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펼치기(클릭)]
- 온라인 개학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기에 '교육혁명'은 너무 투박한 단어고, 리빌딩(rebuilding)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스포츠인 야구용어인데, 얼마전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단어다. -
사교육에 밀린 공교육
2월말 중국인 유학생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개학강행이 언급되던 시기에,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를 비난하는 글을 일주일 내내 쓴 적이 있었다.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단체감염될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이게 한국 교육 체계를 뒤바꿀 다시없을 기회였기때문이다.
만약 그 2월 말 시점에 개학연기가 된다면 그 뒤 추가연기는 불보듯 뻔했다. 이미 한번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가 다시 쌩난리가 나는 경험을 했었고, 선거 1달전이다. 개학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결국 결과는 예상대로 온라인 개학이었다.
https://1boon.kakao.com/ktestate/012601
사교육 1타강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대한민국 '명문 학군'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추출해낼 수 있다. 그 중엔 잘알려진 것들도 있다. 가령, 부유한 부모들이 모인 동네는 그만큼 양질의 사교육시장이 형성되기 쉽다. 큰 손들이 많을수록 그 수익을 가지려는 우수한 강사들이 모인다. 또한 명문 학군 가정들은 집에서부터 공부습관을 길러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수행할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런 집 학생들이 많을수록 면학분위기를 망치는 학생들의 비율이 낮아진다.
그런가하면 놓치기 쉬운 요소도 있다. 바로 명문학군의 부모들은 학벌이 좋다는 것이다. 단순히 학벌이 좋다거나 학력이 높다는 뜻이 아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베테랑 주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살림에 잔뼈가 굵은 주부는 야채를 사더라도 이게 맛이 잘들었는지, 가격이 적당한지, 싱싱한지 등 좋은 야채를 고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유한 사교육시장이 형성되어도, 어떤게 좋은 강의인지 가려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명문학군의 부모들은 본인들부터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이다. 온라인 강의를 보았을 때 이게 좋은지나쁜지 가려낼 수 있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부모들이 자기 소중한 자식을 대충 소문듣고 아무 강사에나 맡길까? 좋은 강의인지아닌지 자기가 보면 아는데.
인강(인터넷강의)의 확대보급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소비자의 평가가 더 활발하게 반영되는 동안, 공교육은 낡디낡은 장학사 제도에 붙잡혀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벌어졌다. 그러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개학 시대가 열렸다. 격차는 상상이상이었다.
뻔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컸는데도 불벼락떨어졌다는 '예측력'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자 EBS의 백업을 바라보는 '적극성' 영상 화질이 너무 나빠 도저히 못보겠다는 '강의품질' |
교사입장에서 변호를 해보자면, 일단 EBS에 의존하는 건 수능출제가 EBS위주가 된 탓도 있다. 대입을 치른지 오래된 사람들은 어색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2004년부터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수능문항이 EBS교재와 직접연계되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채택했었다. 그에 따라 사교육에서도 EBS를 베이스로 잡고 있고, 최근엔 영어지문부담 덜어줄랬더니, 학생들이 한글번역본을 달달 암기한다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논란이 생길 정도로 EBS의 비중이 높다. 그러다보니 학교입장에선 처음이라 어색한 온라인 강의를 전송하느니 차라리 EBS틀어주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이걸 마냥 그릇된 결정이라고 보긴 어렵다.
또한 행정지원도 미흡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단 온라인개학 확정부터 개학 당일까지 교사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일주일이었다는 증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촉박한 기간이면 전문가가 필요한데, 촬영기사가 지원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젊은교사들이야 적응한다지만 나이든교사에겐 매우 생소할 수 밖에 없다. 강의스튜디오를 렌탈하거나 촬영해주는 업체들도 있긴한데 이쪽은 3월 대학교 온라인개강 때 예약이 꽉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예약폭주가 해소되었으려나? 하다못해 학원들 휴업시키면서 협조라도 좀 받지...국가시험 일정들을 과감하게 연기시키고 휴업유도했으면 관련 학원들 자원을 끌어올 여유가 있었을텐데. 하긴 웹캠도 자비로 산다는 판국이다.
대학교는 이게 더 심해서, 하필이면 유튜브로 수업을 시도하다 부작용을 겪은 대학수업사례도 나왔다. 이참에 도전하겠다는 열정은 좋았지만 하필 플랫폼이 유튜브였다. 아마 유튜브가 유명해서 그렇게 된거같은데, 온라인강의용으로 상용방송플랫폼을 사용한다했을 때 유튜브는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http://news.zum.com/articles/30695563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스트리밍은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카카오TV 정도(네이버TV는 개인방송자용이 아니다)인데 이 중 트위치는 피크타임에 시청자를 북미쪽으로 우회접속시킬정도로 한국서버능력이 부족하고, 유튜브는 익명성이 강조되어 출결이 힘든데다 초보자가 사용하기엔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 아프리카는 인터페이스는 편리한데 수위가 높은 방들이 좀 많다. 인터페이스가 편리하다는 점, 비공개와 신원파악이 용이하다는 점, 대기업이라 서버증설이 용이하다는 점, 국내기업이라 법률통제가 쉽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가장 먼저 언급될 플랫폼은 카카오TV였는데 어째 존재감이 별로 없는듯...
