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선거 투표용지에는 ‘기권’란이 없다. 그러다보니 ‘그놈이 그놈’이라서 표를 줄 후보가 마땅치 않을 때 투표를 포기해버린다. 간혹가다 투표용지에 정치개혁을 바라는 문구를 수기로 적어넣는 등, 의미있는 무효표를 던지는 사람도 있긴있는데, 안타깝게도 그냥 무효일 뿐이다. 투표를 포기해도, 당선권 밖 무소속후보에게 표를 줘도, 무효표를 던져도 기존 정치권에게 주는 영향은 없다시피하다.
양강구도 대선일 경우 벌어지는 일
http://www.carlsontoons.com/tag/wasted-votes/
그런데 이번 19대 대선의 여론조사 그래프는 후보를 5명이나 표기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심상정, 유승민. 또한 모든 원내 정당 후보들이 단일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조금 커보이긴하지만 어차피 선거는 끝나봐야 안다. 작년 20대 총선 여론조사들도 죄다 빗나갔었다. 여당에게 부정적으로 전망한 사람들도 130석 정도를 이야기했지, 130선마저 무너질거라 말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다자구도로 흘러가게되었을 경우, 선거비용보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4파전이었던 13대 대선, 당선자의 득표율은 고작 30%대였고, 2위와 3위는 20%대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 개개인들의 득표율이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현 한국의 선거비용보전 기준은 조금 타이트한 편이다. 유효투표총수의 15%를 넘기면 전액보전(한도 509억원), 10~15%는 반액을 보전해준다. 기준에서 0.1%라도 모자르면 반액 혹은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선거비용보전 드라마(?)가 일어났었다. 17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는데 15.1%를 득표하면서 극적으로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었다. 이회창 후보가 얻은 표는 3,559,963표로, 당시 15% 기준은 3,541,932표였다. 선거비용이 138억원이니, 만약 18,032표가 모자랐으면 약 70억을 날렸을 것이다.
이러다보니 인기없는 정당들은 제발 반액, 혹은 전액 보전받게 표 좀 달라고 굽신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투표포기 유권자가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
선거보조금 받고도 어차피 15%만 넘기면 세금으로 때워주니 많이쓸 땐 400-500억을 쓴다.
중도사퇴로 선거보조금만 낼름하기도.
http://www.ytn.co.kr/_ln/0101_201704051930245679
선거비용보전 여부를 따질 때 기준이 유효투표총수인데, 유효투표총수는 전체 유권자 수에서 투표포기와 무효표을 뺀 수이다.
그러니까 만약 정치에 염증을 느껴 투표포기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이 사람이 투표를 포기하지않고 투표장에 가서 10% 받을 가망이 없어보이는 후보 아무나 찍어버리기만해도 주요 후보들의 유효득표율이 낮아지게 된다. 이것이 누적되어 선거비용보전기준에 미달하는 후보가 생기면 선거비용을 때우는 데 세금이 적게 들어가게 된다.
선거비용보전을 못받게 된 정당과 후보는 많이 열받겠지만...못받아도 누굴 탓하리? 다 자기들이 만든 봉쇄조항인 것을. 이런 압박이 있어야 정당들이 혹여 돈 못돌려받을까봐 정신이 번쩍나서 좋은 정책을 내놓을 것이고,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돈(선거보조금일 경우 세금)을 아껴쓴다.
극단적으로 그 가망없어 보이는 후보가 덜컥 당선되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19대 대선 후보는 15명이나 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19대 대선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 포기하지말고 투표장에 가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자. 역선택하러 투표장에 갔지만 마음이 바뀌어서 정상투표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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