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n.kbs.co.kr/mobile/news/view.do?ncd=4437915
토익시험 3분 전 고사장 변경 사건
5월 등교 개학과 대규모 시험장 대관이 동시에 시작된다. 물론 평생 코로나 19 비상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기때문에 언젠가는 풀어야했던 정책들이다. 등교개학과 대규모 시험장 대관이 빠르면 선거 2주 후인 4월 29일, 늦으면 3주 후인 5월 어린이날 황금연휴를 전후부터 논의될 건 앞뒤 수순을 보면 뻔한 것이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황금연휴를 넘기는 데 성공하였다. 뒤이어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었다. 돈까지 줘가며 '이제 집 밖으로 더 나오시오-'하는 판에 학교를 꽁꽁 사매는 것도 좀 이상하긴하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 2개 모두 한꺼번에 하는 건 좀 의외다. 황금연휴를 무사히 보냈을 땐 등교개학이후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태원 감염 확산 문제로 등교개학이 또 1주일 추가 연기되었다. 교육부가 학생 환자 발생 시 역학조사결과에 따라 원격수업 전환, 휴업, 휴교 등을 검토할거라 이야기하는 걸보면 학교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배짱있게 등교개학을 밀어붙인 뒤에 학교건물을 대규모 시험장으로 대관해주는 건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교육부 입장에서 배짱있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태원 확산 이후 정부브리핑을 보면, 정부당국도 학생 감염자가 아예 없을 거란 기대는 안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 그럼 그런 상황에서 등교개학과 시험장 대관을 동시에 하면 각 정책에 대한 우려가 상호작용해 더 크게 증폭되는건 당연하다.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00508010000996
쉽게말하면, 등교개학 전 시험장 대관이야 시험장 대관에 따른 확산우려는 있어도 학생들이 학교에 안가니 학부모들은 걱정이 없을거고, 반대로 등교개학만 하고 시험장 대관은 방학으로 미뤄버리면 등교개학우려는 있어도 최소한 시험장 확산우려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둘다 같이하면 비관적 시나리오가 서로 교차해버린다. 이거 선거도장조차 비닐장갑쓰고 찍게 만든 사람들 맞는건가...아참 선거 끝났지.
개인적으로는 등교개학이 9월로 연기되고 시험장 대관이 먼저 이뤄지는 게 맞지않나 싶지만, 사실 둘 다 연기 명분은 충분했다. 등교개학이야 9월개학론이 있었고, 시험장 대관 쪽은 각종 자격증 및 국가시험들 일정이 주관 기관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연기되었기때문에 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방학기간에 집중시키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결국 2개다 강행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다만 고3 매일 등교, 나머지는 학년별 격주 혹은 격일, 오전/오후 등으로 학생을 분산시키긴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D0_adu2dDA
만약 등교개학이 채택되지않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9월 개학, 8월 예비소집이었을터다. 근데 2020년 4월 9월학기제를 처음 공론화가 발생했었을 때 엉망으로 전개되는 바람에 9월 신학기제가 뒤로 쭉쭉 밀렸다. 그당시 '천재일우의 기회'같은 용어가 사용되었는데 9월 신학기제가 그토록 긍정적인 것이었다면 진작 시행되고도 남았다. 그러나 9월 신학기제 자체는 이미지가 마이너스다. 코로나 19가 휩쓸기 전, 9월 신학기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거론되었던 게 OECD 표준과 맞출 수 있다는 거였는데, 그럼 결국 유학 오가기 좋다는 이야기다. 근데 유학이란게 서민들에게 그렇게 가까운 개념이던가? 과거보단 해외이동이 잦아졌어도 유학이 서민들에게 친근한 개념은 아니다. 9월학기제 전환비용이 추산 10조원인데, 이건 다소 뻥튀기된거라쳐도 많은 돈을 들여 유학 편하게 해주자는 말이 그렇게 솔깃하게 들리겠나.
