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크립트를 보면 행간에서 여론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진짜 비극이 되었다. 숙명여자대학교 트랜스젠더 입학 허용 논란 땐, 적어도 이번 입학 못받아줄거면 성차별적인 여대제도 없애버리라고 여대제도에 모순을 느끼던 사람들의 호응이라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사관 성전환 사건 인터뷰에선 그런 것조차 기대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부사관 성전환 사건은 성전환자의 군복무 허용문제 한 겹인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기때문이다. 단순히 성전환자 군복무 허용문제 하나 뿐이었다면, 최소한 개인의 애국심에 부응해주지 못한 국가가 미안해야할 일이다. 성전환자의 애국심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이 부사관 성전환 사건 이슈는 실제론 두 겹으로 겹쳐있었다. 밑에 '남성->여성 성전환과 전투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볼 것 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원래 현역부적합은 범죄같은 군인사법 상 결격사유를 제외하면 전투력상실을 근거로 내려지기때문이다. 그래서 인권위에서 성전환 수술이 군인의 전투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고 육군 측에 취소 권고를 보냈었다. 헌데 이 권고에서조차 군인으로서 임무수행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했을 뿐, 호르몬 감소로 인한 근력 저하 등의 전투력 하락의 가능성까지 부정하진 않았다.
이건 이 사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 사법부(헌법재판소)가 남녀 신체적 특성차이를 근거로 입법자가 남성만을 (징병)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에 대해 여러차례 합헌판결을 내려놓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전환에 따른 전투력 감소는 절대 작다고 볼 수 없다. 성별로 징병제 대상에 포함되느냐 포함되지않느냐를 가르는 국가가 남성 -> 여성 성전환에 따른 전투력 하락을 작게 취급하는 건 말이 안된다. 만약 여성 -> 남성 성전환수술이었다면 최소한 이 문제는 피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 사건은 남성 -> 여성이었다.
여성의 부사관/장교입대를 받아들이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 차원에서 허용한다쳐도, 복무 도중 성전환수술로 스스로 전투력 하락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되어야하냐는 문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재입대하는 방안도 그리 전망이 밝지는 않았다. 최근 군복무를 마구 비하하는 페미니즘 세력들이 범람하면서, 그 반발로 여성징병제에 호의적인 여론응답이 늘고 성별이 편중된 징병제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징병과 직업군인 입대가 동시에 허용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러니까 처음부터 성전환자의 복무문제는 성별에 따른 전투력차이가 크지 않음을 먼저 인정받아야 그 다음이 있는거였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젠더 디스포리아 문제로 건너뛰어버렸다. 결국 여론은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았고 고립되었다.
그럴만도 한게 성별에 따른 전투력차이가 크지 않음을 피력하려면, 성별이 편중된 현 징병제 얘기가 안나올 수가 없는데, 군무새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여군이란 존재는 눈엣가시다. 그 존재자체가 군무새들 주장의 근거가 되기때문이다. 웹툰 뷰티풀군바리가 괜히 집중포화맞은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여성징병제가 시행되기라도 하면 여성단체나 페미니스트들한텐 큰일이다. 물론 여성징병제가 시행되더라도 20대 이상의 여성이 몇 개월이상 징병될 확률은 극히 낮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도 다 돈이기때문이다. 문젠 그렇게 될 경우 여성단체간부들을 비롯한 기성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의무는 아랫세대에 떠넘기고 과실만 따먹은 무임승차자들 취급을 받게 된다. 특히 현 10대 여성들한테.
만약 중간단계를 생략하지않았다면 최소한 현 징병제와 최근 두드러지는 군복무비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만큼은 호의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대대적으로 할 정도면 혼자 전략을 짜진 않았을텐데도, 기자회견에서 고립을 피하기위한 프레임을 확보하지 못했다. 군인 비하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었으므로, 징병은 싫지만 직업군인은 하고 싶다는 것으로 겹쳐지지만 않아도 다행일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