친박세력의 딴살림차린 것만으로도 자유한국당에겐 피해가 있었다. 실제 창원보궐선거에서 대한애국당만 없었더라면 자유한국당이 이길 수도 있었다. 조원진만해도 이정도이니 박근혜는? 그러니 '경제민주화'같은 말을 대놓고써도 내부에서 찍소리 못했다. 이번 민부론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좌파정책하다 망했다고 씹는 사람들이랑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 많이 담겨있다. 탄핵 이전을 생각하면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탄핵정국.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게이트로 탄핵당한게 아니었다. 최소한 해가 바뀌고나서는 여론이 특검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검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자신의 담화문을 지키지않았고 탄핵선고문에서보듯 이게 결정타였다. 


  처음 최순실게이트 트리거가 당겨졌을 때 민주당이야 어차피 정적이었고, 유승민 전 바른정당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죽이려고했던 사람이었으니 대립해도 그러려니할만했다. 문제는 그 외에도 우병우 사퇴 요구, 사이비종교나 남자관계 등으로 내부총질하던 세력들이 있었다. 심지어 최순실게이트터지기 전부터. 이게 타격이 컸다. 상대진영에서 떠들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같은편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입장을바꾸면 제3자인 일반국민들은 심각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들의 목적이 탄핵은 싫지만 식물대통령만들기나 2선후퇴를 원하는 것이었다면, 어쩌면 이들이 괘씸해서 특검조사에 응하지않고 탄핵을 자초한 걸 수도 있다. 아무리그래도 설마 그정도였을까 싶다만은, 재평가되면될수록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특검조사에 응하지않았는지 의문은 깊어진다.



  


  바다건너 도널드트럼프를 보면 더욱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평가될 수 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은 이번 자유한국당 민부론처럼 법인세감세를 했지만, '자유시장경제를 더 추구했을 때 후유증으로 하향평준화가 되지않겠느냐'는 유권자들의 우려를, 반이민자정책과 보호무역정책으로 불식시켰다. 물론 꼭 답이 반이민자, 반외노자일 필요는 없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와 민주당의 소득주도성장은 결과가 안맞을지언정 최소한 하향평준화 우려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은 주었다. 근데 자유한국당은 출제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답을 써넣고있다. 자유시장경제의 후유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물었는데 자유시장경제를 답으로 내놓는다. 만약 이게 자유주의세력의 독선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당내 자유주의가 죽어야 국가주의도 살고 보수도 살거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이번 민부론은 이게 전경련에서 배포한 자료인지, 아니면 제1보수정당에서 배표한 자료인지 헷갈릴 정도다. 생각해보면 친박에게 불완전한 지지를 받는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대표나, 친박세력과 척을 진 홍준표 전 대표는 당내 세력이 부족하기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에게 뻗댈 수 있었던건 '박근혜'니까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이번 반일종족주의 때 자유한국당이 왜그리 탈국가주의성향을 드러냈는지, 어째서 중국몽으로 상대정당을 공격하면서 반중국성향이 약해보이는지 이해가 간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한국-일본이든 한국-미국이든, 한국-중국이든 국가간 경계가 낮아지는 탈국가 자유주의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내용펼치기(클릭)]

스티브잡스를 연상시키는 정책발표형식은 매우 좋았다.

https://www.vop.co.kr/A00001436182.html


  자유한국당에서 150페이지에 이르는 민부론을 발표하였다. 정당 홈페이지에 가면 전문을 다운받아 읽어볼 수 있다. 민부론을 읽은 민주당 골수지지자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박근혜가 상대가 아니라 다행이다-, 박근혜는 정말 무서운 상대였구나- 라고. 어쩌면 최순실까지 재평가할지도...솔직히 가만놔둬도 조국 문제로 상대방이 자폭하고 있는데 떡이나 먹을 것이지 이런 걸 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 유권자들이 왜 소득주도성장을 선택했는지 고민을 하긴 한걸까? 국민들이 바보라서 그랬던걸까? 아니면 국민들이 빨갱이들이라 그랬던걸까? 그 이유는 이번 조국 대입 의혹에서도 분명 목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0189.html