그렇기때문에 9월학기제를 하고 싶었다면 최소한 '학부모들이 솔깃할만한' 안건이 한두개정돈 더 붙어야했다. 당장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건 방학시즌 동영상 수업 정규화와 아침 급식제도 신설 정도? 방학 동영상 수업 정규화같은 경우는 방학기간 동안의 학업단절때문이다. 방학동안 학원다니는 애들이야 학원에서 강의받는다쳐도 사교육 안하는 애들은? 기성세대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방학숙제가 최근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방학숙제만 없어지고 끝나면 되는 걸까. 거창하게 방학동안 실시간 수업을 하자는게 아니라, 녹화강의(ebs틀어주기금지)와 최소한의 완강관리 이야기하는 거다. 지금의 온라인 클래스 시스템과 달리 지역의 경계와 학교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해주고 최소한의 수강시간을 방학숙제로 내주자는 것. 옛날처럼 야간자율학습 감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차원에서 명문대 한명이라도 더 보내겠다고 방학특강을 여는 학교도 거의 사라진 걸로 알고 있다. 그럼 전체 근로시간은 줄었을텐데.
아침 급식을 말할 수 있게 된건 일단 코로나 19때문에 장기적으로 없는 수요를 만들어라도 내야할 판이기때문이다. 청소년 중에서 아침을 거르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다. 4명 중 한명이 아침을 먹지 않는다. 학생들이 아침 급식에 모두 응한다는 가정하에 결식하는 학생들의 농산물, 식품 수요가 창출된다. 맞벌이 등의 이유로 아침을 대충 때우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더 커진다. 또 하나는 무상 급식의 품질 문제때문. 물론 일부학교는 영양사와 조리사들의 능력이 100%발휘되어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급식들이 SNS에서 마구 올라오기도 하지만, 그렇지않은 학교도 있어서 작게는 '학바학' 크게는 '학교버전 부익부 빈익빈'소리까지 나온다.
아무래도 수요자의 선택권이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다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데, 아침급식은 무상급식과 별개로 대기업 케이터링업체들에게 직접입찰을 받는 방식을 쓰는게 가능하다. 왜냐하면 오전오후 수업 사이에 낀 점심급식과 달리 아침급식은 안먹고 늦게 등교하겠다는 학생이 분명 있을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따라서 무상급식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예전처럼 저소득층 지원정도라면 모를까. 점진적으로 아침급식과 점심급식을 비교해나간다면 점심급식도 일정수준 맞춰줄 것을 압박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파업같은 유사시 점심으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대체 노동 윤리와 충돌하는 면이 있지만, 파업권이 애들 결식 문제보다 우선시되는 게 옳은지 의문이고, 어차피 애들 굶긴다고 맨날 파업에서 깨지던게 학교 급식 파업아니던가. 되려 균형있는 파업권보장을 생각한다면 아침을 점심으로 돌릴 수 있게하는 것이 파업권 보장 차원에서 더 나은 면도 있다.
사실 직영급식과 외부급식을 혼합 경쟁시키자는 건 새로운 개념이 전혀 아닌데, 군대에서 반조리위주로 시험운영까지 끝났던 정책이다. 물론 정착은 안됐다. 정착이 안된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진않았고 납품관련해 정치적 알력다툼이 있었다고 소문만 무성하다. 군 내부 사정과는 별개로, 외부에서도 '전쟁터졌는데 도시락 배달시켜먹을거냐!'는 반대도 있긴하다.
어쨌든 예를들면 이런게 있다는 거고, 현직자들한텐 -준비기간이 필요하지만, 학부모들에겐 솔깃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교육감들의 9월 학기제 검토 언급엔 이런 부가적인 여론몰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교육감도 선거를 치르는 선출직이다. 그런 정치감각있는 사람들이, 정말 9월학기제를 원했다면 있는 공약 없는 공약 다 갖다붙이지않았을까. 단순히 추후 책임회피가 목적이라면 또 모르겠다만은. 어쨌든 이런 흐름이기 때문에 등교개학 하자마자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않는 한, 9월 학기제가 시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썬 높아보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