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였고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1주일 연기시켰다. 휴교기간 중 PC방가지않게 애들을 지도해달라는 언급이 약간의 잡음을 내긴했는데, 이전에 대학교 2주 개강연기할 때 '어차피 연기해봐야 PC방같은 곳에 갈텐데?'라는 반응을 제법 많이봐서 왜 그런말을 굳이 했는지 대강 알 거 같긴하다.
다만 중국유학생 방지차원에서의 개강추가연기를 선택하지않았다. 왜 개강추가연기를 계속 주목하냐면, 실은 이번 주 내내 정부 불신의 원인을 거슬러올라가면 '친중 프레임'이 큰 요인이란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공무원시험/자격증 시험 등을 연기했다.
한국은 독학사는 전면 연기, 법원직은 강행, 회계사는 강행, 공기업은 연기로 엇갈렸다.
확실한 건 어차피 중단할거면 결단이 빠를수록 그나마 욕을 덜 먹는다는 거다.
http://mn.kbs.co.kr/mobile/news/view.do?ncd=4370872#kbsnews
개인적으론 중국 관련 대응보다 국방부의 휴가외박외출면회 금지령과 국가고시/고시급 자격증들의 연기여부가 엇박자를 내는게 훨씬 더 끔찍했다. 사병들끼리 집단거주하는 한국 군대 특성 상 국방부는 강경한 수단을 쓰는게 당연했다. 그런데 이렇게되면 시험을 못보는 군인이 생긴다.
한국은 의무복무자에게 적정임금을 지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많이 오르긴했지만 그래봐야 병장월급 40만원 정도다. 결국 의무복무기간이 끝난 뒤 생계는 각자 알아서 챙기라는 식이다. 그래서 각종 시험에 응시는 할 수 있게 해준다. 이걸 못하게 하면 안되기때문에 원서접수한 군인이 없는 게 아니라면 국방부가 금지령을 내렸을 때 감염병의 위험도도 같이 반영해 반사적으로 연기시키는 게 자연스럽다.
결국 연기를 한 시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엔 연기 공지를 너무 늦게해서 욕을 한바가지로 먹은 기관도 있었다. 게다가 연기를 하지않은 시험도 있다. 아랫쪽은 서로 보조를 맞출 생각자체가 없고, 윗쪽은 어거지로라도 끼워맞출 능력조차 없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광화문 집회는 위험하니 하지말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정작 시험은 강행이라니.
순식간에 확대된 발병지역. 오른쪽은 2020. 2. 23 기준.
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고, 다른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을 비난하는 건 다른 측면에서였다. 무슨 건수로 욕을 먹었는지 몇개만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정세균 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격리에 치료하면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했다. 복지부장관은 중국인보다 중국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 더 많이 감염시킨다고 했다. 교육부장관은 내주 중국유학생이 최다로 입국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입국 차단정책은 쓰지않았다. |
근데, 이들의 말은 모두 사실일지도 모른다. 실제 위기경보 심각 격상이 과잉대응일 수 있고, 중국인 입국 금지나 유학생 차단을 위한 개강추가연기도 효율이 영 떨어지는 정책일 수 있다.
http://english.hani.co.kr/arti/english_edition/e_business/927080.html
문제는 누구말이 옳다그르다 따지기이전에, 정부가 조기에 중국인 입국을 금지시키지 못한 이유를 사람들은 '(특히 중국과 관련된) 경제적인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면, 정부 측이 백날 이정도 대응이면 충분하다 선을 그어도 신용받지 못한다. 정부가 조기에 중국인 입국을 금지시키지 못한게 '경제적인 이유'라면, 국무총리나 장관들의 발언도 '경제적인 이유'로 실제보다 수위가 억제되었다고 여기는게 자연스럽다. 결국 정부 측이 "현 상황은 3만큼 위험합니다." 이야기를 해도, 듣는 사람은 실제론 "6에서 8, 혹은 그이상 10까지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신천지 환자 발생 -> 국민들이 정부에 대응을 요구한다 -> 정부가 중국 유학생 대량 유입될 것임을 알면서도 관리에 더 신경쓰겠다고만 한다 -> 국민들은 대응수위가 기대보다 낮은 이유를 경제적인 것(특히 무역)이라고 생각한다 -> 국민들은 실제 현 상황이 정부 발언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여긴다 -> 정부를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대응 수위를 더 높여줄 것을 요구한다 -> 정부가 중국 유학생 대량 유입될 것임을 알면서도 관리에 더 신경쓰겠다고만 한다 -> 국민들은 대응수위가 기대보다 낮은 이유를 경제적인 것(특히 무역)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 국민들은 현 상황이 정부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더더 심각하다는 공포에 빠진다 -> 정부를 비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 수위를 더더더 높여줄 것을 한다 -> 정부가 중국 유학생 대량 유입될 것임을 알면서도 관리에 더 신경쓰겠다고만 한다 -> 이하 반복 |
이번 주 내내 이 악순환의 무한반복이었다. 외부적으로도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일단 이전부터 야당의 친중정권 프레임이 누적된 영향이 있었다. 그리고 언론들이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우려와 시진핑 방한을 계속 언급하다보니 이 악순환이 빠르게 강화되었다. 심지어 위기경보를 격상하니까 경제타격얘기꺼내는 언론사도 있었다. 격상하기 전 선택지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중이라면 정보제공 차원에서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지금 긴급상황이고 경제타격 다 감수하고 격상하는 거 뻔히 알텐데. 장담하는데 이 언론사들은 초장에 중국인 입국 금지했으면 정부가 입국금지시켜서 경제 쑥대밭됐다고 정부비난했을거다. 뭔놈의 언론이 정부의 선택지를 넓혀주는게아니라 좁히는데 앞장선다.
가뜩이나 정부를 못믿겠는데, 옆나라의 흉흉한 소식은 계속 들려오고, 그럼 정부를 더 못믿는다.
http://country.eiu.com/article.aspx?articleid=609020044&Country=China&topic=Economy
어쨌든 정리하면 중국 유학생 차단은 중국인을 차별한다 어쩐다 그런 PC스런 문제가 아니었다. '경제 혹은 중국 눈치보느라 사건을 고의적으로 격하시키고 대응을 미적거린다'는 정부불신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서, 중국인 입국 차단이라는 강수를 두기 싫었을 때 최소한 "왜 이것'조차' 안하는거야?"로 코너에 몰리지않으려면 고를 수 밖에 없던 선택지였다는 것. 이것조차 안하다 진짜 친중정부나 식물정부으로 완전히 찍히면 끝장나는 거였다.
그리고 차단정책을 쓰지않고 있다가 전면확대되었을 때 없던 반중감정도 생긴다는 건 두말하면 입아프다. 사실 이번 사건도 신천지 측으로 이목이 쏠려서 그렇지, 그거 없었으면 고스란히 조선족, 중국인 혐오로 터져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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