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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선 불출마 - 무소속 후보와 정당 패거리정치
2017. 2. 2. 04:48 · 정치/정치 ·



[내용펼치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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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캠프가 이런 이미지를 목표로 했었다면...



  차분하게 돌이켜보면 정말 최악의 선거캠페인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오해도 있었고 악의적으로 알려졌다 싶은 것도 있었고 언론이 사고를 친 것도 있다. 그러나 일이 잘풀려서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으로 긍정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더라도 과연 큰 이득이었을지 의문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을 보면 알겠지만 국가적으로 혼란스러울 때는 무게감있는 관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반기문 후보는 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전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위는 다른 후보군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의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괜히 반기문 후보를 싫어하는 언론들이 기를 쓰고 유엔사무총장 시절을 흠집내려고 한 게 아니다. 그러나 선택은 어설픈 서민행보였고 단점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장점조차 살리지 못한 캠페인이 되었다.




  최순실게이트가 터진 시점에서 반기문 후보는 결국 외부인, 아웃사이더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 이전이었다면모를까 귀국 후 새누리당에 합류한다는 시나리오는 절대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다른 원내 정당에 갈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바른 정당은 태생부터가 유승민을 밀려고 만들어졌고 국민의당에는 안철수가, 더불어민주당에는 문재인과 안희정이 있었다. 정의당은 이재명 후보 때문에 안그래도 약한 존재감이 더 희미해졌다.



  하지만 이건 달리말하면 각 정당의 노선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했고 더 나아가 기존 정치권, 특히 국회와 대립이 가능해졌다. 감이 잘 안잡힌다면, 반기문 후보가  국회의원의 대우를 절반으로 줄여버리겠다고 공약했다고 극단적으로 가정해보면 된다. 이런 공약은 반기문 후보 입장에서도 하기 힘들지만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안철수, 황교안, 유승민은 몇 배로 더 하기 힘들다. 그들은 국회를 기준으로 할 때 외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회의 신뢰도는 낮다. 내각책임제 개헌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국회의원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서이다. 그게 촛불시위와 탄핵사태로 더 낮아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탄핵이 일어난 것은 20대 국회였다. 19대 국회가 아니었다.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며 양당제에 ‘빠따’를 든 이후 였으며, 탄핵소추안의결도 국민들이 직접 우르르 나오기 전까지 이리저리 시간이 끌렸다.


  또한 최순실 게이트가 점화된 2016년 8월 이후 행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철퇴를 맞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성립된 국회의 인적구성은 변한 게 없다. 다음 총선은 3년이나 남았다. 세부적으로는 이득을 얻은 정당과 손해를 본 정당이 갈리지만 국회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가 되었다.


  그래서 무소속후보가 해볼만한 환경이었지만 반기문 후보는 전 유엔사무총장이었다. 그의 순수한 애국심과는 별개로, 무소속 후보로서 모순점이 있었다. 보통 무소속 후보는 기존 정치권과 대립하는 양상으로 힘을 얻게되는데 그는 긴 시간 동안 쌓아올린 명예가 있으며 그 커리어는 이해타산적인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이런 직위에 있었던 사람이 국회, 언론과 초강력 대립을 이어가며 진흙탕 싸움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잃을 거 없이 도전하는 2030청년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건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를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렵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은 반기문 후보의 높은 지지도를 만들어냈지만 무소속 후보로서의 도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나마 청년층, 경제적 소외계층같이 정치적 목소리가 약한 계층의 스피커가 되주겠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대립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선거 캠페인 동안 모습을 돌이켜보면 그런 유연성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이 나와버렸다.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

 

  이토록 국회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원내정당들을 예방한 직후에 불출마선언을 해버렸고, 언론이 반기문 후보에게 큰 실수를 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불출마 선언에는 많은 정당성이 부여되었다. 완전히 사퇴로 끝난다해도 남아있는 명예를 지킬 수 있게 되었고 다시 재도전에 나섰을 때 작동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여운이 남겨졌다. 선거 캠페인 내내 합리적이지 못한 행보를 하더니 정작 불출마 선언문은 최상의 워딩만 골라서 했다.

 







"이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본인이 불출마 번복 가능성은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고 다시 재도전에 나설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번 선거는 변수가 너무 많다. 대선에 몰입하다보면 간과하기 쉬운데 아직 탄핵 안 끝났다. 이번 대선은 탄핵이 마무리되어야 레이스가 시작된다. 탄핵 결과가 인용으로 나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불출마선언이 본심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면, 시대적 운명과 유권자들이 반 전 총장을 다시 찾을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표가 공중분해되었다. 경선에 져서 탈락하거나 후보통합으로 기권한 게 아니다. 스스로 사퇴, 그것도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사퇴해버렸다. 때문에 보수~중도보수층 표가 온전히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무당파/부동층 성향이 강해지거나 선거포기의사가 짙어진다. 이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어서 그렇지 중도진보~진보도 마찬가지다. 2등 그룹은 찬스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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