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신고용이 깨진 이후 고용안정성의 정치적 교환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의 인력시장은 좁고 외부와의 장벽이 높아서 이젠 고용안정성을 낮추려면 정말 많은 것을 정치적으로 희생해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개혁을 강행해왔다. 노동관련 정책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2016년이 아니라 10-15년 전 대한민국 사회를 기준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 같았다. 노력이 아주 헛되진 않았는지 선거 전에 일부나마 통과시킬 찬스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기업이 고비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노동개혁의 실타래가 풀릴만한 시점에 두산에서 청년퇴직 사건이 일어났고 노동개혁에 앞서 공포감을 덜어내기위해 지침을 밀어붙이자 귀신같이 저성과자 퇴출이 바로 나와버렸다. 이 시점에서 고용유연화를 추종하는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은 지나가버렸고 추진동력은 거의 남아있지않았다.
이정도했음에도 기업에게 발목잡혔다면 선거도 얼마 안남았겠다 정부가 기업에게 못해먹겠다고 짜증내면서 손절해도 이상하지않았다. 하지만 포기는 커녕 정치신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노동개혁에 계속 목을 매었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였다. 청와대에서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으니 노동개혁도 통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때는 선거가 고작 한달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마치 선거 망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망했지만.
선거를 망치고도 노동개혁 4법에 비정상적으로 매달리니 임금삭감의 정치적 교환비를 낮추기위한 미끼가능성까지 검토되었다. 워낙 고용이 불안정하고 정부차원에서 고용유연화를 밀어붙이다보니 임금삭감에 대한 정치적교환비는 상대적으로 낮긴하다.
그러던 중 이번에 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엔 근로계층간 충돌을 일으키지않고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노사정대타협과 임금피크제를 통해 근로자간 계층갈등을 유발시켰다. 물론 그 결과는 알다시피 청년층이 중장년층과 제로섬게임을 하지않고 스스로 링아웃하면서 노동개혁은 암초에 부딪혔다. 그 이후 손절이라도 했어야했는데 그마저도 하지않으면서 선거에서 심판받았다.
그랬던 정부가 정작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때는 그런 행동을 하지않고 있다. 노동개혁의 해고지침 중 자의적인 기준이라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좋지않게생각하는 것을 분명 보았을텐데도 자의적인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를 확대하려하고 있다. 불필요한 반감을 사고 있다. 노동개혁의 고용유연화와 비교했을 때 현재 임금삭감의 정치적 교환비는 낮다. 성과제를 손질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직설적으로 임금을 일괄삭감시키고 나머지 국민들에게 당근을 물리는게 나을텐데 쓸데없이 성과제를 바꾸고 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좋다나쁘다는 그저 정치신념이 낡았다 정도로 넘어간다쳐도 세부적인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안먹어도 될 욕을 정부가 사서 퍼먹는다는 인상이다. 손을 빼야할 때 빼지않고 손을 써야할 때 쓰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