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3차 담화 이후 대통령 사퇴시한 밝혀야 vs 예정대로 탄핵 추진
법 절차라는 단어에 얽매이지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문구를 중심으로 지난 3차 대통령 담화를 풀어보고 다음날 나온 청와대 입장을 곁들이면, 개헌을 바라는 심정이 담겨있긴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개헌요구보다는 불명예 퇴진 회피가 더 적절하다. 따라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3차 담화를 박 대통령의 사실상 하야선언이라고 평가했던 것이 잘못된 말은 아니다.

탄핵이든 개헌이든 공식적으로는 청와대 손을 떠났다.
대통령의 모습은 답안지를 제출하고 홀가분해진 수험생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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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3차 담화가 철저하게 개헌 중심으로 읽히는 것은 국회 때문이다. 탄핵 소추안과 헌법개정안(개헌) 의결은 국회의 권한인데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바닥인 상태다. 당장 이번 탄핵 문제만 봐도, 야당은 한참을 미적거렸고 그 사이에 개헌에 대한 이해관계가 개입되었다. 3차 담화가 끝나자 개헌파 국회의원, 대권 잠룡들이 개헌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6개월 사이에 입장을 바꾼 국회의원들이 많다 - 기사링크
타임라인을 뒤로 돌려보면, 지금 내각제에 호의적인 국회 내 세력의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들 박근혜 대통령때문에 입장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걸 있는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수록 이해타산적 결정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유력 대선주자 계파가 아닌 국회의원들에게 승자독식을 피하고 과실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유혹은 너무나도 크다. 국회가 국민여론반영보다 자기잇속 챙기기를 우선시한다고 전제하면 대통령 3차 담화의 해석은 개헌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반년 전, 헌법 개정에 찬성의사를 밝힌 203명 중 135명이 대통령중임제를 지지했었다.
이원집정부제 35, 의원내각제 24, 현행유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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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3차 담화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은 온전히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물론 1차적으로는 왜 당장 하야하지 않느냐는 분노가 표출된 것이지만 2차적으로는 개헌 이해관계가 있는 세력들 사이에서 벌어진 언론플레이 충돌의 결과물이다. 국회가 제멋대로 자기잇속을 우선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경고다.

한국 만의 현상은 아니다
겉으로는 야 3당 모두 타협하지 않고 탄핵소추안을 2일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거야 공개적인 발언이고, 뒤로는 비박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어떤 거래가 오가고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공개적으로도 2일<->9일 탄핵표결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여당 비주류가 한발 물러섰다. 조기대선이 감당안된다면서 박대통령 4월 퇴진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청와대에서도 어떤 결정을 하든 여야 합의를 수용하겠다고 호응했다. 야당이 움직일 여지가 넓어지고 탄핵이 부결나도 후폭풍이 줄어들도록 여론을 달래고 있다.

있어도 있다고 말 못함 - 기사링크
모든 거래를 거부한 뒤 부결을 각오하고 탄핵을 강행하기엔 너무 늦었다. 4월말 사퇴요구 -> 청와대 무시 -> 9일 표결강행 했는데 부결이 나면 모든 정당 모든 계파들이 서로 자기들이 반대표 던진 거 아니라고 우길 것이다. 당연히 정치권은 대혼란. 이런 공격적인 선택을 야당이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정도 적극성이 있었다면 이미 탄핵발의는 되지 않았을까.

줄이 끊어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3차 담화를 전면적인 개헌요구가 아니라 탄핵회피로 해석했을 때 남는 의문은, 어차피 국회에 밀려 퇴진될 것을 각오했다면 청와대의 협상상대가 국회 밖에 없느냐는 거다. 얼마 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설득해 바로 하야시키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반기문 하야 설득 시나리오가 인터넷에 떠돌았다. 그런데, 그게 꼭 반기문 총장일 필요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