  조국 사퇴 촛불시위 때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가해서 보수우파 정치권이 놀랬다고 한다. 분명 조국 사퇴를 외친 아이들은 공정을 원했다. 하지만 수시 대신 정시를 선호하고 있었다. 수능 시험줄세우기를 원했다. 대학입시를 대학 자유에 맡기려하지 않았다. 만약 자유에 맡기고자 했다면, 수시축소(폐지) 및 정시확대를 외칠 게 아니라 각 대학들이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어야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만약 대학선발을 자유에 맡기면 어떻게 될까? 공정하게 굴러가면 좋겠지만, 수저 색깔에 따라 명문대 입학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번 조국 자녀 의혹에서 문제가 된 전형의 면접 비중은 2차 30%에 불과했다. 고작 30%에서 의혹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학생선발권을 100% 대학들에게 맡길 수 있을까. 자유는 그 자체만으로 공정을 담보하지 않는다. 아, 최순실게이트 때 회자되었던 유행어대로 부모 잘만난 것도 능력으로 친다면, 공정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미래를 비관하는 중산층은 소득적으론 중산층일지몰라도 정치적으론 서민이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0093.html


  민부론도 마찬가지다. 경제 성장 방법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바로 '자본에 아부하는 것'이다. 자본수익률을 높이면 된다. 그러려면 노동자를 싸게 쓸 수 있게해줘야하고, 쉽게 자를 수 있어야 한다. 파업으로 말썽부리면 곤란하니 파업기간 중 대신할 사람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해주고, 부당노동행위를 시켜도 형사처벌을 받게하지않으면 더 좋다. 상속세나 소득세 같은 누진적 세금을 덜 걷어 부유층 이민을 막아야하고, 법인세를 내려서 국내투자를 원활히 해야한다. 이렇게 세금을 덜 걷으려면 정부재정지출을 줄여야한다.


  이러면 국가경제가 좋아지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일자리 숫자가 늘긴할거다. 문제는, 개개인의 생활이 더 좋아지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서울 재건축 건설판이 딱 이렇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재건축에 대한 수익기대가 높아지면서 많은 자본이 추가투입되었다. 인력수요는 늘었지만 집값에 비해 인부들 임금은 오르지않았다. 질좋은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기업, 대형공기업 일자리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경쟁과정이 부모빨없을정도로 공정하기를 원한다. 일자리의 정년이 짧아지거나, 불안정해지거나 임금이 낮아지길 원하는 것과는 다르다. 과정 및 결과가 공정한 것과 일자리가 하향평준화 되는 것은 같지 않다.


  원래 하향평준화 공격을 당하는 것은 분배 쪽이었다. '결과의 평등'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반면 자유주의는, 정확히는 경제적자유주의 혹은 시장자유주의는, 사회 전반적으로 낙관주의가 팽배하던 시절엔 하향평준화와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의 후유증이 터지면서 하향평준화라는 비판이 자유주의에도 고스란히 넘어왔다. 특히 대한민국은 80년대 90년대 경제적 낙관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와 IMF 이후 신자유주의 시절의 비관주의가 선명하게 대조되기때문에 더 심하다. 


  노동소득쪽에 손해가 있어도 기업투자소득으로 메꿔진다고 설득할 여지도 별로 없다.  노동소득으로 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기업투자소득의 비중이 너무 적기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있긴한데, 국민연금 어차피 낸만큼못받는다 포기한 사람에겐 별 효용이 없다. 국민연금을 실컷 깎아내리는데 앞장섰던 스피커들이, 이제와서 노동개혁못해 몸단다는게 희극.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20711/47677328/1


