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시절 시작된 국가장학금를 두고 세대 간 평가가 엇갈린다. 시간선이 다르다보니 평가도 달라진다. 현 20대들에게 국가장학금제도는 이명박 정부의 업적이다. 어쨌든 지금 덕을 보고 있으니. 그런데 이명박 시절을 겪은 사람들한텐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반값등록금 해주기싫어서 버티다버티다 만들어진 게 국가장학금이었다.
선거운동 땐 반값등록금 실컷 써먹더니, 선거끝나자마자 여당 대변인이 TV에 나와서 다른 말을 했다. 자기들이 말한 반값등록금은 등록금을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출 등으로 부담을 절반으로 해주는 거 였다고. 그 광경은 이해관계자가 아니었던 사람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반값등록금문제가 커진 근본적인 원인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시기 노동개혁에 있었다. 종신고용제 시대가 끝나고 직장안정성이 흔들렸지만 흔들린만큼 임금이 오르진 않았다. 원청업체 일자리들이 자회사나 외주업체일자리로 격하되었고 그에 따라 대학졸업장의 가치도 같이 떨어졌다. 그에 비해 등록금은 떨어지지않았으니 비쌌던 건 사실이었다. 불간섭적인 신자유주의 이념을 사회에 보급했던 건 학계였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건 문제될 게 없었다.
하는 시늉이라도 하다가 절반은 무리더라도 일단 30%정돈 깎아주고 대학들 구조조정 들어가겠다 싶었더니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구조조정이 있긴했었다. 철저히 강자와 약자가 차별되었다. 그러면서 상위층 블루컬러들한테 귀족노조라고 욕했다. 당연히 전쟁이 났다. 대학생들은 조직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이전 10년 동안 대학교들은 운동권에서 계속 멀어져갔던지라 오랜시간동안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대판 난리 끝에 만들어진 국가장학금은 이명박 정부 이념과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서민들에겐 자유시장효과를 높이겠다고 경쟁과 유연화를 강조해놓고, 대학들한텐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주거나 경쟁을 격화시키는 게 아니라 국고보조금을 퍼주는 방향으로 가버린 것이다. 정부의 '선별'을 부정한 정부가, 권력 쪽에 유리한 '선별'을 선택하는 뒤통수를 쳐버렸다.
이명박 정부 시기 정책들이 거의 다 이랬다. 분명 시작은 정책도 명분도 좋았는데, 저항에 맞닥뜨렸을 때 피드백이 권력 편차에 따라 극심하게 나타났다. 또다른 예가 '영어 공용화'였다. 시작은 좋았다. 영어발음 교정한답시고 애 혀수술시키고 너도나도 유학보내던 시절이라 영어공용화는 분명 추진할만한 정책이 맞았다.
하지만 저항을 받아 영어몰입교육으로 깎였다. 그래도 정책후퇴를 질서있게 했다면 영어교육격차를 줄일려고 노력은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영어점수는 입시과목 중에서도 유독 부모 소득이나 재산에 영향을 많이받고 있었기때문이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영어공용화는 후퇴시켜놓고 명문대들이 영어로 수시입학시키는 건 후퇴시키지않았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조국 자녀가 입학한 글로벌어학전형이었다. 그러니 조국문제를 다루는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의 태도가 '조국 일가만 잘못했어요! 대학들은 아무잘못없어요!'가 될 수 밖에. 프레임에 딱 맞춰 움직인 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도 그래서 유착소리를 듣는거고.
이러한 세대 간 정보격차는 줄이면 된다. 시장자유주의의 '불간섭'이 보기엔 쉬워보이지만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정부기조라는 경험이 공유되면 된다. 정부가 권력의 유무앞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정보가 오가면 된다. 차라리 정부가 처음부터 간섭할 건 간섭하겠다고 말했으면 무장해제라도 안했을텐데, 괜히 양보했다가 손해봤다고 뒤통수맞아본 사람들이 자기이야기를 해주면 된다.
하지만 현재 20대들이 분노하고 있는 게 그런 유형의 문제뿐이던가? 이명박 정부 임기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까지 왔다. 처음부터 시장자율에 맡기겠다고는 안했으니 최소한 뒤통수는 안쳤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권력으로 차별받는 게 덜 열받을 뿐이지 열받는 게 없어지는 건 아니다. 여성단체때문에 의한 것이든, 고가부동산차익을 노리는 사람때문이든 피해보는 건 똑같다.
이걸두고 20대가 보수화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원래 20대는 자원배분이 권력싸움에 좌우될수록 손해보는 연령대다. 유권자는 나이를 먹어가며 사회에 자리잡고나면 성공의 상한선을 어느정도 스스로 가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리잡기 전의 유권자는 아직 젊기때문에 '복권 프리미엄'을 가진다. 자기 미래가 쪽박이 될수도 있지만 대박이 될 수도 있다. '친척 중에 고시생이 있다면 잘해줘야한다. 나중에 잘 될 수 있으니'라는 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들의 당첨확률은 권력에서 자유로운 게 최선이다. 왜냐하면 권력줄다리기해봐야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안되었으니 집단행동을 할만한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약하다.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린다. 대기업 강성노조와 청년 구직자집단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요즘 민주당 40대 vs 국민의힘 20대 구도가 여러번 언급되는데, 지금 40대도 20대 땐 투표 위처럼 했다. 보수진보를 떠나 자원배분이 탈권력적일수록 유리한 연령대다. 20년 전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현 40대들은, 탈권력적인 기조를 일관성이 있게 유지한다는 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으며, 그 높은 난이도를 한나라당과 이명박정부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등을 돌렸다.
오세훈 후보가 무상급식투표에서 승리했다면, 분명 현 20대들은 무상급식혜택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20대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을 이상하게 보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권력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는 점에서 20대가, 특히 여성계에 시달릴대로 시달린 20대 남성이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같게 바라보는 것이 특이한 현상인지? 당장 남성에 집중부과된 징병제만해도 여성계 권력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해도 할 말 없을텐데.
그래서 그들에게 국민의힘과 오세훈 후보는 최적의 선택지는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시기 일관성을 유지하지못한 부분을 전혀 보완해오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실패해 차별대우가 벌어졌다면, 흐름상 이 다음 20대의 행동은 권력차별이 들어올 여지를 차단하는 쪽이었어야 했다. 가령 병역의무를 성별차별없이 균등하게 부과하거나, 4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지급 방향으로 가는 것 등.
하지만 현실은 1아니면 2다. 기호1번 엿먹일라면 기호2번 찍는 방법만 남겨져있으니 그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걸 두고 20대들더러 경험치가 부족하다고 훈계하면 참 난감하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선거제도를 이렇게 좁디좁은 선택지에서만 찍게 만들어놓은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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