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좋아라했을 것이다.
선거에 훈풍 분다고.
그런데 대폭 반등했던 지지율이 그 이상으로 추락하고 있다.
의대정원확대라는 첫 단추는 잘 꿰었지만, 이후 대처방향이 엉망진창이었기때문이다.
사실 처음도 아닌게,
윤석열 청와대와 국민의힘 정부는 임기내내
어떤 명분을 내세웠을 때 명분과 행동을 연결짓는데 정말 끊임없이 실수해왔다.
어쩌면 실수가 아니라 명분을 이용해먹고 버리는 데 익숙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 의대정원확대의 명분은 두 곳에서 뿜어나오고 있었다.
하나는 '지역별 필수 의료 대책'이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는 나날이 확대되가던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산대병원 헬기런 사태까지 있었으니 굉장히 강력한 명분이었던 건 맞다.
하지만 이건 보조적인 명분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수혜 대상자인 지방 거주민들부터가 서울 의료시스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이재명 대표의 부산대병원 헬기런 사태가 생각보다 빠르게 가라앉은 원인이기도 한데,
지방 거주민 스스로가 지방 의사들보다 서울 의사들 실력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지방 대학 병원에 비해 서울 대학 병원들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지방거점대학병원에 들어온 중증환자가 서울가서 진료받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잦다.
이게 괜히 그런게 아니다.
어느 분야가 되었든 실력이 좋을 수록 서울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이고,
의료시설 확충에도 돈이 많이 드는데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 서울이다.
지방 중증 환자와 가족들부터가
지방 거점 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받는 것 보단
서울로 상경하여 치료받는 것을 희망한다.
이들의 관심사는
지방 대학 병원들의 의료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치료기간 동안의 통원 비용,
장기 입원 시 환자 가족들이 머물 곳과 비용,
서울병원들의 병상 숫자 확대 같은 것 들이다.
거대 언론사들도, 청와대도 서울에 모여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심리에 대해서 굉장히 무능한 모습을 보여왔다.
가슴으로 공감이 안되면 머리로 이해하게 지능들이라도 좋던가...
물론 상대적으로 보조적 위치에 있을 뿐
의대정원확대 정책을 뒷받침하는 두 축 중 하나인 건 맞다.
그리고 입원이나 통원치료를 받는 중증환자가 아니라
시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인 경우 거리가 매우 중요하긴 하기때문에
지방 필수 의료는 몰라도, 지방 응급 의료 체계는 굉장히 중요한 명분이다.
때문에 서울 대학 정원은 놔두고 지방 대학 정원만 늘렸을 때 유의미한 여론 반응이 있었다.
다만 지방 거주 환자 및 가족들의 심리를 모르는 게 아니라,
지방필수의료 확대라는 명분 자체가 정부와 보수 언론들의 속임수라는 의견도 있다.
의사증원, 특히 전공의 증원이 필요한 것은 지방의료체계를 늘리기위해서가 아니라,
수도권의 분원 병상을 늘리기위해 전공의가 더 필요해서 의대정원확대를 고집한다는 이야기.
어쨌든 이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지방필수의료 확대라는 명분이 거짓말이라는 게 맞다하더라도
환자 및 가족들은 서울 진료를 원하는 게 사실이니
선의의 거짓말인 셈치고 넘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 명분은
미용GP문제였다.
보수언론들은
피안성정재영(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등
일부 인기과의 일반의들이 전문의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이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들이 부족한 상황과 대조시켰다.
당연히 여론은 격앙된 반응을 내놓으며 의대정원확대에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그렇게 명분을 빌드업해놓고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시라.
전공의들이 차라리 일반의로 먹고 살아가겠다고 이탈하고 있다.
의대정원확대 정책의 효과가
정부와 보수언론들 주장대로 필수의료가 빵빵해지는 게 맞다면,
지금 전공의들이 전문의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살아가겠다고 나가는
현 상황이 앞뒤가 맞는 것인가?
2024년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이 발발했을 때
청와대와 국민의힘이 했어야했던 행동은 간단했다.
독립진료권 부여 문제든, 닥터론 판매중단 이든,
(이미 개업한 의사들 포함)일반의들에게 강력한 페널티를 시사하고
제도개편으로 인해 전문의의 이점과 위상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했다.
일반의 / 전문의를 갈라놓고 대학병원과 교수들에게 솔깃한 구도가 만들어진다음에야,
수련의 ~ 전공의에 대한 의사면허정지 카드를 꺼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국민의힘은
이 중간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의사면허정지 카드를 운운했다.
수련의 ~ 전공의들이 월 천만원 씩 버는 사람들이던가?
아닌데도 의사면허정지로 압박을 해대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폭압적인 인간들로 비춰지게 된 것이다.
안그래도 검사 이미지가 위압적인 쪽으로 형성되어있는 판국에 말이다.
강경대응이 방침일 순 있다.
그런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대응방식이 너무 이상하니까
의사협회와 짜고치는 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와 언론들은 거대 병원들이 의사를 싸게 쓰는 데만 관심있을 뿐
모든 명분이 다 뻥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지방필수의료 확충 뿐 아니라 인기과 쏠림 현상 해소도 거짓말이라는 건데...
대학병원 등 기피과 전공의가 필요한 거대 병원들이 전공의들을 싸게 쓸 수 있게하는 것도 원하지만
동시에 피부미용 등 인기과 전문 거대 병원들도 일반의들을 싸게 쓰게 만들어야되므로
일반의의 인기과 쪽 권한을 축소시킬 수 없게 되어 스텝이 꼬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되시겠다.
하긴 청와대와 언론들이 멍청해서 지금과 같이 움직인다는 것보단 훨씬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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