  민주당지지자들이 민부론을 읽으면서 '박근혜는 정말 껄끄러운 상대였구나'고 느낀다면 바로 이부분 때문이다. 선거가 열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하향평준화 공세를 잘 맞받아치곤 했다. 그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국가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국가주의와 자유주의의 차이는 귀족노조논란과 노령연금문제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국가주의와 자유주의 모두 귀족노조의 세력이 위축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국가주의는 귀족노조의 이기심이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전체에 피해를 주기때문에 싫어한다. 자유주의는 자유시장원리에 비추어보았을 때 비효율적이고, 귀족노조가 적정임금보다 더 많이가져가기때문에 싫어한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같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령연금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노인자살률은 최악이었다. 이를 개선하기위해 노령연금 20만원씩 준다고 했을 때, 만약 좌파식으로 동정이나 인간성에 호소한다면 국가주의자들은 미지근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산업화 세대가 경제발전에 희생한 보상이라고 설득하면 수용한다. 물론 액수가 너무 많다적다하거나, 국민연금과 연계시킬건가말건가를 두고는 이견이 생길테지만... 반면 작은정부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자들에게 이 노령연금 정책은 어떻게 보일까? 좋게 이야기할까, 아니면 좌파정책이라고 공격할까. 참고로 이 노령연금 20만원 정책은 박근혜 정부가 만들고 시행했다.



  그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보수지지율은 급락했다. 책임 추궁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가주의세력에게 돌아갔다. 지금 정당을 장악한게 어떤 사람들인지는 이번 민부론이 잘 보여준다. 실은 그 이전 김병준 비대위 시절 '탈국가주의'란 말에서도 드러났었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자유주의세력들은 국가주의자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자금은 풍부할지몰라도 결국 선거에서 최종적으로 중요한건 머릿수다. 


  결국 자유주의자들이 선택한 길은 '자유'라는 단어로 (구)박근혜 지지자들을 속이는 것이었다.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은 '통일은 대박'을 180도 뒤집어서 종북몰이, 사회주의 색깔론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색깔론에서 자유vs북한 구도를 추출한 뒤, 그 자유를 반김씨일가, 반김정은, 반북한이 아니라 자유시장주의로 둔갑시켰다. 


  이렇게 하지않으면 그들은 버틸 수가 없다. IMF이후 신자유주의가 내놓은 성과물은 과거 박정희 시절 국가주의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평가받는다. 박정희 정부가 동시기 북한과 비교했을 때 친시장적이었던 건 맞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이중곡가제, 사채동결조치에서보듯 자유시장보다는 관치경제였다. 무상의료 프로파간다를 내세우던 북한에 비해 덜 사회주의적이긴했지만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만든게 바로 박정희정부였다. 국가에 도움된다싶으면 사회주의적 정책도 마가하지않았던 셈.


  더구나 신자유주의 후폭풍으로 노동수익의 하향평준화라는 족쇄가 걸렸다. 이러면 경제적 자유주의는 결국 잘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사상으로 유권자들에게 낙인찍힌다. 잘사는 사람이 다수가 아닌이상 자유주의자들은 숫적 열세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옹호하는 자유무역이 가미되었다면 더더욱 숫적열세가 된다. 405060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외국인노동자 도입은 안그래도 낮은 자기 몸값떨어지는 불공정경쟁이다. 




  전반적인 유권자 성향도 자유주의와 거리가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자유가 흘러넘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단한번도 경제적의미는물론, 사회적의미로도 순수하게 자유주의가 주류였던 적이 없었고,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북한의 위협을 받고있기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북한때문에 국방비를 줄일 수가 없다.  누진적 세금을 덜 걷으려면 작은정부가 되어야하는데 아무리 용을 써도 국방비에서 막힌다. 더군다나 국방비는 지킬게 많은 사람들이 더 내는게 맞지않느냐는 논리에 취약하다.  북한의 위협앞에서, 집단의 공멸이 걸린 일에서 자유시장논리는 통용되지않는다.


