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프랑스의 좌우구도가 한국과 딱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예컨데 프랑스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주 35시간 근무제를 어떻게 고치느냐인데, 한국은 노동법상 주 52시간(40+12), 노동해석 상 주 68시간 근무제이다. 따라서 노사합의로 48시간까지 일하도록 바꾸자는 프랑스 기준 우파인 피용 후보가 한국에 출마하면 빨갱이가 될거고, 주 35시간을 유지하자는 마크롱 후보가 한국에오면 진성 빨갱이로 공격당할 것이다. 그보다 더 분배성향이 짙은 멜랑숑은 말할 것도 없고. 또한 보호무역하자는 마리 르펜 후보가 한국에 오면 자원도 없는 나라인데 보호무역, 복지정책 주장하는 광년이라고 맹공격을 당할 거다. 그래도 큰 틀에서 묶으면 다음과 같다.
신자유주의자들 - 홍준표와 프랑수와 피용
2017 한국대선의 홍준표 후보와 2017 프랑스 대선의 프랑수와 피용 후보는 자유무역에 긍정적이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한 수단으로 친기업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프랑수와 피용 후보의 경우, 고소득층 소득세를 인하해주고 공기업을 민영화시키자는 입장이다. 또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를 허용하고 현 62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려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려 한다.
현재 프랑스는 주 35시간 노동제를 쓰고 있는데, 피용후보는 기본근로시간을 늘리고, 노조합의 하에 주 48시간까지 늘릴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아웃사이더들 - 안철수, 유승민과 에마뉘엘 마크롱
안철수, 유승민, 마크롱 후보는 기존의 정치구도를 뒤집자는 면에서 서로 흡사하지만 차이점이 훨씬 더 많다.
처음 반이민, 보호무역주의 포퓰리즘이 전세계 선거판을 강타했을 때, 공격받는 쪽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가 꽤 재밌는 흥밋거리였다. 만약 트럼프지지자들 말대로 정치권이 돈판으로 오염되어 월가 등 글로벌 재벌들의 끄나풀이 되었다면, 보호무역주의로 공격받는 쪽에서 '다른 건 통크게 다 양보하더라도 경제만은 보수'인 후보가 푸쉬를 받아 신자유주의보수만이 진짜고 애국주의 등 나머지 보수들은 들러리라는 걸 증명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미국대선은 그냥 힐러리vs트럼프로 끝났지만 프랑스 대선에서는 해당 성향의 후보가 나왔다. 마크롱은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자유무역지지자이다. 공공지출을 조여서 공공부채를 감축하며 임금상승을 억제하려한다. 실업급여도 상한선을 두자고 하고 있다. 35시간 근무제 유지를 지지하는 것에서보듯이 피용만큼 친기업적인 후보는 아니나 경제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라 마크롱 후보는 피용의 인기가 추락한 이후 한국언론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경제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안건들은 진보적이다.
반면 한국은 이민문제같은 사회적이슈들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고 유권자들의 경제적 분노가 온전히 정치권에 쏟아졌다. 북핵, 사드, 주적논란 등의 안보이슈마저 염증을 느끼는 반응이 나타나면서 중도층을 잡기위한 보수진영의 좌클릭이 경제 쪽에 집중될 수 밖에 없게되었다. 그래서인지 안철수와 유승민에 대한 기존 보수세력들의 지원이 미지근하다.
한국 주류 보수의 민낯이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분배정책 반대가 전부이고 애국, 안보, 자유, 외노자에 대한 경계, 문화적보수 등의 복고주의적 우파가치들은 그저 몸집을 크게하기위한 들러리라면, 안철수나 유승민이 적극적인 지원을 얻지 못할만하다. 그런 사람들은 안철수, 유승민이 당선되서 보수진영 경제노선에 수정이 가해지느니 차라리 문재인이 당선되고 차기에서 180도 뒤집는, 적대적공존을 노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테니까 말이다.
