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출신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몇자 적습니다.
전 고향이 신안입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목포에서 자취를 하며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직장생활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모님이 섬에 살고 계시기에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고향 섬에 갑니다. 이렇듯 가끔 섬에 가는 저에게 고향은 여러분들이 다 그렇듯이 정겨운 곳이고 그리운 곳입니다.
그런데 요즘 신안군이 최근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염전 섬노예 사건까지 오버랩되면서 신안군은 막장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이번 사건은 충격이고 인간이기를 거부한 그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막장이고, 썩어빠졌지만 솔직히 신안군은 다른 곳에 비해 더 막장입니다.
첫째, 염전노예문제 아직도 심각합니다. 원래 험한 일하는 사람들은 입도 험합니다. 염전이나 양식업,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하는 신안군 사람들은 노동의 강도만큼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에 비해 더 거칩니다. 이런 기질에 섬이라는 특수성이 주는 폐쇄적인 구조, 사업의 영세성이 더해져 염전노예문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염전업주들의 천박할 수밖에 없는 인권의식이 사태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친구 놈도 양식업하면서 염전노예를 거느리다가 이번에 재판을 당하고 있는데 전혀 반성의 빛이 안 보입니다.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감시와 계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놈들은 도대체 어떤 놈들일까? 보아하니 지역 토박이 같으니 십중팔구는 졸업 후 도시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다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유턴한 케이스일 것입니다. 지금 신안군에 초등학생을 학부모로 둔 대다수 30-40대 지역 토박이들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그러니 이들 역시 바른생활맨 학부모는 아닐 것입니다.(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이들의 행동은 인간이고 부모이기를 포기한 것이기에 충격입니다.
셋째, 신안군은 역대 모든 선거에서 돈 선거가 판치는 곳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저와 고향에 계시는 작은 아버지 두 분이 지지하는 정당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설득했는데 돈을 받아서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돈 받고 투표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양심상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꼭 저희 지역만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농촌의 어르신들 투표행위가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 같은 가치지향적인 행위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즉에 알았습니다. 특정 정당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고향 지역 어르신들이 선거때만 되면 돈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제가 호통을 치면 약간 찔리시는지 개인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문중 행사에 쓸 거라고 하십니다. 미치겠습니다.
강은 문명을 연결하지만 산맥과 바다는 문명을 차단합니다. 그래서 섬은 역사적으로 폐쇄적입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바로 옆 섬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폐쇄적인 구조다 보니 전남의 농촌지역에 활성화 되어 있는 농민운동 조직도 전무합니다. 왕년에 해남군 농민회, 나주시 농민회 등이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할 때도 신안군은 조용했습니다. 전교조도 신안군 지역은 그 힘이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신안군이 악마들만 사는 곳은 아닙니다. 전 우리나라 전체가 막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신안군이 좀 더 심하다는 거죠. 신안군에 천사들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번 여교사 사건은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노동기술 > 근무 중 사고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라는 접미사의 마법 (0) | 2016.06.06 |
---|---|
서울메트로 현직자라고 밝힌 유저의 글(구의역 사고 관련) (0) | 2016.06.06 |
2번이나 겪었던 것을 3번 겪을 수는 없다 (0) | 2016.06.06 |
구의역 추모 현장 (0) | 2016.06.05 |
구의역 사고 김군방지법으로 보는 주어와 단어의 중요성 (0) | 2016.06.04 |
구의역 사고로 재평가 받는 정치인과 드립 (0) | 2016.06.03 |
119 구급대원들의 고충 (0) | 2016.06.03 |
미행당한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0) | 201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