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tn.co.kr/_ln/0101_201908121425071000
얼마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반일 종족주의 책에 대한 글을 남겼다. 이래서 보수가 친일파로 몰린다는 감상평이었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가 징용을 당했으며 아버지에게 듣던 이야기와 많이 다르다고 반박하였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강제징용과 독도문제에 대해 두통유발이라는부정적인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따로 비판을 하지않아도 많은 독자들이 필터링을 할 것 같다. 1937년 일본제국은 중일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극도로 많은 인명과 물자가 소모되는 행위다. 거기다 중일전쟁은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확전되었고, 개전 초반엔 기세가 좋았지만 미드웨이 해전 이후 물자와 국력차이로 날로 전황이 악화되었다. 종주국이 전쟁을, 그것도 상대보다 물자가 부족한 가운데 불리한 전쟁을 치르고 있고 식민지 종주국의 자국민들조차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식민지인의 삶이 암울하지않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또한 태평양전쟁 시절을 직접 살았던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생존했거나 홍준표 전 대표처럼 증언을 직접 들은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는 중일전쟁 이전 일제시대의 침탈이 과장되었다! 정도로 한정된다.
그런데 이 내용이 202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많이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지금 대한민국에 스며든 탈국가 자유주의때문이다.
국산품논쟁에서 출발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제품 vs 일본제품이 있을 때 국산품 vs 외산품 시각으로보면 애국심이라는 가치가 개입되지만, 그냥 A회사제품 vs B회사제품으로 취급하면 기업은 애국심에 의존하지않고 품질과 가격에 신경쓰게되므로 소비자는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만약 한발 더 나아가 제품이 아니라 국적을 선택할 수 있으면 어떻게 될까? 한국정부와 일본정부 양쪽이 자본이나 유능한 인적자원을 유치하기위해 걷는 돈은 줄이고 국가서비스 품질은 늘리려할 것이다. 기업이나 자본, 사람은 한국과 일본 양쪽을 저울질하다가 마음에 드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 현실에서는 이 과정에서 이 나라갈까 저 나라갈까 선택권을 가진 쪽 이득이 언어장벽, 문화차이, 정착자금 등으로 선택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손해로 전가되는 문제가 있긴하지만 일단 선택권이 자유롭다고 가정하면 품질이 좋은 정부를 가지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은 탈국가 자유주의 저울질에서 매우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두가지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먼저, 북한리스크다. 터지면 공멸을 각오해야할정도로 화력이 밀집되어있는지라 확률이 크게 낮긴하지만 전쟁이 다시 터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남북대치는 대한민국이 탈국가 자유주의의 장점을 고스란히 가져올 수 없게만든다.
원래 탈국가 자유주의가 퍼지면 파생효과로 전쟁발발 가능성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탈국가 자유주의로 국가가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려할때, 가장 만만한게 바로 군사비이기때문이다. 대당 100억원 전차양산하고, 전투기 40대 8조원들여 도입하고, 척당 2조원 구축함 건조해봐야 평시에는 써먹을 곳이 별로 없다. 실제 EU체제로 물자와 인력이 자유롭게 오가게되면서 유럽국가들은 군축을 했고, 특히 독일연방군은 예산이 부족해 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있을 정도로 예산을 줄였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핵기득권을 신경쓴다면 모르겠지만 예산효율화 과정에서 국방비는 칼질당하기 십상이다.
http://www.newspim.com/news/view/20180828000054
체감이 잘안될 수 있으니 대한민국을 예로들면, 2019년 대한민국 1년 국방비는 약 45조원이다. 그리고 1년치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약 70조원~80조원씩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탈국가 자유주의 출혈경쟁때문에 국방비를 절반으로 삭감한다면, 법인세나 소득세 또는 부가가치세 중 하나를 4분의 1 덜걷어도 된다.
헌데 한국은 북한이나 중국같은 독재국가와 직접 대치중이다. 민주정이라고 전쟁 안터뜨리는 건 아니지만, 독재국가는 몇몇 사람만 개전을 결심하면되므로 훨씬 절차가 간략하다. 심지어 북한과는 서로 영토클레임까지 가지고 있어서 막대한 국방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 국민에게 무거운 병역까지 부과하고 있다. 결국 본인이 남자라면 강제적으로 병역이 부여되며 군대로 징집되어 1년 6개월에서 2년 간 강제로 뺑이쳐야한다. 자녀가 남자아이라면 군대에 보내야한다.