포퓰리스트들 - 문재인, 안철수와 마리 르펜
한국은 이민자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리 르펜에게 붙은 가장 큰 태그는 '극우'다.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이던 시절, 한미 언론들이 그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기억한다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될 것이다. 기득권정치에 대한 반감, 포퓰리즘, 보호무역주의같은 것들을 주장하는 후보가 나오면 프레임이 씌워진다. 이런 것들은 아랫것들이 윗분들에게 들이대는 죽창이 될 수 있다. 한국에 도입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트럼프는 대선기간 내내 막말꾼으로만 알려졌다. 이민억제=르펜=극우도 비슷하다. 미국대선에서 힐러리 진영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차별주의자로 몰았다. 물론 지지자 중에 그런 사람이 없진 않았겠지만 중도층을 흡수해 메이저에 진입한 사람에게 공격할만한 무기로는 적절하지 않았고 결국 역풍 맞았다. 과연 프랑스대선은 어떻게 전개될지.
실제로 르펜의 정책을 뜯어보면 극우는 고사하고 오히려 반대 성향에 가깝다. 특히 경제에서 두드러지는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경제난에 지쳐 머릿수로 엎어버리자는 게 지금의 포퓰리즘이다. 분배성향이 강한게 당연하다. 마리 르펜은 고소득층 세금 인상, 저소득층 세금 인하, 대기업 증세를 공약했고 안그래도 강력한 프랑스 복지혜택을 더 늘리려하고 있다. 단, 자국민에게만. 여기에 노동계층과 중산층의 가스, 유류, 전기세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한다. 62세인 정년도 60세로 내리려고 하고 있다. 주 35시간 노동제를 지지하며 노사합의에 따라 39시간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하자는 입장이다. 자국농업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라 농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민영화에는 부정적이다.
무역협정(ex: FTA)에 부정적인 보호무역주의자이기도 하다. 단어때문에 단순히 관세만 높이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최근의 보호무역주의는 최종 생산물인 재화나 서비스보다는 생산요소인 노동, 자본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외국으로 공장을 옮긴 기업에게 관세를 물리고, 해외에 본사를 두는 등 편법성 조세회피를 하는 기업들에게 추가세금을 부과하며, 외국인 노동자에게 별도의 세금을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국은 자원빈국이라는 인식때문에 국가 자존감이 없다시피해서 이런 애국주의적인 보호무역여론이 나타나기 힘든 환경이다.
분배주의자들 - 장 뤽 멜랑숑, 심상정
장 뤽 멜랑숑 후보는 주 35시간을 넘어 32시간을 추진하는 인물로, 주 4일 근무제까지 장려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생필품 부가가치세를 인하해 중저소득층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기업이 수익을 재투자했을 경우 법인세를 인하해주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으나 경제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와 고소득층에게 대놓고 돌린만큼 자유무역에 적대적이고 복지, 분배 성향이 가장 강하다. 경제 외 다른 공약들도 자국 내 후보들 중에 가장 진보적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타협적인 성향의 좌파정당들이 신자유주의에게 완전히 뭉개졌기때문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에 맞서 기존 노동 조합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데 급급한 힘겨운 상황을 맞이했고, 그 바람에 프랑스 젊은층은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고립되었다. 많은 수의 한국 젊은 세대들이 귀족노조-진보정치세력과 인연이 없듯이 말이다. 그들은 새로운 정당을 필요로 했고 보호무역주의자가 되어 블루컬러, 농민들과 같이 르펜을 지지하거나 분배주의자가 되어 운동권과 함께 멜랑숑을 지지하게 되었다.
'정치 >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철수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하락과 한국의 양당구도 (0) | 2017.04.27 |
---|---|
코리아 패싱과 사드 전격 배치, 아쉬웠던 JTBC 대선토론 (0) | 2017.04.26 |
JTBC 대선토론과 귀족노조 프레임의 반전 (0) | 2017.04.26 |
jtbc 대선 토론과 군소후보 토론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 (0) | 2017.04.24 |
2차 대선 토론 문재인 유승민 주적 논란 (0) | 2017.04.20 |
2017 대선 공식선거운동 시작, 뽑을 인간 없어도 투표해야하는 이유 (0) | 2017.04.17 |
더 플랜 - 집중 전자개표 vs 현장 수개표 (0) | 2017.04.15 |
안철수 유치원 논란, 19대 대선 유권자 연령별 분포와 지지율 (0) | 2017.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