그리고 교육부와 학부모, 언론 등의 욕심이 과한 측면도 있다. 특히 언론은 양방향 학습에 대한 기대치를 잔뜩 높여놓는데 일조했는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교육도 온라인라이브특강은 잘 안한다. 트래픽비용문제도 있지만, 강의 도중 중간중간 실수하거나 흐름이 끊기는 부분을 편집해야하기때문. 가뜩이나 첫 시도다.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양방향 수업에는 사회적평가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예전에 40년차 월급이라고 시끄러웠던 글.
40년차든 10년차들은 월 1000만원이면 어떤가 능력만 있다면야.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개학 시 강의방식은 준양방향 정도가 좋다고 보고있었다. 그러니까 강의는 교사수업을 미리 녹화해 둔 걸 틀어주고, 틀어주는 동안 학생들의 상태는 캠으로 확인하되 수업 후 Q&A는 라이브로 받는 정도로. 이유는 4가지었다. 먼저, 온라인 개학이 처음이니만큼 중간중간 실수를 영상편집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점. 학부모들 중엔 극성맞은 사람들이 있기때문. 둘째는 녹화영상이어야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기 편하다는 점.
셋째는 최근 교권추락으로 교실 내 면학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사교육과 달리 학생을 가려받지못한다. 사교육은 최소한 부모나 학생 둘 중 한쪽이라도 공부하러 올 의지라도 있는거지만 학교는 강제다. 그러다보니 중간중간 수업에 노골적으로 방해되는 학생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옛날처럼 두들겨 팰 수는 없다. 그렇지만 녹화카메라가 칠판을 향해 돌아가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몇몇 학생들이 수업방해하기 껄끄러워진다. 화면이 칠판고정이어도 소리는 녹음된다.
방학월급문제엔 기간제 쪼개기 차별이라는 폭탄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9M53uKRPl8
가장 중요한 건 4번째. 이렇게 녹화된 강의가 존재해야, 교사가 강의를 풀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교육부가 허가를 내줄 수 있다. 시장평가를 받는 것은 교사 강사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시장평가를 받게해 공교육발전을 유도하려면 경제적보상이 제대로 주어져야 한다. 아니, 공교육 교사라고 억대수익올리지말란 법이라도 있나?
특히 교사 소득보전을 위해서도 필요한데, 교사는 일반공무원과 다르게 방학기간 월급 수령 문제가 잊을만하면 수면에 떠오른다. 이거 절대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예전에는 '야간자율학습'이란게 보편화되어있었고 지방 비평준 고교급만되도 방학 중 보충수업이 열릴 정도로 근무시간이 많았지만 이젠 그런 방패도 사라졌다. 코로나 19로 경제적 타격이 심화되면 정부재정문제도 불거질텐데 교원단체들이 버텨낼 수 있을까 과연?
http://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6&idx_800=2390720&seq_800=10384584
어쨌든 온라인 개학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좋든싫든간에 이번 온라인 개학 하나만큼은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업적이 될거다. 각종 미흡한 점때문에 비판받을 수 있지만, 온라인 개학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장관진 중에 전문성부족을 명분으로 내내 저평가를 받아왔는데, 교육부장관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이 '전문성'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전문성이라면 전임 장관이 훨씬 더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 수능비율논쟁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수능도 내신도 싫어하며 자기들 마음대로 학생 뽑고싶어하는 대학들, 공정성을 이유로 정시확대를 바라고 있었던 사교육계, 정시확대를 반대하던 진보교육계, 수능내신 절대평가를 주장하던 전교조 등...교육정책토의가 아니라 이익집단들의 전쟁터였다.
하지만 이익집단들을 적당히 흘려듣고 조율하고 때론 억압하는 전문가가 바로 정치인이다. 물론 그 정치력이란 것도 국회의원 출신인 덕도 있긴하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도 능력은 능력이다. 자기가 지역구선거에서 1등해서 얻은 타이틀이다. 만약 현직 교육부총리가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이익집단들이 단체로 들고일어난 사립유치원 휴업사태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일선 교사 중에선 온라인 수업이 부담스럽다며 언론에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19 여파 속에서 일선교사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할 온라인개학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참고로 싱가포르가 개학강행했다가 확진자 폭증으로 개학철회하고 뒤늦게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정치 >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드러난 무서운 PK TK 호남 수도권 구도 (0) | 2020.04.20 |
|---|---|
|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민주당 압승, 미통당(통합당) 총선 참패 원인 14가지 (0) | 2020.04.16 |
| 코로나19 외국인 입국자의 격리 수기 (0) | 2020.04.13 |
| 재난기본소득 경기도 + 시,군 합산 금액 표 (0) | 2020.04.13 |
| 21대 국회 사전투표 및 4.15 총선, 미래통합당 선거전략 미스터리 (0) | 2020.04.09 |
| 두산중공업 지원 논란과 탈원전 정책 비판이 나사하나 빠진 이유 (0) | 2020.04.07 |
| 총선 연기 반대로 투표소 감염 폭발 시 21대 국회는 자진사퇴/해산해야 (0) | 2020.04.04 |
| 잠실운동장 선별진료소는 안되지만 코로나 총선 일정 강행은 찬성? (0) | 2020.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