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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론은 정말 특이한 구도를 갖추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낙수효과에 대한 의문을 품은 뒤, 그 반대반향으로 선회하면서 숫자가 불어났다. 그런데 정작 최저임금 인상이야말로 임금인상분을 위에서 부담해준다는, 낙수효과와 뗄 수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단지 이기심을 바탕으로 흐름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초창기 최저임금 인상론 반대목소리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반대목소리에는 돈을 더 많이 지불해야하는 사업주들이 주축이었지만, 실은 그 반대쪽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이들은 복지론자들로, 최저임금 인상을 증세와 복지로 메워주어야할 저소득층 보조를 자영업자와 같은 사업주들에게 떠넘기는 정책으로 본 것이었다. 국가의 직무태만으로 본 것.
최근 많이 언급되는 편의점을 예로 들면, 최저임금을 준수한다는 가정 하에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이 인위적으로 올랐을 때 임대업자(임대료)와 본사(로열티)와 소비자와 편의점주가 그 짐을 나누어 짊어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갑을논리에 따라 편의점주 혹은 소비자가 몽땅 덤터기 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모순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은, 사람들이 중부담 중복지와 같은 복지정책을 말하면서도 정작 심리적으로는 걸리는 게 있었기때문이다. 가령 복지정책을 늘렸을 때 자신이 짊어질지도 모르는 증세부담에 대한 걱정, 색깔론에서 비롯된 사회주의적 정책에 대한 거부감, 특히 일하지않는 사람에게 혜택이 간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있었기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최저임금 인상론은 소득을 보조해주는 정책 임과 동시에, 정부의 개입이 일정 선을 넘지않도록하는 타협책 내지 심리적 저지선이기도 했던 셈이다. 그리고 그 저지선은 붕괴되었다. 사실 올해 새해가 시작되자 물가인상 기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나왔는데, 사실거짓여부와 상관없이 그것이 인위적인 것이었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었으므로 그 시점에 이미 좌초되는 것이 반쯤 확정되어있었다. 문제는 정책취소에 대한 후폭풍이었는데, 탈출은 대통령의 '공약 못 지켜 사과'와 편의점주들의 집단행동으로 탈출구가 열렸다.
그렇게 탈출구가 열리고나면 그 뒤에 놓일 선택지는 더불어 민주당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에게 유리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일단 규제완화와 같은 친시장적인 정책은 지지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없기때문이다. 지금 당장 급한 상황이고, 당장 현금이 들어와야하고, 하다못해 물가라도 낮아져서 당장 나가는 현금이 줄어야 한다. 그 시간이 없어서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인상 공약을 내놓아야 했다.
더군다나 현재 예제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편의점문제는 최저임금인상을 반대하는 데에는 가장 효과적이지만 친시장적 정책이나 규제완화의 근거로는 반감만 살 뿐이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거저 로열티를 받아가는 것이 아님에도, 맹비난을 받는 이유는 출점거리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다닥다닥 점포수를 마구 늘리고 또 그렇게 마구늘리는게 유리한 계약을 맺기때문이다.
정부에서 경험도 해봤지만 재계의 힘이란 것이 보이지 않고, 돈이나 버는 사람들같지만 그 사람들의 탐욕을 절제하게 만들려면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제가 관료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관료가 그들의 힘을 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가 경제수석을 했는데 내가 비교적 힘이 강한 경제수석이라고 소문이 났던 사람이었음에도 나에게 직접 와서 협박하는 재계 총수도 있었다. 협박 내용은 '대통령도 임기말 이후까지는 있을 수 없는데 나이를 보니 몇십년은 더 살 텐데 그후 어떻게 살거냐'고 했다. 우리 관료들은 사전적으로 감히 그 사람들에게 저항하는 얘기를 할 수 없다. -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그보단 보호정책을 늘려달라거나, 현금이 덜 나가도록 물가를 억제해달라거나, 복지를 늘려달라거나인데, 어느 쪽도 국가권력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여론이 다다르게 된다. 가령 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야당의 반대로 묶여있다. 이것을 누르려면 국가권력을 몰아줘야한다. 물가를 내리자고 말을 하는 것도 정부권력이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이건 한국의 소비재 품목 중에 과점이 많기때문이다. 통신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극단적인 예로 문재인 정부가 통신비 인하압력을 가하는 것과 박정희, 전두환, 하다못해 노태우, 김영삼 정부가 통신비 인하압력을 가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빠른 효과를 얻겠는가? 복지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종국에는 다음 총선도 싹쓸이를 줘야하나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를 간접적으로 서포트해주는 게 독재정권 시절 경제성장이라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니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