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젠 미래통합당의 시간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소극적으로 검찰 조사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해찬 당 대표가 '옛다'하면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중에 몇개 정도 던져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임위원장 그까짓거 너네 민주당 다 가지라고 하는 것. 그러니까 "지금 민주당 너희들이 공천한 비례대표의원 중에 도저히 같이 일 못하겠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사람들이 국회를 떠난 뒤엔 상임위원장 18개 자리 민주당이 다 가져도 된다"고 OK해버리는 길이다. 만약 추진된다면 대상은 이번 정의연 논란 의혹 당사자, 의혹당사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비례대표 당선자(있는경우 한함), 그리고 이미 민주당에서 제명당했던 비례대표 당선자 이렇게 2~3명이다.
https://www.yna.co.kr/view/MYH20200525015700704
이미 한참전부터 야권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가 언급되고, 심지어 개원협상카드로 국정조사가 쓰인다는 예측까지 등장하였다. 일반적으론 이게 보통인데 민주당 지도부가 워낙 강경하게 나서는지라 미래통합당이 국정조사 카드를 내밀기도 뻘쭘해졌다.
사실 21대 국회 임기시작일을 앞둔 이 시점에 중요했던 건 당사자가 기자회견을 하느냐마느냐가 아니었다. 일단 이용수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에서 1차 때 내용을 철회하느냐 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이용수 할머니 1차 기자회견과 2차 기자회견 사이에 당선자를 안아줬다는 보도가 나갔을 때 공세가 크게 흔들렸지만 최종적으로 2차 기자회견 때 번복은 일어나지않았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건 민주당이 당사자의 결백함을 보증해줄 수 있느냐없느냐였다.
사퇴 혹은 계좌공개급 내용이 아니라면, 의혹 당사자의 기자회견은 현재 여론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시민단체 회계에 신뢰를 내비친 적이 없었다. 그저 - 활동가들도 물만 먹고 살수는 없을거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다보면 떳떳하게 기재할 수 없는 내역도 있을 수 있는거고, 단체들끼리도 돕는답시고 돈도 오갔을거고, 그냥저냥 눈 감아줬다 - 이게 기본값이다. 그러니까 이 건은 처음부터 죄가 있다/없다 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미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거고, 단지 중하냐 가볍냐였고 결백 주장하고 벗어나는 건 힘들다. 하다못해 UCLA 유학문제라도 완전히 해결봤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가해자라고 지목받은 입장에선 유죄라고 낙인찍었다고 억울할만도 한데,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정의연을 비롯한 여성단체 입장에선 할 말 없을거다. 여성계가 죽어라 주장한 '피해자 중심주의'가 바로 이런 거였으니까. 단지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성폭력피해자가 아니라 위안부 피해할머니와 납세자와 기부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결백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해자가 아닌 정의연과 당선자에게 있다.
결과적으로 이용수 할머니의 번복과 민주당 차원의 보증 둘 다 없었기때문에, 미래통합당에겐 국회의원 사퇴요구를 다이렉트로 추진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열렸다. 국정조사는, 현 미래통합당이 스스로 꺼낼만한 제안이 아니다. 국정조사는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 입에서 '나오게 해야할' 말이다. 이게 왜 그러냐면, 이용수 할머니가 1차 기자회견이 한 게 5월 7일이었으니까 기자회견을 한지 벌써 20일넘게 지났는데 그 긴 기간동안 양 정당의 입장은 '관망'이었기때문이다.
정파싸움이 아니라 가해자-피해자 구도에서 중립기어박고 있는 건 중립으로 간주되지않는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정조사얘기를 이제꺼내도 여태까지 뭐했냐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판에, 미래통합당이 국정조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20일 넘게 뭐하다가 이제와서 조사냐는 욕을 민주당과 같이 같이 먹겠다는 게 된다.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0052401561
물론 사건이 꽤 컸기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공식적으로 뒤로는 기초적인 조사를 다 마쳤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긴하다. 공식적으로 나서지 못한거야 더불어민주당은 의혹 당사자를 공천한게 자기들이니까, 미래통합당은 섣불리 건드렸다가 정파싸움으로 보일까봐 상대적으로 조용히 있었다고보는게 타당하다. 이용수 할머니와 어론이 제기한 의혹이 어느정도 사실이고 어느정도 거짓인지, 그리고 이 사건을 어디까지 끌고가야하는 지 계산이 섰겠지.
그러나 어쨌든 공식적으론 손 놓고 있었던게 맞고, 그렇기때문에 미래통합당의 선택지가 국회의원 사퇴딜까지 넓어진거다. 이건 강행됐을 때 그 대상이 죄다 비례대표이기때문이기도하다. 왜냐하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자리는 사퇴가 이루어지더라도 민주당 의석수가 줄진 않는다. 되려 늘어난다. 정당에 제명당한 무소속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는 경우, 그 자리는 공석이 아니라, 선거 당시 소속정당 다음순위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이 사람들을 국회에서 직접적으로 축출할 권한은 없다. 그러거나말거나 그 사람들을 국회에 불러들인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고, 수사기관들을 아래에 둔 '집권여당'이기때문에 논란이 된 문제들이 명명백백히 깨끗하다면모를까 아예 불가능하진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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