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후 서초동 집회가 여의도로 옮겨졌다고한다. 아마 규모를 키울 생각인 거 같은데...포스터를 보면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가장 파급효과가 큰 건 자한당 수사이고,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은 그 밑에 하위로 묶여있는 구조다. 그 다음 파급효과가 큰 문구는 패스트트랙 입법이다. 검찰개혁은 추상적이라 별볼일 없고, 윤석열아웃이나 조국수호는 마이너스요소다. 어느쪽이 부각되느냐가 집회의 위력을 결정할 것이다.
4. 「국회법」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의 죄를 범한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형이 실효된 자를 포함한다)
가.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 공직선거법 제19조(피선거권이 없는 자)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
패스트트랙 입법의 파급효과가 작아보인다면, 문구를 뭉둥그려서 그렇게 보이는거다. 만약 패스트트랙 입법 대신 직접적으로 선거제 개혁이라고하면,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민주평화당,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입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낼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의석수 감소에 대한 불만이 있을테니 일부러 이러는 건지도 모른다.
자한당 수사도 마찬가지다. 이게 자한당 수사라서 별볼일 없어보이겠지만, 구체적으로 쓰면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인한 피선거권 박탈'이다. 즉, 위반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다음 선거에 못나온다는 뜻이다. 구형만 받아도 공천하기 쉽지않다. 이거, 정치적 무관심층이나 중도층, 무당층에게는 꽤나 솔깃한 이야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조국정국에서 데미지를 받은 건 민주당만이 아니었으니까.
원래대로라면 이 사건은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국K-1이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사회 정서적으로 정치인들 쌈박질하는 거 한두번도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고, 검찰이 국회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않으니까. 하지만 조국정국으로 이야기가 달라졌다.
조국 전 장관 거취문제가 한창 피크에 이르렀을 때, 종편에서 어떤 패널이 이런 말을 성토하였다. 공수처법이나 검경수사권조정이 법무부에서 국회로 넘어간지 오래되었기때문에 조국 장관과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거기서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 그것도 검찰개혁을 누차 이야기하던 사람을 저격했을 때, 그리고 그 저격을 성공했을 때, 검찰은 자기밥그릇을 위협하는 적이라면, 국회의원조차 쥐락펴락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인식된다는 점이었다. 대통령 임명권도 파토내고 자기 상관도 갈아엎을 수 있는 기관이 국회의원에 영향을 못미치겠나? 특히, 자유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걸려있다면 말이다.
조국 전 장관 공방에서 증거유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을 때, 검색어 중 검찰-자유한국당 내통이란게 있었다. 너무 뭉뚱그려놨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검찰은 조국 전 장관 건으로 지지율 하락에 협조하주고 증거를 제공해주고, 국회선진화법 위반 기소를 뭉개주는대신,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을 방탄해주고 지지율을 챙긴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검찰의 의도가 순수했는지 아니면 조직의 밥그릇을 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요는 국회선진화법 기소를 뭉개주는 순간, 이 뒷거래설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조각이 모두 갖춰진다는 것이고, 반대로 기소를 강행하고 무거운 구형을하는 게 중도층과 무당층에게 엄청나게 솔깃한 얘기라는 것이다. 원래부터 (구) 안철수 유승민을 지지하는 중도 우파들에게 자유한국당은 치워야할 똥차취급이었고, 무당층이나 저관심층은 조국 사퇴 이후 크게 바뀐게 없다는 현실을 마주해야할 처지다.
개인적으론 이 립서비스가 야당쪽에서 나올 줄 알았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mHTan_VblaU
자녀 교육 문제로 데미지를 받은 건 민주당만이 아니었다. 그건 서로 너네도 똑같은 놈들이지않느냐는 진흙탕 싸움이었고, 교수 간 인턴 '품앗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상류층에 만연해 있다는 방향으로 언급되었다. 사람들은 조국 전 장관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대한민국 상류층 전반의 문화(?)로 보았을까.
그렇게 대학 입시 문제로 시끄럽더니, 조국 사퇴하고나서 대학교육제도 관련 언급하는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있는지? 대입제도를 적극적으로 갈아엎을 생각이었으면 조국 전 장관을 걸고넘어지던 초반에 제도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또한 정작 그런 제도를 운용한 고려대학교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거의 내질 않았는데, 그야 어학+면접이라는 희대의 전형이 만들어진 게 이명박 정부때였으니까 그렇다. 이명박 정부 시절은 정시/수시 따지기 이전에 '영어 공용화'가 진지하게 논의되던 시절이었고 그 영향을 받았던 거니까. 셀프디스이기도 했다.
