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누진제 손질, 이렇게만 계속 한다면야 탄핵 필요없다

사용가구 비중도 같이 한 컷에 넣어주신 기자님의 센스에 박수를
기존 요금표. 참고로 기본요금은 410 / 910 / 1600 / 3850 / 7300 / 12940 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되었던 구간이 5단계 417.7원, 6단계 709.5원이었다. 5단계 이상이 상위 5%라 별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건 월 평균이라 저렇게 나온거고, 피크계절에는 확 뛰어버린다. 예를들면 한달 300~400kwh를 쓰던 가구가 하루 4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면 500kwh가 넘어가고, 하루 8시간을 가동하면 800kwh이상 나온다. 이전 기준으로 800kwh이상이면 전기요금이 40만원 정도 된다.
이런식으로 피크기간에 발급된 요금폭탄 고지서를 받으면 기분이 정말 나쁠 수밖에 없다. 한 번 받으면 에어컨 키는 것도 조심스러워지고 겨울철 난방기구 사용도 멈칫거리게된다. 누진제라는 제도가 원래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긴 한데 정도가 너무 지나쳤다. 나름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너무 덥고 습해서 에어컨을 켜고, 덜덜 떨정도로 집안이 추워서 난방을 트는 것만으로도 전기 고지서 압박을 받는 다는 건 가정입장에서 정말 큰 스트레스 일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2차산업이 주력인 대한민국 특성상 교대근무/야간근무가 많은데, 누진제 압박 때문에 폭염상황에서 낮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다보니 야간노동자/교대노동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었다. 누진제가 서민층 4인가구보다 고소득층 1~2인가구에게 유리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고르라면 2안>1안>3안.
2안은 상업용전기 급 파격세일. 기사링크
누진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화끈하게 인하가 가능할 것 같지만 전기요금 인하여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전기요금 인하는 약 10~15%정도로 예견되었고 실제로는 11~12% 정도로 시행된다고 한다. 산업용전기를 올리면 더 할인할 수 있긴 할텐데, 막상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발표하면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언론플레이에 여론이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시간이 끌릴 가능성이 높았다. 인하량이 조금 불만스럽더라도 가정용 전기 인하에 집중하는 것이 나았다.

계산만하고 순위만 정했었는데 어떤 분이 표로 업로드해주셨다.(링크) 보면알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1안,2안,3안 어떤 것이 되든 지금보단 싸지고(1,3안은 저사용가구 요금이 오르는 대신 일괄할인혜택이 있어 기존요금과 같거나 낮아진다.) 어느 안이 채택되든간에 갑작스런 피크기간 요금폭탄 고지서 공포에선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일 후진 3안이 유력하다며 여론을 떠보는게 열받아서 정리하셨다고. 이번 정부는 쫌스럽게 잔머리 좀 굴리다가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을 사서 먹는 경우가 참 많았는데 이번에도 또.....

일각에서는 시기가 의심스럽다고 한다. 이전부터 추진되었던 정책이긴했으나 요즘 정치권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일리있는 주장이다. 근데 그럼 뭐 어떤가? 다음 지도자를 잘 뽑아서 사회가 더 좋게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선거공약 파기만 몇 번이었으며 희망고문은 몇 번이었었나. 박근혜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추락할 줄은 몰랐을 거다. 선거는 불확실하고 눈앞의 정책은 확실하다.
최순실 게이트의 결말이 올단두대로 끝난다면 속은 시원해진다. 당장 속이야 시원한데, 정치보복이라는 건 반복된다. 재벌회장 직은 몇 십년을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5년뿐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월가를 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임기를 시작하고나서도 공약대로 월가와 대립할진 모르겠지만 만약 임기내내 월가와 충돌했다고 가정했을 때, 임기 중엔 괜찮겠지만 다음 대통령은 월가에 호의적이거나 심지어 끄나풀에 가까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월가가 새 당선자에게 트럼프를 보복수사 해달라고 요청하고 실제로 이루어지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힐러리 클린턴 특검수사를 두고 고민하던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권력자가 정치적 보복을 위해 사법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오랜 전통이 이 나라에는 있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자가 이정도이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탄핵당하거나 전직 대통령이 보복당하는 건 절대 좋은 현상이 아니고 최대한 피하는 게 맞다. 거기다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빨대 꽂아서 개헌론에 이용해먹으려는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신물이 난다. 그들을 믿느니 실리나 챙기는 게 낫지.

가계빚 1천300조 넘었다…풍선효과로 2금융권 최대폭 증가
이걸 유권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론이 이렇게까지 커진 건 이번 정권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국민정서상으로도 너무 막장이었기때문이다. 특히 가계빚이 1천300조를 넘어 툭 건드리면 펑하고 터질 수 있을정도로 민생경제가 벼랑 끝에 이르렀는데도 정부가 헬조선, 수저론 분노를 가라앉히긴 커녕 기름을 드럼채로 부어버린게 결정적이었다.
늦게나마 이런 정책이 나왔고 이렇게만 계속해준다면야 탄핵 여론은 조금씩 누그러지게 되어있다. (설마 이게 다? 이걸로 끝?)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주저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탄핵 때문에 오늘내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판단하기에 야당이 정권교체를 이룬 뒤 추진할 것 같다 싶은 공약이 있다면 지금안해도 정권내주면 실행될테니 선수쳐서 미리 다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한다. 아직까지 여당이 대선에 희망을 걸고 있다면 상대방의 카드를 대선 전에 소모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다보면 민생정책을 담보로 복지, 경제정책, 특검, 처벌수위, 호헌/개헌카드를 가지고 대통령과 야당이 타협하면서 탄핵 표결을 연기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저번 주 영수회담은 너무나도 빨랐다. 영수회담 해프닝은 분명 상황을 오판한 민주당에 1차적인 책임이 있으나 사람들이 탄핵에 전면적으로 나서라고 민주당 등을 떠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청와대의 움직임이었다. 청와대가 성의가 없었다. 촛불시위를 수용하는 실질적인 제스처가 전혀 없었다. 당장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만해도 문재인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저번 주에는 나왔어야 했다.
“추미애 대표와의 영수회담 언제든 기대”라는 여운은 얼마나 유효할까? 이번 청와대는 잠재적 협상 상대를(국민, 야당, 차기대선 후보자, 검찰 등) 너무 배려하지 않는다. 당장 어제오늘만 봐도 검찰 조사를 전면 거부해 검찰의 운신 폭을 완전히 찌그러뜨렸고, 결국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이 사표를 내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