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거절 어려워...준조세 프레임의 함정 -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하태경 : 명분만 맞으면, 앞으로도 국가에서 돈내라 그러면 다 낸다, 이말씀이세요?
구본무 : 아, 명분만 맞으면 뭐 여러가지 있잖습니까, 수혜연금이나 불우이웃돕기..
하태경 : 아니 그건 자발적으로 내야되는 것이지, 정부에서 시키는건 일단 거부해야되는거 아니에요? 앞으로도 다음 대통령이 뭐 내라 그러면 다 드릴거에요? 또 나오실거에요, 청문회?
구본무 : ... 국회에서 입법해서 막아주십쇼.
출처
당당함이 느껴지는 질의응답. 이후, 법적으로 막아줄테니 그만큼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제안에는 반대의사를 나타냈다.(기사링크) LG그룹도 기업이고 가뜩이나 동업자들이 잔뜩있는 자리였다. 자기 세금 올리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이해당사자의 의견과는 별개로 입법권한은 국회에 있다. 대한민국 국회라면 정말 ‘강제기부만 폐지, 법인세 인상은 없음’을 하고도 남을 것 같긴하다. 한발 더 나아가 ‘준조세 규제, 법인세 인상은 없음’까지 할 수도 있다.
k스포츠, 미르재단 의혹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기부금이다. 내기 싫은 기부를 억지로 시켰든, 대가성이 있었든 기부금이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국정조사 이후 준조세라는 단어가 크게 늘었다. 일단 준조세라는 말은 조세=강제성을 나타내므로 단어 자체만으로도 내기 싫은데 뜯겼다는 강제기부 주장을 강화시켜준다.

기사링크
또한 준조세는 비자발적인 기부금을 포함한 더 폭넓은 의미다. 강제기부=준조세=최순실=나쁜것이라는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건지, 국정조사가 끝나자 준조세 규제가 필요하다며 여러 매체에서 법정부담금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법정부담금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고 규모가 너무 커져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나올만한 주장은 아닌 게, 법정부담금인하를 주장해온 주요 단체 중 하나가 바로 전경련이다. 전경련을 두고 최소 쇄신, 심지어 해체이야기까지 나왔던 국정조사 청문회였는데 그 청문회덕분에 법정부담금이 내려갈 수 있는 재미있는 상황이 되었다.

2015년 근로자 1만명 당 사망자 수 - 링크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사회보험료를 끼워넣어 광의적 의미의 준조세 64조원을 언급하기도 한다. 지금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동의 논란이 터진 상황이고 고작 1년 전에 대기업 20대 명퇴사건이 있었으며 2008∼2013년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OECD 3위였다. 사망만인율은 높은데 상대적으로 산업재해율은 낮아 산업재해 은폐논란까지 일어났었다. 사회보험료 언급이 지금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