(추가 : 이 문단을 작성하고나서 이제서야 정시확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조국 사퇴 후 급작스런 대통령지지율 반등에 정신이 번쩍 난 듯(으이구). 대학들의 학생선발자율권을 박탈시키지 않는한, %를 늘리고 줄인다고해서 이러한 의혹이 사라질거란 생각은 안드는데, 적당한 비율을 원하는 사람도 있긴 있을테니까. 정시확대로도 충분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되겠다.)
야당은 그렇다치고, 언론조차 같은 방식이었으니 당연히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에 바뀌는게 있을리가 있나. 서초동이든, 광화문이든 그 대규모 광장정치의 결과물치고는 매우 초라하다. 한쪽은 아예 종교집회 시비가 있었고 양쪽 모두 조직동원력 과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니,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무당층, 중도층이 가장 강성해지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검찰-자유한국당 내통설에 필요한 퍼즐조각이 맞춰지고 있었다. 검찰이 청문회 도중 극적으로 표창장 기소를 강행했을 때, 밥그릇싸움으로 취급되던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문제는 한참 전에 국회로 넘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생기부 유출 논란부터 시작해서 검사 출신 한국당 의원들의 미스터리한 맹활약, 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자유한국당의 판검사출신비율, 조국 사퇴 후 공수처와 수사권조정 반대.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이 국회선진화법위반 기소를 뭉개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기소를 뭉개면 이럴라고 경찰한테서 수사권빼앗아갔냐는 소리 나올 것이고, 공수처 설치 찬성파는 이 기회에 당장 만들라고 난리치겠지.
이래서 검찰이 정쟁에 깊이 개입하면 결과가 좋지않다는 거다. 더군다나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200일 정도 남아있었다. 그냥 정치개입이면 정치인 수사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 할수나 있지, 의도야 어쨌든 선거개입이 되었고, 무엇을 선택하든 양쪽으로부터 선택적 수사 비난에 휘말려야한다.
[의전원 논란] "특혜층에 기회 준 제도"…"도입취지 사라져" 비판
https://www.ajunews.com/view/20191003114313352
만약 검찰이 인사청문회 도중 표창장 기소로 정쟁에 발디디고 난 이후, 대학원이 아닌 대학교입학의혹이 중심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수도 있다. 서민자녀들의 한줌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의미가 되니까 선거개입이고 나발이고 밀어붙여도 되었다. 하지만 까고보니 학비많이드는 특목고를 위한 어학+면접전형이었다. 그 시기는 이명박 정부 영어공용화의 영향으로 어학점수위주로 명문대가던 시절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면접점수를 더해 뽑았으니 조국 측이 멍청하게 뻘짓해서 스스로 긁어부스럼을 만든건지, 아니면 진짜로 그것때문에 합불이 뒤집힌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니까 면접같은 학생선발자율권을 대학한테 주면 안된다는 거다. 부정입학시비가 벌어져도 확인이 제대로 될 수 없다.
표창장문제를 중심으로 한 의전원 문제는 대학입시에 비하면 훨씬 격이 떨어진다. 없이 사는 사람에게 생계문제가 생기는 병역문제나, 서민들의 기회박탈이라는 대입문제와 달리, 의전원이나 로스쿨은 근본적으로 귀족학교 취급이다. 서민들은 학부 4년 할 돈도 빠듯하니까..그렇다고 제도개선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어려운게, 로스쿨과 달리 의전원은 학부제로 환원하는 것이 이미 결정되어있었다. 결국 검찰은 10월 전에 고려대학교를 탈탈 털어 끝내지못했고, 표창장 중심으로 대학원입학문제만 든 채 국정감사기간에 이르면서 선거개입에 도달했다. 한국당이나 검찰 양쪽 모두 한쪽은 빠지고 한쪽만 움직여서 내통의혹과 선을 긋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않았다.
자유한국당 피선거권 논란의 파급효과가 어느정도일지는 이번 여의도 집회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수사라고하면 정쟁이라 중도층이나 무당층 반응이 나쁘겠지만, 아예 피선거권을 박탈시키는 길을 오픈시켜주면 꼴보기싫은 국회의원들 아웃되는 것이니 반응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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