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사건에서 주의해야할 트릭은 3가지다.
첫째. 이 문제를 자회사-직고용문제로 접근하지않고 정규직으로 크게 프레임을 잡고 역차별을 이야기하는 반대자들의 의도는 정규직화 자체를 무마시키는 쪽에 있다는 것. 예컨데 "자격도 없는 애들을 왜 정규직시켜주냐! 시험공부 중인 청년들 쌓였는데!" 그래서 이 사람들 말하는 대로 청년들 정규직자리 늘려주면? 그때가선 숙련도넘치는 비정규직들이 역차별받는다고 또 반대할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 특징이 뭐냐면, 정규직 전환으로 실컷 공격해놓고 막상 비정규직 반대자들이 많아 인천공항 외주근무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수세로 몰리면 그제야 직고용이 문제라고! 둘러댄다.
둘째. 고스펙 취업준비생들의 적극적인 반발을 청년 취업준비생 전체가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것처럼 치환시키는 것.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고스펙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급'이 높은 공기업이다. 정규직전환을 공격하고 있는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의 직장'이다. 자, 그럼 이런 곳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취준생 전반을 대표할 정도로 많을까? 물론 구직자 전반에 반감은 있겠으나 그 강도엔 차이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란 말이 자주 쓰이는데, 일자리끼리도 '질'이 갈리듯이 구직자들 끼리도 '스펙'이 갈린다. 고스펙 구직자 밑으로 각자 입장이 다르다는 말.
셋째. 전환대상자의 5천만원 카톡이 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는데 이게 전환대상자의 톡이라는 보도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공사쪽 설명은 3.7%인상된 3600만원정도. 상식적으로 공기업이 공무원도 아닌데 서로 다른 일 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연봉을 줄리가 있나.
근데 대졸공채축소가 없다는 건 나도 못믿겠다.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624012018&cp=seoul&m_sub=msub_seoul_111&wlog_tag1=mb_seoul_from_index
이 3가지를 쓴 기자들이 몰라서 썼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직고용이든 자회사고용이든 정규직전환을 이번에 처음하는 게 아닌데 연봉체계가 달리 돌아간다는 걸 몰랐다? 그럴리가 있나. 5천만원 카톡도 해당 카톡방 공지만 봤어도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들을 탓할게 아닌 것이, 공사 측이 이번 일을 크게 만들었다. 지금 나온 안대로라면 보안검색요원들 중 40%는 경쟁채용으로 직고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에 따라 전환대상자들의 반발을 샀다. 그럼 적게 직고용해서 본사 정규직 노조쪽은 조용한가? 그렇지않다. 보안검색요원이 다들어오면 1900명 정도인데 이정도 인원이면 본사 인원 과반수를 살짝 넘긴다. 정규직노조 하기에 따라 직고용인원은 줄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외부에 퍼지기 전에 이미 대립은 격화되어있었다. 마치 어거지로 판을 키우고 싶었던 것처럼.
그럼 왜 하필 40%일까?
1. 순차적으로 전원 직고용
2. 현직 정규직 노조를 압박하고 싶어한다
1번일 가능성엔 매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만 있는 게 아니기때문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일부 보안검색요원만 직고용해줄 경우, 한국공항공사에서 근무한 보안검색요원들이 가만히 안있는다. 자기들도 직고용해달라고 형평성 앞세워 들고 일어난다.
그럼 2번이란건데, 올해 인천국제공항의 재무상황과 평균연봉은 2번의 근거가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2020년은 항공업계에 재난이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국가 간 교류가 줄어들고 공항이용객 수치도 폭삭 주저앉았다. 한일무역분쟁 중에도 적자가 나지않았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상 첫 영업이익 적자가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 19가 터진 상황에서 사장 및 임원진도 급여를 20%~30%씩 반납한 상태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민간기업은 대대적인 연봉 삭감
https://www.news2day.co.kr/152465
헌데 인천공항공사의 연봉은 성과금포함 초봉 5천(추정치) ~ 평균 8천 9천 정도다. 문젠 인천공항공사같은 공기업 본사 노조들은 힘이 매우 세다. 특히 입사자들의 높은 스펙을 앞세우는데 신기하게도 이게 또 사회적 여론에 먹힌다. 엄밀히 말하면 스펙과 연봉은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지 않는다. 가령 대기업 상무하다가 황혼기에 소일거리 삼아 7급공무원시험으로 입직했다치자. 그럼 이 사람에게 억대 연봉을 주어야 하는가?