독립운동 후손은 가난을, 친일파 후손은 권력을 대물림 한다(기사링크)
이제와서 토지환수한다해봐야 제3자에게 처분된 토지는 환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해서 이 나라가 그렇게 애국한다고 잘 대접해주는 나라도 아니다. 이게 두번째리스크다.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도 애국한다고 잘먹고잘사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않다. 되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처벌도 안받고 잘먹고 잘살았다는 폭탄을 안고 있다. 그나마 일본제국이 한반도 공동체를 붕괴시킨 악마같은 수탈세력이 맞다면, 친일파가 얼마나 악랄한 배신자인지 부각시키면서 두번째리스크를 경감시킬 수 있겠지만... 반일 종족주의는 전제조건인 일본제국의 식민지수탈이 과대 포장되었다고 말한다.
2020년을 앞둔 현재 탈국가 자유주의는 친일파 청산, 북한문제와 얽혀 결국 호갱논란과 이어진다. 국가라는 것이 이 기업 제품, 저 기업 제품 고르듯이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면, 대한민국이 못써먹을 물건이라고 판단해 탈조센한 사람은 현명한 소비자고 군대에 복무중이거나 뺑이쳤던 인간은 그냥 호구나 호갱이 된다.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 아니다.
아마 자기자신을 애국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일단 문재인이 싫어서 동의하기는 하는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어째서 반일감정이 저토록 낮을 수 있는지 의아스러웠을 것이다. 그렇게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탈국가 자유주의 시각에서보면 반일감정이란 자유로운 개인을 국가를 위해 희생시킬 수 있도록 호갱(호구+고객님)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건 쉬쉬하고 있을 뿐 고위층 자녀 국적포기논란에서 보듯이 딱히 한쪽 진영 문제도 아니다. 단지 대놓고 이야기하느냐, 눈치라도 보느냐 차이일 뿐.
왜 한쪽만 이렇게 두드러지는가하면 먼저 개인차원에서 탈국가흐름에 편승한다 가정했을 때, 가진게 많을수록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국가가 개인에게 지우는 의무는 병역처럼 원칙적으로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도 있지만, 소득세처럼 가진게 많을수록 더 많이 부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적선택권을 저울질한다면 부유층 중과세같은 차등징수에 대항할 방패가 생긴다.
그리고 탈국가 자유주의는 친기업성향의 경제적자유주의와 궁합이 잘 맞는다. 독재자가 아니라 민주적인 투표로 구성된 국가권력이라도 기업에겐 성가신 존재다. 가령 법인세를 올리거나, 국가정책에 돈 좀 보태라는 준조세를 내야하기도하고, 경제활동을 규제받기도하며, 아니면 정치권력의 요구로 정치자금을 대야 한다. 하지만 탈국가 자유주의라면 자본이동, 공장이동을 통해 국가 간 경쟁을 촉발시키고 국가권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정부 간섭도 약해진다.
https://www.fmkorea.com/best/1873464277
당신은 이 흐름에 편승하며 국적선택지를 넓혀 이득을 얻는 자유로운 개인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호구취급한다며 화를 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흐름은 안그래도 노예라고 자조하는 대한민국 징병복무자들을 상등신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국방=국가의식 공식이 해외발 탈국가 자유주의 흐름때문에 더이상 꼭 들어맞지않게되었다는 것도...
대한민국 보수정치세력은 탈국가 자유주의와 국가주의 애국보수의 연립정권이었다. 그리고 국가주의 애국보수들의 공동체의식은 반일과 반북한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하지만 반북한의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북-미-러-중 핵보유국끼리의 복마전에서, 전략핵비보유국인 한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신호가 점점 더 쌓여가고 있다. 최근 한국은 국방예산을 대폭늘리는한편 북한에 대한 대화창구를 열려는 노력을 동시에 하였다. 하지만 국방예산 증가의 결과물은 결국 재래식무기이고, 대화국면에서 얻은 포지션은 '운전자'에 불과하였다. 결국 전략핵미보유국이라는 기본스펙이 그대로라면, '반대 노선을 채택했으면?' 혹은 '반대 정권이 집권했으면?'와 같은 기대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래도 과거보다 못할뿐 북한이슈는 아직 유효했었는데 뜬금없이 반일의식이 뿌리부터 흔들리게되었다. 탈국가 자유주의에 애국을 잃은 보수주의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탈국가 자유주의로 전향하거나, 대오를 이탈하거나, 아니면 맞서 싸우거나이다. 어느쪽이든 결국 보수분열아니면 세력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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