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첫 인상에서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뭔가 분양사무소 설명회 아저씨같은 느낌이라 그림은 꽤 재미있었다. 유튜브 채팅창이야 성향마다 다른거고. 2번째 웃겼던 건 기자들이 윤 당선인 입장에서 예민할만한, 예컨데 교통체증같은 문제를 건들 때 친 국민의힘 유튜브 채팅창에서 야유가 쏟아졌다는 것.
사실 기자 질문 중 도움이 되는 게 별로 없었다. 굳이 꼽자면 시간이 촉박한데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대통령과 어느 정도까지 협의가 되었느냐 이정도? 그런데 문재인-윤석열 회동조차 깨진 마당에 협의가 잘 되었을리가.
그 외엔 전반적으로 좀 뻔한 질문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용산 추가 규제같은 경우. 이와 관련해선 이미 추가제한은 없다는 답변을 관계자가 했었다. 다만 여기엔 한가지 함정이 있는데, 재건축 재개발로 돈을 왕창 벌려는 용산주민들은 규제'완화'를 원해서 표를 줬을 것이지, 규제'유지'를 위해 표를 주진 않았을 거란 사실이다.
그리고 세종 집무실 질문이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세종 집무실이 왜 용산 집무실 건과 묶이냐면, 세종 집무실에서 격주로 국무회의하겠다고 공약했었기때문이다. 즉, 집무실이 둘로 쪼개지는 마당에 2번씩이나 큰 돈 들여가며 옮겨야하나가 문제되고, 그러한 여론이 진해지면 세종집무실이 축소될 개연성도 꽤 있다. 단순하게 예산많이든다고 반대하는 건 현 민주당 비대위 수준이니까 그런거고...
그렇지만 질문하기 전 신원을 자세히 들어보면 중앙일간지, 경제지 기자들이다. 지방지 기자들은 있었나? 중앙 언론사 간부들 집이 어딨는 지는 뻔하고, 그러면 세종vs용산의 가능성을 닫고 용산vs광화문 정도나 나올 수 밖에 없겠다. '서울공화국'이란 단어는 언론지형도 기울어져있다는 뜻을 포함한다. 어쨌든 그런 단순한 구도였기때문에 윤 당선인은 광화문, 장소가 중점이 아니라 현 청와대에서 나와 국민들께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가볍게 회피할 수 있었다.
교통체증, 예산문제, 일정문제, 다 나왔던 내용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이라고 모르고 밀어붙였을 리가 없다. 그 이상으로 약속지키는 대통령, 화끈한 대통령, 직선적인 대통령 이미지 얻는 건 큰 이득이다. 지금은 여소야대이기때문이다. 국회와의 줄다리기를 앞두고 있다.
질질 시간이나 끄는 고리타분한 기성 정치인들, 국회의원들과 다르게 밀어붙일 수 있는 대통령. 행동력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내일 한전 5월 전기요금 동결 공약과 여가부 폐지공약, 정부출범 후 소상공인 1000만원 지원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용산이전이 공약파기를 위한 연막일 가능성도 0은 아니지만, 일단 공약은 지킨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고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에게 매우 큰 자산이다.
마치 노무현처럼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현 비대위가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을 어디까지 강탈당할 지 참 궁금하다. 이번에도 역시나 예산, 안보로 대놓고 정면반대만하다 혼쭐났다. 당선 직전이라 컨디션 최고조인 상대방의 칼날을 세종집무실로 빗겨받지않고 마주받았다.
기자회견 끝나고도 민주당 대변인은 '졸속 추진'만 운운할 뿐이다. '일방통행'은 윤 당선인에 대한 극찬인걸까? 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화끈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민주당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졸렬'하고 고리타분한 기성정치인들 이미지나 안씌워지면 다행이겠다. 괜히 세종꺼냈다가 서울표 잃을까봐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게 맞다면 윤석열을 고른 충청유권자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던 같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겠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러한 시나리오가 문재인 대통령 의중엔 있었을지도? 이재명이 이기든 윤석열이 이기든 나름 준비는 당연히 했겠지만서도.... 이준석 당대표가 안철수 후보를 두고 손바닥 위에 있다는 사진을 올렸을 때, 그 손바닥의 주인은 이준석 당대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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