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과 정치적 악용 의견이 교차한 5주기가 지났다.
책임자 처벌 문제는 왜 아직도 논란중이며 정치적 이용 논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당시 사고가 일어난 직후 세월호 사건의 비판여론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하나는 '~만 했어도 살 수 있었는데'로 표현되는 초기구조과정에서 벌어진 미흡한대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침몰사고가 안전불감증으로 벌어진 인재라는 분노였다. 그 시점에서 외력설은 가설수준이었기때문에 내부원인에 논란이 집중되었다.
초기구조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은 다시 선장 및 선원(퇴선지시를 하지않음)과 해경(미흡한 초동대응) 둘로 나누어지고, 침몰원인에 대한 논란은 내부원인을 제공한 해운사(과적, 평형수부족, 선박개조, 과속)와 그것을 감시할 책임이 있었던 국가 둘로 나누어졌다.
정리하면 세월호사고 여론의 타겟은
- 퇴선지시를 하지않고 자기들끼리 먼저 빠져나온 선장 및 핵심승무원 - 초동대응이 미숙했던 해경, 특히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123정 - 과적, 평형수부족, 선박불법개조의혹, 과속운용의 책임자인 해운사 경영진과 선장 및 핵심승무원 - 선박불법운용을 감시할 의무가 있었던 해경 등의 국가기관 |
이렇게 넷이었다고 보면 된다.
앞의 둘은 책임자처벌이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핵심승무원들은 무기징역을 받은 선장을 비롯해 5년 ~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정장도 업무상과실치사로 징역을 선고받으며 어느정도 정리되었다. 지휘라인도 징계를 받았다. 일부에선 징계수위가 약하다는 불만이 나왔으나 구조미흡은 초반대응에 이목이 쏠려있었고 이들이 초반구조현장에 줄 수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었기때문에 이쪽은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그런데 뒤의 둘에서 문제가 생겼다. 원래 선박운용의 1차 책임자는 선장 및 핵심승무원이었다. 허나 이들이 사고 초기에 퇴실방송없이 먼저 빠져나온 것이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그바람에 이들이 과적, 평형수부족, 과속운용의 1차 책임자라는 사실이 묻혀버렸다.
그러면 그 역할을 2차 책임자인 경영진이 제대로 떠맡았는가하면 그렇지않았다. 실소유주 1인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보수종편을 비롯한 언론들은 구원파에 집중하거나 김엄마니 신엄마니하면서 유병언 1인에게 포커스를 집중하였다. 그러다 정작 실소유주인 유병언 씨가 사망하자 책임소재가 붕 떠버렸다. 나머지 경영진들은 묻혔다. 뒤늦게 청해진해운 대표이사, 선사 임원, 화물고박을 맡았던 하청업체 측 책임자 등이 형량이 부족하다는 논란 속에서 징역, 금고형,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으나 존재감이 없었다.
선박불법운용을 감시할 의무가 있었던 해경 및 국가기관 쪽 책임소재도 붕떠버렸다. 이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경해체라는 최악의 실책을 저질러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야 조직해체도 책임을 묻는 방법 중 하나이긴한데 당시는 상황정리가 명확하게 다 이루어지지않은 상태였다.
대개 이런 인재성 재난이 터지면 대통령과 단속실무를 맡은 국가기관들이 책임을 나누어 짊어지는 게 정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나하나 다 직접 단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은 최종책임자로서 중간관리자 내지 일선 실무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않은 책임만 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과 책임을 나누어 짊어질 국가기관을 자기손으로 날려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둘은 국민들에게 거대한 '책임의 공백'으로 남게되었다. 책임의 공백 속에서 갈곳이 없어진 원망과 비난은 최상위책임자인 대통령을 향했다. 여론은 과적, 평형수, 불법개조 등의 안전불감증 문제와 단속책임논란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문제 중심에서 벗어난 이 여론공세는 7시간으로 굳혀졌다. 민주당 측에선 7시간을 지속적으로 언급했고 반대로 새누리당 지지자 측에선 대통령이 재난전문가도 아닌데 정치공세를 편다고 격한 반발을 하면서 프레임이 굳어져갔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시작점인 과적과 단속문제로 돌아가야했는데 잠수함 충돌설이나 고의 침몰설, 심지어 인신공양설(...)의 방해를 받았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확실한 원인으로 지목된 <과적 평형수 부족 화물부실결박 등>에 대해 핵심승무원, 선사, 국가기관, 대통령이 각자의 책임을 지고 그 후 선박불법개조가 확정됨에따라 책임이 추가로 얹어지고, 보강조사를 통해 외력설이나 유압장치같은 복합원인이 추가로 발견되었다면 더 무거운 책임이 얹어지는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정리되었을 일이 완전히 꼬여버린 것이다.
꼬인 일을 풀기위해 원점으로 되돌아가지않고 편법으로 해결하려다 유가족 미행, 사찰논란이 터졌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구체적인 시작점으로 되돌아갔을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책임이 지워졌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책임소재를 밝혀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었을까, 아니면 추모라는 말로 얼버무렸을까. 아직도 구체적인 이야기없이 추모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한다면 솔직히 정치적으로 울궈먹는다, 심지어 더 울궈먹고 싶어한다 소리 들어도 할말 없을듯하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세월호 5주기에 유가족들은 우선 처벌 대상 18인 명단을 발표하였다. 박근혜, 황교안, 김기춘, 김장수, 우병우, 이주영 등등... 전임 정권 인물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유가족들은 이럴 수 밖에 없을 것 같긴하다. 이렇게 큼직한 정치적이익을 안겨주지않으면 과연 정치인들이 바쁘게 움직여주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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