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러쉬가 현실화되고 있다. 선거는 이번 19대 대선만 있는 게 아니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2020년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국민 여론조사 득표율은 김진태 후보의 3배나 되었다. 친박, 범비박, 친이계, 기타 나머지 후보들의 득표 합산보다도 더 많았다. 친박은 리더와 지지세를 잃었다. 남아있는 건 동정 뿐이다. 홍준표 후보는 계파색이 옅은 편인데, 그가 차기 대권을 노리며 친박을 비롯한 잔류의원들로 자기 파벌을 만들 수도 있긴하다. 그게 아니라면 계파보스급 거물 정치인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김무성 의원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붙어있다. 킹찍탈이라는 신조어의 장본인이다. 그렇지만 노년층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다. 이미지적으로는 듬직하다는 느낌을 주고 정치적으로는 상도동계 YS키즈 출신으로 '근본'있는 정치인이다. 유승민 후보는 비록 홍준표 후보에 처지기는 했으나 새누리당의 조원진 후보와는 압도적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까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백기투신해 보상격으로 당권지분을 받으면 바른 정당 의원들은 차기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재선될 수 있다. 보수정당에서 영남, 특히 TK 공천으로 나오면 거의 무조건 이긴다. 배신자 딱지라도 없으면 자유한국당과 붙어보기라도 했을 텐데 TK유권자들은 배신자들이라며 바른정당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유세차량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만들어진 자전거 유세단
한국의 정치제도는 군소정당에게 매우 가혹하다. 아마 유승민 후보는 함께하고 있는 바른정당의원들에게 많은 보상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장 이번 대선에서 선거자금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쉽게 단일화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갔을 때 적은 수이긴하지만 바른정당 지지자들의 실망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홍준표 후보가 중도보수층에 대해 이미지관리를 했다면 모르겠는데 그는 중도표는 거의 버리고 진보분열 속에 어부지리로 승리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보니 명분없이는 단일화가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대량 탈당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졌다.

안철수 - 문재인 틈을 파고 들어가겠다는 홍준표 진영의 전략
바른정당-자유한국당 후보가 단일화되면 가장 웃는 건 문재인 후보다. 문재인 후보에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철수 후보가 호남표와 중도표를 문재인으로부터 빼앗고, 비문, 반문이 아닌 양당제 타파를 명분으로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로부터 단일화까진 아니더라도최소한 문재인보다는 안철수가 낫다는 간접적 지지를 받는 것이었다. 그것을 자산으로 홍찍문 분위기를 조성하면 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40%대라도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무너져버렸고, 홍준표 후보는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때문에 눈까지 가려진 상태에서 바른정당과의 단일화까지 이뤄지면 안철수, 문재인, 심상정표가 나눠져서 홍준표가 당선되다는 말은 더이상 농담이 아니게 된다. 홍준표 후보의 표확장성은 낮다. 홍준표-문재인 양자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문재인 쪽으로 기울어진다.
자유한국당이 이왕 진다면 안철수보다 문재인 당선을 원하는 게 아니냐는 말은 이전에도 여러번 나왔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문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과 함께 거대정당끼리 적대적 공존, 담합, 야합을 통해 신생정당, 군소정당들의 진입을 틀어막고 차후 정권교체를 노리면 그만이지만, 중도보수로 평가받는 안철수가 되면 자신들이 극우가 되고 거대정당으로서 이득이 침해당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정권심판과 함께 3당체제가 성립되었다. 19대 국회에서 유권자들은 양당제의 단점이라는 단점은 모조리 겪었다.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는 것보다 내부 계파싸움에 열중하는 원내정당들, 거대여당의 존재로 제대로 견제받지않는 정부, 거대 정당 간 극한대립으로 인해 식물화된 국회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이 흐름을 정치인들은 되돌리려하고 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좌절감을 나타낸 그림.
그래도 주어진 선택지 내에서 최대한 물갈이를 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공화당과 사회당이 번갈아가면서 실망을 안겨주자 대선 판에서 완전히 물갈이를 해버렸다. 1차 투표에서 둘 다 탈락시켜버린 것이다. 한국은 어떨지? 차기정부가 실패했을 때,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 혹은 더불어민주당 거대정당들로 유턴을 할지, 아니면 다 때려엎고 제3, 제4 정치세력의 대약진이 일어날지. 이 예상은 유승민 후보의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2017/05/02 - [정치] - 바른정당 탈당 사태, 한국 정치판의 귀족노조가 드러나다.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