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 화성시(을)에서 역전이 나온 이유에는 여러 해석이 있다. 동탄 맘카페에 올라온 아파트 별 맞춤 공약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보수언론의 집중 공세와 이준석 부모 유세 이 두가지였다.
먼저 보수 언론의 집중 공세가 있었다. 이 중 제일 큰 건이 '엔진 결함 은폐 주도' 건이다. 세타2 GDi엔진 이야기인데, 아래 표를 보면 알겠지만 불티나게 팔린 '국민차' 라인업들이 죄다 여기 포함된다. 또한 세타2 GDi는 아니어서 표에는 없지만, 동시기 아반떼 계열 GDI엔진들의 키로수가 10만 단위를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결함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내수 차별 의혹 / 자율주행 등 수입차를 견제하기 위한 로비 의혹 / 연이은 가격 인상 / 해외 수출을 명분으로 독점이 용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당 명분을 뒷받침할만한 라인업이 부실(유럽형 5미터 ~ 6미터급 LCV 등)하는 등 현기자동차그룹의 안좋은 이미지가 한꺼번에 폭발하였다.
물론 선거가 끝났으니 TV에서 현대차 결함 얘기는 쏙 들어가리라 생각한다. 조국을 쳐내는데 성공하자 정시 확대 이야기가 지면에서 사라지고, 대장동이 이재명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데이는 사람이 많아지자 법카 의혹으로 뒤바꾸어버렸듯이 말이다.
결국 '누군가를 당선시킬 수는 없어도 누군가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는 언론의 위세를 증명하는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언론 권력을 사용하여 당선 시킨 것이 이준석이라는 사실이며, 이를 윤석열의 용산 청와대가 어찌 생각할 지는 모르겠다. 참고 넘어갈 수도 있고, 정말 화가 났다면 경고차원에서라도 현대기아차를 손봐줄거고.
윤석열 정부가 GDi 엔진 문제를 더 헤집을 여지가 있는 것은 GDi 엔진 문제는 안전 관련이라 정부가 철저히 감독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고, 엔진 리콜 vs 무상수리로 내수차별 논란이 크게 일어났던데다, 무엇보다 전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공천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지 국민의힘이 아니다.
그리고 이준석 부모의 지원 유세가 크게 작용하였다. 온라인 상에서 노년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효과가 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거 끝나고 오프라인 상에서조차 여러 사람들한테 같은 반응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준석 부모의 지원 유세는 정책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후보자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식 둔 부모들 동정심에 호소하는 유세였다.
근데 진실은, 어느 후보든 낙선하면 그 후보의 가족들은 다 슬프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말이다. 이준석한테 밀려 낙선한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의 가족이라고 안슬펐겠는가?
그럼에도 이준석 후보에게는 특별히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일단 앞서 말했듯 언론들의 지원 사격이 컸다. 평범한 후보같으면 부모가 동정심에 호소해도 특별히 생중계 안해준다. 그리고 낙선을 1번도 아니고 3번이나 했던 건 사실이니 남들 보기에 혀를 찰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장 크게 작용한 건 대비효과였다. 화성시(을)에서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었던 건 한정민 후보가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골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었다. 특히 60대 이상 노년층. 보수언론들이 집중포화로 공영운 후보의 득표율을 깎는다 하더라도, 이 골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끝까지 이준석 후보에게 표를 안주면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근데 이들에게 이준석이라는 인물의 이미지는 '싸가지없는 젊은놈'이었다.
이준석 의원도 내년이면 마흔 살이라서 젊다고 볼 수 있나 의문이지만 어쨋든 30대 후반이라하더라도 남들 같으면 직장다니면서 결혼하고 자식 키울 나이다. 근데 정치인가 뭔가 하겠다고 고집부리고 부모는 동정심에 호소한다. 이 구도에서 '싸가지 없음'은 '철없음'으로 바뀐다. 이준석이라는 인물의 이미지가 싸가지가 없을 수록, 철이 많이 없는 것으로 바뀐다.
평범한 보수 노년층 유권자가 철없는 자식놈 때문에 속 썩는 부모에 날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다면 그건 패드립인데, 그게 가능한 건 페미니즘에 쩔어있는 사람들 정도일거다.
그렇게 이준석은 당선이 되었고, 당선 다음날 대담에서 '권력분산 개헌 가능성'이 언급되었다. 국면이 레임덕을 넘어 탄핵정국으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야권 200석이 저지되었다고 한숨을 내쉬지만, 그렇게 안도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진짜로 탄핵당한단 얘기는 아니다. 노무현 탄핵 사건이 어느 수준의 역풍으로 되돌아왔는가 기억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사실 상 탄핵'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자, 더불어민주당이 친명 vs 비명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 주류 세력은 친이지명계이니 비이재명계가 낼 수 있는 목소리 크기에는 한계가 그어지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당 외부에 조국 혁신당 의석이 12석이나 된다. 그리고 조국 혁신당 배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고 봐야한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외관상으로는 108석이긴하다. 그런데 출구조사가 여럿 뒤집히면서 비윤, 새보계 쪽이 제법 생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거기다 인물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해 친윤이 많이 당선되지못했다. 국민의힘 쪽에서 다선 중진들이 많이 당선되었다는 얘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계 진출하기 이전부터 직업 정치인들이었던 사람들이 주류라는 소리와 같다. 그들은 윤석열의 협력자 일 수는 있을 지언정, 윤석열 사람들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각제는 보수언론들의 오랜 소망이기도 했다. 그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신념? 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대통령 권력이 쪼개져야 언론의 권력이 강해지는 것도 있겠다.
내각제 개헌, 또는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분권형 개헌에 필요한 모든 배경이 갖춰졌다. 그리고 당분간은 국민의힘 쪽으로 포스팅이 기울어질지도 모르겠다. 말이 내각제지, 한국형 내각제는 헬조선식 내각제가 되어 간선제에 가깝게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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