평균연봉 8천만원~9천만원은 공기업 중에서도 탑급이며 대기업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스펙이 높다해서 연봉을 높게주어야한다면, 파업을 밥먹듯이한다고 욕먹는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한테도 뭐라하면 안된다. 그쪽 입사 스펙도 만만치않다. 사기업이어도 이럴진대 공사는 혈세가 들어가는 공기업이다.
하지만 여기에 보안요원을 직고용해서 끼워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현직 대기업 노조는 인건비 나눠먹기 압박을 받는다. 그러니 보안요원들을 자회사로 밀어내려고 집단 반발할 건 뻔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성과금이 줄어들 예정이었다. 그런데도 40%라는 애매한 수치를 내세워 강행했다. 이 40% 중 얼마나 직고용하느냐에 따라 기존 본사 직원들은 과반수를 뺏길 수도, 유지할 수도 있다.
http://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6811
40%. 40%가 왜 애매하냐면 강행했을 때 전환대상자 본인들도 반발할 게 뻔한 수치였다. 10명 중 4명이면 거의 절반이라 무시할 비중이 아니다. 자기 동료들은 다되는 와중에도 자기는 안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리고 보안요원이라고 해서 전부 직고용대상자인 것도 아니다. 보안요원 중에서도 보안'검색'요원들만 대상이다. 이러면 내부갈등은 필연적이고 연봉이나 처우개선 정도에 만족하고 다같이 자회사로 가자 소리도 나올법하다.
그러나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단 전환대상자들이 줫다뺏는다고 인식해 기분 나빠할 수 있다. 그리고 일이 너무 커져서, 취준생들 반발도 만만치않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에 자회사 혹은 본사직고용을 통해 정규직 전환되는 직무들 중에는 <교대근무논란>이 걸려있는 것들이 많다.
https://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7047602
이번에 자회사 전환된다는 17년차 현직자 글을 보면, 주간 10시간 야간 14시간 주야비 근무에 3시간 일하고 1시간쉰다고 되어있다. 교대동선으로 실 휴식시간은 40분 정도. 그러니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원을 적게두는 교대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근무강도가 강한 건 당연하다. 실은 한국공항공사 쪽도 3조2교대때문에 말이 많았다.
만약 보안검색요원들을 자회사로 환원시키고 교대시스템을 바꾼 뒤 인력을 증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환대상자 간 갈등도 줄어들고 취준생들 반응도 반전된다. 위에서 구직자들도 '급'이 있다고 쓴 이유가 이 부분때문이다. 초봉 5천 평균 연봉 8천을 준비중인 구직자가 더 많을까, 아니면 평균 연봉 3천만원 구직자가 더 많을까? 참고로 청년구직자 희망연봉은 통계별로 차이는 있으나 2900만원 ~ 3100만원 정도다.
그럼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 바로 그러기 위한 직고용 60% 경쟁채용 40% 추진이라는 거다. 이번 사건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본사 연봉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고액연봉을 삭감하거나, 최소한 코로나 19로 인해 삭감되는 성과금을 복구시키지만 않는다면, 추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
2013년
http://thestory.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11/2013101100624.html
이번 논란에서 언론보도들을 보면 참 신기한 부분이 있다. 일단 자회사문제vs본사직고용문제를 굳이 정규직화 반대라는 프레임을 짜서, 공부하는 청년들 호구만든다고 충돌시키는 바로 그 언론들은, 과거 공기업을 쪼개고 외주화시키는 것을 지지했던 언론들이다. 쪼개져나간 그 직장들은, 들어온 신규들이 많이 그만 둘 정도로 대우가 나쁘고, 애초에 외주화시키지않았던 게 시험공부하는 청년들에게 더 이득이었을 거란 점은 싹 빼놓고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번 정규직 전환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언론사들은 과거 인천공항공사같은 공기업들을 '신의 직장'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방만경영한다고 맹공 퍼붓던 언론사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헤드라인은 (평균 임금 8천만원 인천공항공사, 그들의 연봉은 하늘로 이륙했다 - 링크)
정말 이번 사건의 타겟이 전환대상자나 자회사가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