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기자회견으로 정국은 질서있는 퇴진론 vs 하야는 헌정파괴로 정리되었다
일단 문재인 기자회견부터 보자.

지난 토요일의 민심을 반영해 퇴진운동 이야기하게 됐다고 하는데 어제(월요일) 말하지 않고 영수회담이 어그러지고 난 후 오늘 이야기를 꺼낸 건 앞뒤가 바뀐 것 아닌가?
응답 : 저는 지금까지 당의 입장과 함께 해왔다. 토요일 전국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거의 모든 국민들이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원한다는 게 증명됐다. 남은 것은 대통령 대답이었다. 어제가 월요일이니 대통령이 대답할 시기가 어제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의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아 퇴진운동 동참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침 어제 영수회담 번복을 겪으면서 우리 당의 당론도 자연스럽게 퇴진운동으로 된 것이다.
어느 기자분이 질문한건지 모르겠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제기했던 이면합의 의혹을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가장 예리한 질문이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자회견의 전체적인 내용은 모두의 예상대로 강경모드 선회였다. 어차피 이 시점에 기자회견 나와서 할 말은 그것 뿐이었다. 문제는 처음부터 강경노선 일변도였으면 상관없는데 왜 지금 이러냐는 것. 이 질문에 대한 대답하나로 [진실된 퇴진운동/강경모드 코스프레] 평가가 갈려버린다. 거기에 대해 나름 설득력있게 답변했다고 생각하는데 판단은 각자 알아서.

이 기자회견으로 퇴진운동의 결집력이 높아졌고 개헌논의도 틀어졌지만 청와대 입장에서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퇴진운동과 정면승부하는 게 측면이나 후방을 얻어맞는 것보다 낫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퇴진운동에 나선이상 이제 정의당, 국민의당에게 퇴진운동에 동참하는 것 외의 다른 길은 없다. 반대로 비박은 퇴진운동을 정면에서 막는 것 외의 다른 길이 막혔다. 보수 측 후보들의 지지율이 형편없어 퇴진운동에 밀려 하야를 선언하는 순간 정권은 넘어가므로, 적극적으로 집안정리에 힘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외부에서 거국 중립 내각을 요구하는 것이 청와대 입장에서는 더 껄끄러웠을거다. 비박이 대통령과 선을 긋기 위해 동조하면 내부에서부터 박살났을테니까. 문제는 대통령이 물러나면 물러나고 버티면 버텼지 국회도 그리 신뢰받는 존재는 아니었다는 것. 나쁘게 이야기하면 이 추운 날 시위는 국민들이 하고, 이득은 국민들이 대통령 다음으로 싫어하는 국회의원들이 빨대꽂고 가져가는 모양새였다. 거기다 거국중립내각은 비박/(구)친이계가 나몰라라 철판깔고 책임에서 도망가는 길이 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담화에서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빨대는 다 치워졌고, 이제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특히 적지만 아직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대통령에게 실망했지만 “어차피 1년 지나면 임기끝나는 데 뭐...”식으로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에게 성의를 보여야한다. 국민들이 좋아할만한 정책을 복잡한 정국이 퇴진운동 vs 하야거부로 정리된 지금 최대한 빨리 내놓아야 한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 15,773,128명 유권자의 믿음, 마지막남은 5% 지지자들의 믿음. 끝까지 돌려줄 자신이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퇴진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다.
참고
사진출처 - 문재인, 잠시 뒤 현 시국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참고기사 - [중앙일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자회견 질의응답 전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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