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트는 두개다. 하나는 올 1년 동안 부동산문제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질 때 국민의 힘 지지율도 같이 떨어지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 또 하나는 이슈화 타이밍 잡는거 하나만큼은 기가막히게 잘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주당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동산문제를 '굳이' 계속해서 언급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뭔가 잘못했을 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득을 얻는다는 착각. 집권당의 실정이 벌어질 때, 유권자들은 대안을 탐색한다. 헌데 대안을 탐색하는 방향은 전방위적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현 부동산 시국에 불만이 있다. 그래서 민주당을 이탈한다고해도 그 방향성은 우측일 수도 있고 반대로 좌측일 수도 있다. 제3의 선택지일 수도 있고.
어제는 진선미 전 여가부장관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고 말했다면서 난리가 났다. 근데 사실 별 거 아니긴했다. 남의 집가서 "집 좋네요~" 코멘트해주듯이, 립서비스 정도 해준거였다. 특히 진선미 의원은 임대아파트를 최대한 좋게 이야기해줘야하는 입장이고, 나아가 임대아파트 인식을 좋게 바꾸어야되는 정치기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자기자신부터가 강동구 지역구 내 임대아파트 밀집지역 표우위로 당선됐었다.
여기서 중요했던 점은, 부동산 민심이 성났다는 그 사실자체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하면서 화를 내고 있느냐였다. [민주당만 아니었다면 나도 진선미같이 래미안아파트 살 수 있었다] 인가, 아니면 [민주당 국회의원들부터 공공임대 보내자]인가?
그게 그거같지만 그렇지않다. 전자는 아직 자신이 노력한다면, 혹은 정권이 뒤바뀐다면 서울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낙관'이 남아있는 것이다. 후자는 사실상 포기상태인데 지금 누구 약올리냐는 태도이다. 만약 전자가 아닌 후자에 가깝다면 흘러내린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쪽으로 흐를까? 후자는 내집마련에 대한 낙관이 없는 것이고 결국 래미안같은 아파트를 공공임대나 공공전세로 받고 싶은거다. 공공빌라 집어치우고 아파트 싸게 임대할 수 있게 해달라. 아니면 더 좋은 아파트를 싸게 임대해줄 다른 정당을 찍겠다...
하긴 이미 아파트값은 오를대로 올랐고, 이후 막상 매매가 찍어누르려하면 신문부터 난리가 날거다. 부동산 대출이 부실화 된다~ 혹은 한국 디플레이션 위험! 등등. 출산율보면 이미 디플레이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은 디플레되도 되고 자산은 디플레되면 안되나보다. 따지고보면 사람이 디플레되었으니 다음은 자산이 디플레될 차례라고쳐도 이상하지 않은데.
민주당을 향한 부동산 정책 비난이 국민의힘에게 득이 될 것같지않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부동산 시세차익을 바라보는 태도다. 이번 진선미 '차이없다' 발언에서 화를 낸 사람들, 특히 문재인 정권을 부동산투기정권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의 말을 자세히 뜯어보면, 부동산 시세차익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일해서 번 돈과 다르게 취급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아파트시세차익을 통해 형성된 재산권을 경영활동이나 노동활동을 통해 형성된 재산권과 같은 급으로 인정하지않는다면, 당연히 재산권 보호 원칙도 다르게 작동해도 된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이는 세금부과문제로 흐른다. 이게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세가 너무 올랐다고 여론이 달아올랐을 때, 그 불길이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한 추가과세 요구로 이어지기 쉽기때문이다. 특히 좀 더 양질의 공공임대 혹은 공공전세 아파트 공급을 바라는 것이라면 그것에 필요한 예산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지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시세차익과 사업-노동소득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부가 투기세력을 도와줬다고 욕하는 사람들, TV조선뉴스를 보고 부동산거품으로 세상이 말세라면서 화를 내는 사람들, 광화문가서 태극기 흔드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의힘의 부동산 당론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
이와 유사한 이슈가 바로 상속세 이중과세 논란이다. 소득세가 과세된 재산을 물려주었을 때 피상속인에게 상속세를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주장 안에는 일하고 사업해서 번 돈과 상속받은 돈을 동급의 재산권으로보고 둘다 동등하게 보호해줘야한다는 사상이 깔려있다.
물론 그러거나말거나 대한민국 상속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추후 상속세가 인하 혹은 폐지되더라도 그 이유가 이중과세일 확률은 매우 낮다. 아무리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그리고 정치인들이 '재산권 보호'라고 뭉뚱그리면서 이 둘을 같게취급하고 연막을 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업/노동으로 만든 재산과 상속재산을 같게 취급하지않기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부정적인 사람이 많아지고 국민의힘 지지자 눈에 자기 주위엔 문재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거같은데, 막상 투표 결과는 정반대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나 듣고 있고...끝내 국민의힘 지지자가 혼란에 빠지고 도대체 왜 지는거냐고 질문을 던지게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거기에 보수논객이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지는거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이 대가리 깨졌다' / '여론조사가 잘못되었다' / '감성에서 뒤졌다'는 답으로 얼버무려버렸다. 이 중에서 제일 어이없는 건 감성에서 뒤졌다는 답이었다. 그건 감성이 뒤진게 아니었다.
어떤 한 사람이 타인의 삶에 감성으로 공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살아온 과거가 다르고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고 앞으로 살아갈 세계가 다르다. 그건 '이해'의 영역이다. 감성이 뒤진게 아니라 이해력이 떨어지는 거였고, 상스럽게말하면 대가리가 딸려서 진 거였다. 근데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여의도다.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한게 아니라 흐름을 다 알고도 방향을 틀기 싫어서 머리나빠지는 디버프에 걸렸던거다.
난감한 건 이걸 상징하는 곳이 바로 네이버 정치경제댓글 공감순란이다. 기업들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정부욕하고 보는 사람들. 그게 심지어 박근혜정부일지라도. 정작 기업(주주) vs 재벌가가 벌어지면 주주에게 손해되는 쪽에 서는 걸 봐선 친기업이라고 보기도 뭣하다. 반대로 재벌총수미담이라도 뜨면 물고빨고 난리도 아니다. 기사읽으면서 느낀 호감이 한순간에 날아갈 정도. 그래서 댓글란과 선거결과가 거꾸로나오는거고 요즘 흐름파악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 참고 정도는 된다. 국민의힘 당론에 미치는 영향은 크나 숫자는 일부인 친전경련 성향 사람들 입장이라고 보면 대강 맞아 떨어진다.
그나마 요즘은 알아챈 사람들이 제법 많은지 반민주당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민주당은 하도 자기지지자 눈치만 봐서 문제, 국민의힘은 자기 지지자들을 도구취급해서 문제' 식의 문구가 간혹 보이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