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후보의 표가 공중분해되고 있다.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이슈화되었는데, TV토론 효과도 있겠지만 원래 정의당의 지지율이 그정도는 됐었다. 정의당은 노회찬-심성정 두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매우 큰데, 사표심리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다른 후보를 밀어 지지율이 잘 안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눈에 안띄어서 그렇지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도 제법 올랐다. 이 유권자들은 양 거대정당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다. 또한 원내 군소정당들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양당제에 질려버렸거나, 방향이야 어찌되었든 정치판은 물갈이 할 수록 제맛(...)이라는 사람도 있다.
19대 대선 초반, 거대보수정당 후보가 선두권싸움에서 한참 떨어져있었다. 그렇지만 정의당, 바른정당 지지후보도 당선권에서 먼 건 마찬가지여서 문-안 양강구도가 형성되었다. 안철수 후보가 군소정당후보인 것도 한몫했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단일화를 강요하는 구조로 되어있어서 1번 아니면 2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게도 1번, 2번에 해당되는 거대정당들은 이러한 선거제도를 고칠 생각을 안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기때문이다.
충청권의 자민련, 자유선진당이나 호남권의 국민의당처럼 지역기반이 없으면 군소정당들은 살아남는 것조차 힘들다. 한국의 병폐로 지적되는 게 지역주의인데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방식이다. 안철수 후보는 군소정당 출신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당선 후 선거제도가 양당제를 탈피하는 쪽으로 바뀌도록 힘을 실어줄 동기가 있다. 안철수 후보가 괜히 뽑았다 싶을 정도로 개판을 쳐도 그가 3당 합당같은 무리한 여대야소를 꾀하지 않는다면, 무당파나 군소정당 지지자는 최소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의석 수를 더 획득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배경이 있기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적대적 공존관계라는 말이 떠도는 것이다. 또한 이번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은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추측도 여기서 나온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최소한 선거제도가 거대정당들에게 손해되는 방향으로 바뀌진않는다. 그렇게되면 바른정당을 재흡수하는 작업도 쉬워진다.
문재인에 대한 비호감이 안철수 후보 지지율에 더해진면도 있다. 사실 문재인 후보는 정치인 개인으로서 색깔이 굉장히 약한편이다. 민주당이 만든 프로젝트 아이돌같다는 평이 있을 정도. 인공적인 느낌이 난다나 뭐라나.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게, 그를 지탱하고 있는 이미지와 기반 대부분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온 것이다. 괜히 무리해서 득보다 실이 크게 나타날 수 있으니 그대로 놔두었고.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을 날려먹었다. MB프레임이 씌워지는 와중 프레임을 깨기는커녕 친문반문구도에 놀아났고, TV토론의 부진이 겹쳐버렸다.
참고로 이 회사는 20대 총선 여론조사 예측 실패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떴다방식 ARS 여론조사가 총선 예측 실패의 주범” -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m/v/0f456d612efb4f1e9ddc80049dc86750
이제 곧 여론조사 공표, 보도금지가 시작된다. 사전투표가 기준이라면 이미 공표금지였어야 하나 여전히 기준은 선거일이다.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 등<개정 2015.12.24>)
①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나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개정 1997.11.14, 2005.8.4, 2017.2.8, 2017.3.9.>
제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개정 2015.8.13>)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4.1, 1995.12.30, 1997.11.14, 1998.4.30, 2000.2.16, 2002.3.7, 2004.3.12, 2005.8.4, 2008.2.29, 2009.2.12, 2010.1.25, 2012.1.17, 2012.2.29, 2014.1.17, 2014.2.13, 2014.5.14, 2015.8.13, 2015.12.24, 2016.1.15, 2017.2.8.>
파. 제108조제1항을 위반하여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 또는 인용하여 보도한 자, 같은 조 제2항을 위반하여 여론조사를 한 자, 같은 조 제6항을 위반하여 여론조사와 관련 있는 자료일체를 해당 선거의 선거일 후 6개월까지 보관하지 아니한 자, 같은 조 제9항을 위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 또는 같은 조 제10항을 위반하여 여론조사를 한 자
여론조사 공표, 보도금지기간은 이른바 블랙박스 기간라는 건데, 여론조작을 막기위해 존재한다. 공표하는 쪽에서 배째라 식으로 불공정한 여론조사를 발표하거나 실수로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발표될 경우 잘못된 것을 알고 여론이 수정되는 시점에 이미 선거가 끝나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아예 공표자체를 불법화해놓은 것이다. 1:1구도도 아니고 다자구도에서는 지나치게 눈을 막아놓는 게 아닌가 싶긴하다. 선호투표제였으면 크게 개선될텐데 바꾸지않고있다.
여론조사를 어디까지 신용할 것인가.
홍찍문이었던 보수여론도 안찍홍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만약 여론조사 20% 중반을 유지하다 내리막으로 끝났다면 하향세라는 인상이 남게되지만 상승세라는 인상으로 남기면서 공표, 보도금지 기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의 여론조사가 빗나가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순실 게이트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보수층들이 자신이 있게 자신의 지지를 밝히기 껄끄러운 상황이기도하고, 지난 20대 총선에선 여론조사가 빗나가버렸다. 지난 20대 총선이 크게 빗나갔던 것은 선관위가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해 놓기 때문이다. 이는 여론조사기관들이 자기마음대로 보정치를 줘서 여론조작을 못하도록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보정을 해줘야 여론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는상황에선 독이 된다.
홍준표 후보 캠프의 전략은 버릴 표는 버리자였다. 여기까지는 전략이 잘 먹혔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홍준표만큼은 막고보자”심리가 팽배해진다.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실버 크로스에서 나타나듯이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지방(TK, PK, 충청) 보수표와 60대 이상 유권자의 표심인데, 나머지 20대, 30대, 40대, 50대 비호감율이 너무 높다. 문재인을 싫어하지만 홍준표가 되면 어쩌냐는 것. 현재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월등하니 여유를 갖고 여론조사추이를 봐가며 투표하면 괜찮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위에서 설명했듯 조금있으면 여론조사가 갱신되지 않는다.
한국은 14대 대선에서 양자대결 최약 후보가 당선되는 역사적 경험이 있었다. 그 다음 15대 대선에서는 보수표 대분열이 터졌다. 그런데도 대선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번 선거 내내 전략투표를 호도하는 용어들이 튀어나왔다.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심찍홍(심상정 찍으면 홍준표), 심찍안(심상정찍으면 안철수), 유찍문(유승민 찍으면 문재인)... 반전은 19대 대선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현 단순다수제는 유권자들이 소신투표하지못하고 경우의 수를 따지게 만든다. 덕분에 변수가 많아져 흥미진진하지만 과연 이게 옳은 방식인지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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