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대표가 2021년 당대표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NCS나 컴활같은 능력이 필요하다고 공언 한 적 있었다. 재미있는 건 정작 2021년 공무원 시험에선 컴퓨터활용능력 가산점이 사라졌다. 해당 자격증 소지자들이 손해 본 건 당연지사. 그렇다면 시험과목을 바꾸면 공천시험 시비가 사라질까? 하지만 시험과목을 무엇으로 바꾸든 간에 시험으로 '공정'을 추구했을 때 따라나올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다.
공정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시험을 채택했을 때 따라나오는 단어가 '기회'다. 하지만 엄밀히말해 기회는 평등할 수 없다. 일단 준비할 수 있는 돈, 시간, 환경이 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시험이라는 잣대도 얻고자하는 결과물과 1:1로 매치되지않는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채용했던 사람이 현장에 적응하지못하고 사표를 던지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기회는 평등할 수 없어도, 적어도 좀 더 평등하게 만들 순 있고 최소한 사회적으로 '평등하다고 느끼게'만들 수는 있다. 먼저 돈, 시간, 환경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지원을 해주는 방법이 있다. '공교육'이 대표적이다. 정치쪽에서도 이와 유사한 청년정치인재 교육과정이 열리곤한다. 그러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경쟁에서 이기고자하는 사람들이 경력, 부모인맥, 사교육, 유학 등으로 앞서나가는 것까지 다 맞춰줄 수는 없다.
그래서 기회의 평등은 '앞서나가는 사람들의 스펙을 깎아내린다'. 수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대학입시에서 조기교육, 흥미, 재능, 고액사교육 등의 이유로 특정분야에 한해 교육과정을 훨씬 앞서나가는 학생들이 있다. 대한민국 수능은 이들을 고등학교 국영수사과 교육과정의 틀 안에 우겨넣는다. 그나마 수능을 보는 학생들은 동년배이기때문에 가능하다. 수능응시연령이 비슷비슷하다는 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시간도 각자 고만고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천은 다르다. 나이가 제각기인 경력자들을 NCS나 컴활같은 틀에 우겨넣으면 우겨넣을수록 기회는 '평등'해진다. 앞뒤 맞나 이거?
'평등'이라는 단어가 여러번 언급된 것을 보면 알겠지만, 원래 '한국식 과거제'는 '자본주의'와 거리가 매우 먼 방식이다. 자본주의=자유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등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 가장 잘 드러났던 이슈가 직고용/정규직 전환문제였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인국공)에서 큰 난리가 났었다. 그 때 시험을 통해 직고용이나 정규직전환을 해야한다고 한 사람들은 정말로 '공정'했을까?
해당 사건을 두고 이 블로그에선 '인국공 평균연봉은 공정한가?'라는 문장을 사용했었다. 몇 일 뒤 김두관 의원도 시험 합격했다고 임금 2배 받는게 더 불공정이라는 언급을 했었는데,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 때 해당 문장을 사용한 이유. '공정'의 의미를 자본주의 기반으로 설정한다면, 인국공에 채용되어야하는 사람은 '직무능력을 가진 사람 중 가장 값싸게 가격을 부른사람'이어야했기때문이다.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무직군 최종 경쟁률은 203.8 대 1 이었다. 전체적으론 70명 모집에 5390명이 지원했다. 그러면 5320명 중에 '더 싼 값이어도 좋으니 고용해주세요'인 사람이 없었을까? 만약 자본주의식 공정이라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직고용 줄다리기에서 앞서 '재공고'를 내야했다. 최소직무기준을 설정한 뒤 공고를 냈는데 경쟁률이 폭발했다. 그럼 연봉을 깎아서 다시 공고내고, 그래도 경쟁률이 너무 높으면 다시 공고내고, 다시 공고내고, 반복.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인국공문제에서 '자본주의 기반의 공정'을 이야기한 집단은 하나도 없었다. 시험을 보자고 했지 연봉을 깎자는 이야기가 앞에 있진 않았다. 시장원리대로 신입직원 희망에 맞춰 기존직원들 연봉을 깎는다면, 어렵게 시험보고 들어간 사람들이 손해인 건 있다. 그래서 원래라면 그 부분부터 극심한 진통이 시작된다. 하지만 당시 항공업계는 대규모 감봉 및 구조조정을 겪고 있었다. 코로나 19의 영향이었다.
또한 '불공정'을 이야기한 사람들 말한 '시험'은 '공정한' 시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공정한 시험이라면 자회사나 외주업체직원이 합격할테니 말이다. 해당 현장에서 직접 구른 경력직을 신입이 이기는 결과가 나오는 시험이 공정할 수가 있는건가?
그렇다고 자본주의식 공정을 따르자니 앞서 시험식 공정에 따른 결과물이 침해되며 '기회의 평등'에 대한 믿음이 박살나는 게 다음 수순으로 이어진다. 반대편에선 사람값어치가 지지선도 보이지않을정도로 떨어진다는 공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공정을 말했지만 모두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이야기했다. 단지 그게 다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준석 당대표 식 공정을 두고 '형식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형식적이라고 볼 순 없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스펙이나 경력을 '없었던 것'으로 하는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때문이다. 공천에서 사용 될 컴퓨터활용능력이라는 잣대도 마찬가지다. 컴퓨터활용능력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스펙의 비중은 깎여나간다. 그러면 나이 등의 이유로 경력이 부족한 쪽이 유리해진다. 기회는 '평등'해진다.
그렇다면 왜 자본주의 식 공정을 이야기한 정치인은 적었던 것일까. 왜 그나마 김두관 의원정도가 간접적으로 언급했을 뿐인가. 몰라서 말 안한 게 아니다. 아래 글을 보면 알겠지만 말을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거다.
https://comtonic.tistory.com/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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