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2월 16일 ~ 17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심사라는 격전이 벌어졌고 최대 승부처에서 기적적으로 특검팀이 승리했다. 법리적 싸움은 몰라도, 그 시점에서 여론전은 크게 기울어졌다고 봐도 된다. 탄핵 기각파는 고영태 녹취공방으로 소규모 공방전을 시도했고 태극기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으나 큰 의미는 없다. 최순실과 기업총수가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그 윗급인 대통령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경유착 여론공세을 막아낼 수 없게 되었다.
엄밀히 말해 구속 = 유죄는 아니다. 그러나 거물급 인사에 대한 구속이 일어나면 여론은 무죄로 취급하지않는다. 어지간히 범죄사실에 대한 의심이 있지않는 한 거물급인사는 구속되지않는다는 믿음이 있기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속되었을 때 언론들이 어떻게 말했으며 여론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억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박 대통령 측은 큰 타격을 입었고 청와대 측은 부정했으나 이번 주엔 하야설까지 나돌았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22&aid=0000241596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박 대통령 측은 계속되는 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리고있었지만 2017년 2월 2주차에 이르러서는 공세종말점이 다가오면서 해볼만하다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었다. 국정조사 이후 대기업들은 유착관계가 아니라 최순실 또는 대통령에게 '뜯겼다'는 방패를 세우고 이슈 밖으로 사라졌다. 포커스는 정경유착이 아닌 문화예술계에 집중되었고 최순실게이트는 대통령 비리에서 측근비리로 격이 낮아졌다. 사익을 챙기지않았다고 박 대통령이 호소한 적이 있었기때문에 탄핵여론은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7년 2월 첫날 반기문 후보가 사퇴해버리면서 보수노년층이 지지하던 후보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탄핵기각지지자들과 박 대통령 측은 한껏 고무되었다. 박대통령 측에서도 달라진 기류를 감지했다고 했다. 기세를 타고 박근혜 대통령 측이 대선공약을 내놓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거기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다음 대선이냐고 의아할 수도 있을텐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조기 대선은 어디까지나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해야 성립된다. 촛불집회와 탄핵반대집회가 교차하는 걸보면 알겠지만 탄핵심판에서 국민여론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거다. 그렇다면 표를 직접 받지않고 여론조사명단에 없을 뿐 박 대통령은 이미 후보에는 올라와있는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당선되었을 때 박 대통령이 받는 것은 1년 임기만료겠지만말이다. 이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점이기도 하다. 더 말아먹어봐야(...) 1년이고,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1명이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후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1년 뒤를 노리는 역선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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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는 새 대통령을 선출하면 정치경제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선출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다 마찬가지였다. 이번 차기 대선 후보들도 단순히 차악으로 선택한 게 아니라 훌륭한 대통령이 될 거라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기각이 되었을 때 그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어떤 공약을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플러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거고 마이너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텐데 관용이든, 반격이든, 보복이든, 국민의견수렴이든, 포퓰리즘이든, 새로운 정책이든 아무것도 말하지않으니 기대값이 아예 없다. 입후보과정이 탄핵소추안 발의였고 그것을 떠민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여론이었다. 또한 박대통령 본인조차 사익을 추구하지않았다고했을 뿐 최순실 게이트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다른 대선주자에 비해서 스타트지점이 마이너스였던 셈인데, 탄핵기각 이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공약도 말하지 않는다. 이런 후보를 무엇을 보고 지지하고 나머지 1년을 맡겨야할까. 조기 대선을 하면 아무리 망해도 최소한 잠시나마 새시대가 열린다는 꿈이라도 꿀 수 있는데.
박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탄핵사유를 두고 "섞어찌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건 탄핵 찬반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탄핵 찬/반의사를 결정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며 다른 것이 추가적으로 섞여들어가면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다. 만약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전에 탄핵기각 이후 남은 임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제시했다면 이 부회장이 구속되었어도 탄핵여론에 작든 크든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탄핵기각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할 적기를 놓쳤다. 지금한다해도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