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후보가 모병제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홍준표 후보가 지난 대선보다 유리한 점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의외의 선택이다. 원래 홍준표 후보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었던 것은 '확장성'이었다. 특히 젊은층에서 홍 후보를 향한 비토정서가 상당했다.
그런데 한겨레 경향 메이저 진보언론들이 극단페미니즘을 양지로 끌어올렸다.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이 싫어할 후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식으로 나오기시작했다. 당연히 홍준표 후보는 잠재적 수혜자이고, 이미 이준석 당대표는 득을 많이 봤다. 까놓고 말해서 이준석 당대표는 그냥 안티페미, 반페미 원툴이다. 언론들이 '국민여론조사를 당원투표로 뒤집을거야? 후폭풍 자신있어?' 양념정도 첨가해주었을 뿐 이준석 열풍의 코어는 명백하게 안티페미가 맞다.
다만 보수언론에선 이악물고 안티페미 원툴임을 모른 척 하는데 그야 보수언론들은 한겨레 경향처럼 멍청하지않기때문이다. 기대하지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반대로 기대치가 높은 유권자는 실망하고 이탈하기도 쉽다. 명색이 10대일간지가 극성페미니즘을 양지로 끌어올린 건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을 도와준 게 아니라 돌려까고 엿먹이는 행위였다. 이번 서울보궐선거에서 다수의 젊은 여성유권자들이 여성의당으로 이탈했다. 나중에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마느냐를 떠나서 일단 이악물고 부정해두어야 당대표의 운신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홍준표 후보의 모병제는 꽤 의외다. 모병제 공약의 가장 큰 문제는 모병제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에게 '이중부과' 해야한다는 점이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않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부과하는 건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병제 전환에 필요한 비용은 공무원 인건비로 비추어보았을 때 매년 약 20조원. 연 4조원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부사관 1호봉 90%만 주고 그것도 2년 비정규직 채용조건을 가정한 계산이다. 20만명을 채울 수 있을 지부터가 의문일 뿐더러 그렇게 헐값에 채워놓은 인원이 과연 좋은 인적자원일 수 있을까?
4조원~8조원은 여성징병제와 모병제를 병행 시행했을 때나 맞을 계산법이다. 국민의힘은 한 술 더 떠서 모병제 전환비용을 4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던데 아마 모병제 전환 후 병력감축분을 신규장비로 대체하는 것까지 반영한 것 같다. 확실히 최신 군사장비는 전세계적인 군축바람으로 규모의 경제가 맛이 간 이후 대단히 비싸다. 저가형 장갑차 1대에 12억, 흑표 전차 1대에 100억, 염가형 호위함 1대에 3천억, KDDX 구축함 1대당 1조원, 최신형 F-15ex 전투기 1대에 900억이다.
연 40조원를 제껴놓고 연 20조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국방의 의무를 하지않은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병역비는 최소 연 400만원이상이다. 부동산같은 '자산'에 증세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힘'이 그럴 리는 없을테고. 비혼 여성들이 이 비용을 다 낼 수 있을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단 여자 쪽에선 출산으로 국방의 의무를 갈음한 사람들이 제외된다. 출산여성들에게 방위세를 걷긴 커녕 출산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성 쪽에선 징병율이 너무 높아져 죄다 빠져버린다. 00년대 이후 병역검사 불합격률은 5%에 불과하다. 비유적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장애가 있는 사람빼곤 전부 현역 또는 보충역 판정을 받는다. 90년대에도 현역판정률은 75%이상은 됐었고 80년대에도 절반은 갔었으니 실상 남성 쪽에선 병역세 부과대상자가 거의 없다.
만약 여성징병제와 모병제를 병행 추진한다면, 국방의무를 수행한 사람들에게 더 걷는다는 불만이 있어도 여성징병제 하나로는 모자라기때문에 모병제도 같이한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하다. 이게 아니라면 모병제 전환 비용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에게도 부과해야한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모병제 쪽으로 기운 건 이해가 간다. 주 지지층이 40대이기때문이다. 최근의 산모출산연령을 감안하면 여성징병제 시행 시 딸들을 군대로 보내야하는 건 현 40대 50대다. 2030 여성들은 군대가기엔 너무 늦었다. 여성징병제를 싫어하긴커녕, 2030 비혼여성들은 여성징병제 대신 모병제가 시행될 경우 병역세를 가중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병제 쪽으로 기운 건 이해라도 가는데, 국민의힘이 모병제를 고집하거나 '여성희망복무제'같은 말장난만 치는 이유는? 결국 세금많다, 복지많다 정부예산 비대하다고 공격하면서 본인들의 국방정책은 돈 많이 들 공약으로 통일되었다.
보편복지정책은 현금으로 되돌려주기라도하지 군대에서 구른 사람들한테 돈 더 내란다. 그것도 국민의힘 측 주요인물들은 면제(윤석열), 방위(홍준표), 산업기능요원(이준석)이다. 이들이 현역 기복무자들에게서 병역세걷을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면 반발이 없다는 게 말이되나.
얼마 전 추미애 후보가 꽃처럼 대접받길 원하냐면서 최근 페미니즘의 극단성을 지적하는 발언을 했다. 남성배제적 페미를 경계한다는 명분이었다. 추미애의 페미 발언과 국민의힘이 얼마나 다른 지 대조해보고, 병역정책이 얼마나 다른 지 비교해보았을 때 국민의힘은 '이대남' 열풍을 유지할 수 있을까. 대단히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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