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색깔론을 지나치게 써먹는 바람에 낡은 정치인으로 각인된 사람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는 어쩔 수 없던 측면도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보수 진영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 흩어진 그들을 모을 수 있는 도구는 반공/색깔론 정도였다. 결국 색깔론은 유효타정도는 됐고, 비록 당선되진 못했지만 제 1 야당의 체면은 살릴 수 있었다. 자유한국당에게 색깔론이란 부작용은 있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보자는 진통제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망신거리취급하며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색깔론이다.
과거 같았으면, 대북 강경론에는 대안 제시가 필요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북진은 정치권에서 하지 않으면 되고, 북한의 남침은 독재자 한명의 결단으로도 가능했다. 따라서 북쪽 독재자가 미친 짓할 수도 있으니 그에 대비해야한다. 한 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그 한 줄은, 미국이 예방전쟁을 수행할 가능성과 북한이 미국본토를 공격하는 대형사고를 저지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는 전혀 유효하지 않다. 설령 현 남북 화해 무드가 평화 사기극일지언정, 그것이 시간끌기에 불과할지언정,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노선을 대체할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폭 지지는 못하고, 영구분단론도 아니고, 그러면서 무언가는 해야겠고, 최소한 발목은 잡고싶고, 그 결과가 색깔론 후 역습인 모양새다. 그러니까, 색깔론으로 시간을 벌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합의안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화해노선을 뒤통수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물론 문재인 정부의 대북화해노선은 최소한 지금 당장의 한반도 전쟁만은 피하자, 즉 딜레이시키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라는 논리를 깔아놓고 있지만 그정도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화해노선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뭉갤 수 있어 보이긴하다.
어떻게보면 이도저도 아닌 셈이데, 돌이켜보면 자유한국당은 이전 정권에서도 이런 식이었다. 기초노령연금도, 누리예산도, 김영란법도 물타기로 일관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밀어붙이면 그제야 하는 식이었다. 항상 안전한 선택지만 고르고, 이눈치저눈치다보고, 그렇게 야금야금 점수만 따려한다.
국민살림이 평온할 때는 얍삽해보이긴 하지만 승리는 확실히 취할 수 있는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뭐가됐든 갈아엎어보자 정도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탄핵사태를 얻어맞고 1년이 흐르도록 과감성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다. 홍준표 대표가 왜 제왕적이라는 내부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선적으로, 그리고 과격하게 움직이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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