  또한 대한민국은 북한의 위협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공동체의 이름으로 징병된 사람들은 군대에서 집단의식을 학습한다. 군대만큼 연대책임을 많이 묻는 곳이 있던가. 그렇게 국가를 앞세워 자유를 제약하고 굴렸는데, 정작 유권자들이 국가공동체를 앞세울 땐 자유를 존중하지않고 심지어 국민성이 사회주의성향이라고 몰아세운다? 몰매나 안맞으면 다행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자들에게 질질 끌려다니지 않은 국가주의자였다. 간단히말해 자유주의자들에게 '꼬우면 나거르고 새민련 (더불어민주당 전신)찍으시던가' 할 수 있었던 입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틀려서 자기 국가주의세력 이끌고 이탈이라도하면, 숫적열세인 자유주의자들은 글자그대로 망한다. 일부친박세력의 딴살림차린 것만으로도 자유한국당에겐 피해가 있었다. 실제 창원보궐선거에서 대한애국당만 없었더라면 자유한국당이 이길 수도 있었다. 조원진만해도 이정도이니 박근혜는? 그러니 '경제민주화'같은 말을 대놓고써도 내부에서 찍소리 못했다. 이번 민부론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좌파정책하다 망했다고 씹는 사람들이랑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 많이 담겨있다. 탄핵 이전을 생각하면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탄핵정국.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게이트로 탄핵당한게 아니었다. 최소한 해가 바뀌고나서는 여론이 특검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검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자신의 담화문을 지키지않았고 탄핵선고문에서보듯 이게 결정타였다. 


  처음 최순실게이트 트리거가 당겨졌을 때 민주당이야 어차피 정적이었고, 유승민 전 바른정당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죽이려고했던 사람이었으니 대립해도 그러려니할만했다. 문제는 그 외에도 우병우 사퇴 요구, 사이비종교나 남자관계 등으로 내부총질하던 세력들이 있었다. 심지어 최순실게이트터지기 전부터. 이게 타격이 컸다. 상대진영에서 떠들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같은편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입장을바꾸면 제3자인 일반국민들은 심각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들의 목적이 탄핵은 싫지만 식물대통령만들기나 2선후퇴를 원하는 것이었다면, 어쩌면 이들이 괘씸해서 특검조사에 응하지않고 탄핵을 자초한 걸 수도 있다. 아무리그래도 설마 그정도였을까 싶다만은, 재평가되면될수록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특검조사에 응하지않았는지 의문은 깊어진다.



  


  바다건너 도널드트럼프를 보면 더욱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평가될 수 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은 이번 자유한국당 민부론처럼 법인세감세를 했지만, '자유시장경제를 더 추구했을 때 후유증으로 하향평준화가 되지않겠느냐'는 유권자들의 우려를, 반이민자정책과 보호무역정책으로 불식시켰다. 물론 꼭 답이 반이민자, 반외노자일 필요는 없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와 민주당의 소득주도성장은 결과가 안맞을지언정 최소한 하향평준화 우려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은 주었다. 근데 자유한국당은 출제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답을 써넣고있다. 자유시장경제의 후유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물었는데 자유시장경제를 답으로 내놓는다. 만약 이게 자유주의세력의 독선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당내 자유주의가 죽어야 국가주의도 살고 보수도 살거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이번 민부론은 이게 전경련에서 배포한 자료인지, 아니면 제1보수정당에서 배표한 자료인지 헷갈릴 정도다. 생각해보면 친박에게 불완전한 지지를 받는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대표나, 친박세력과 척을 진 홍준표 전 대표는 당내 세력이 부족하기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에게 뻗댈 수 있었던건 '박근혜'니까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이번 반일종족주의 때 자유한국당이 왜그리 탈국가주의성향을 드러냈는지, 어째서 중국몽으로 상대정당을 공격하면서 반중국성향이 약해보이는지 이해가 간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한국-일본이든 한국-미국이든, 한국-중국이든 국가간 경계가 낮아지는 탈국가 자유주의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최근글
인기글
이모티콘창 닫기
울음
안녕
감사
당황
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