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사태는 단순히 테러방지법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테러방지법 자체도 작은 이슈는 아니었지만 선거구획정안이 인질로 잡혀있던 것이 상당히 컸다. 정치에 짙은 혐오감을 느끼는 부동층 입장에서 총선이 연기 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솔깃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다. 누구를 찍건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절망한 사람들은 폭풍을 바라고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정치개혁이 이뤄질거라는 기대를 접었기때문에 정치혐오를 가진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스스로 중단해버린다. 기가막힌 것은 그 핑계가 총선연기는 피해야한단 것이었다. 일반 유권자들에게 선거일정이 중요한 문제였을까? 그렇게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층의 역적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은 파탄났던 거다.
이것으로 인해 국민의당은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었다. 3월 10일 새누리당이 국민의당의 중재안과 더민당의 대안을 완전히 무시하고 밀어붙였다면, 이후 안철수가 선거연대를 거부했을 때 야권분열 책임론이 부각되었겠지만, 필리버스터 중단은 어디까지나 더민당 단독으로 벌인 일이었다. 국민의당이 아무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국민의당의 명줄을 더불어 민주당이 붙여준 셈이었다.
http://www.i-bait.com/m/zine_view.php?start=0&no=192&no2=10
또한 필리버스터는 경제민주화 공약과의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그 과정은 다수결로 이루어진다. 당시 파견법이 묶여있던 상태였는데 테러방지법 표결이 강행되어 통과된다면 파견법도 같은 과정으로 통과될 수 있다는 공포를 유권자들에게 인식시켜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어버렸다. 뒤늦게 다수결에 밀려 어쩌고저쩌고 울고불고 짜보았지만 총선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말한 그 시점에서 정치에 신물난 사람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는 그저 정치쇼였을 뿐이었다. 최소한 파견법 말이라도 꺼내고 필리버스터를 중단발표를 했었어야했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나왔던 "이념 논쟁으로 끌고가면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은 정말 코미디나 다름없었다. 경제민주화라는 두루뭉실한 슬로건으로 프레임을 전환할 수 있다? 최저임금 9천원 오보 사건 인터뷰를 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좋은 선거공약이라 하더라도 선거운동기간에 나오는 것들은 상대방이 페이크 좀 섞어주면 경쟁력이 상실된다.
'정치 >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학규 전 국회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유세지원을 해줄 이유가 없다 (0) | 2016.04.08 |
---|---|
2013년 어느 사람의 20대 총선 예언 (0) | 2016.04.07 |
페이퍼 컴퍼니 질문을 받은 아이슬란드 총리 (0) | 2016.04.07 |
20대 국회의원 선거(20대 총선) 마지막 변수 (0) | 2016.04.05 |
한국이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느낄 때 (0) | 2016.04.05 |
20대 총선 개표참관인 모집 링크 (0) | 2016.04.04 |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판세 여론조사는 중앙일보가 가장 깔끔하네요 (0) | 2016.04.04 |
도널드 트럼프가 한반도 전쟁 불개입과 주한미군철수에 대해 발언하다? (0) | 2016.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