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 직전까지 박근혜 정권은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퍼먹는 정부였다. 당시 글을 쓰다가도 동정적으로 가게되었던 까닭은,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는 하는데 비난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기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문재인 정부가 그때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스노우볼의 시작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선별지급론부터였다. 선별지급론의 문제는 이행난이도가 높다는 데 있다. 돈을 못받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받는 사람조차도 불만이다. 돈을 많이받는 자영업자는 이까짓거 받아봐야 정부가 영업규제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짜증내고, 돈을 조금받는 사람은 왜 다른 업종이나 이웃은 많이 받는데 나는 이것밖에 안주느냐고 화내고, 돈을 못받는 사람은 누군 안힘드냐고 열받는다.
올 1월만하더라도 여론은 전국민 지급쪽으로 기울어져있었지만 그래도 예산에 한계가 있다는 설득이 간신히 먹힐 정도는 되서 조사에 따라 팽팽바뀌기도 했었다. 그러나 가덕도 특별법 통과라는 앞뒤안맞는 행동을 해버리고 LH투기라는 대형사건이 터졌다. 예산이 없다고 핑계대던 사람들이 부산 가덕도에 대규모 공항을 짓겠다고 난리를 쳐댔고 3기신도시와 GTX 토지수용과정에서 대규모 비리가 터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별을 고집하겠다는 건 도대체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일관성을 유지해준다는 신뢰도 없이 난이도 정책을 고집하면 쥐어터진다는 이전글(comtonic.tistory.com/6497)의 내용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도 해당된다.
그렇다고해서 예산이 많이 절약되느냐하면 그것도 의문이다. 당장 오늘만해도 국회가 추경예산에 농·어·임업인 지원금 내용이 들어간 데 이어 버스기사 택시기사 추가지급도 검토 중이다. 3기신도시와 GTX,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시공항. 취소는 어렵더라도 연기하는 성의조차보이지않고 있는데 돈없다고 선별지급하겠다는 주장이 먹힐 리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설득력은 관료로서의 양심이아니라 예산이 부족하다는 정치권의 일관성있는 태도에서 나온다.
따라서 LH투기가 터지고나서 문재인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했던 행동은 당장 선별을 포기하고 재난지원금을 전국민대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지않으면 돈은 돈대로 왕창쓰고 욕은 욕대로 먹을게 뻔했다. 선별하겠다고 더 버텨봐야 LH와 가덕도로 신뢰는 날아갔으니 각 계층은 불만을 표출할 것인데 선거까지 있다. 우린 왜 선별에서 빠지냐는 항의를 하나둘씩 들어주다보면 못받는 사람들 불만도 커지고, 종국에는 전국민지급하는게 더 싸게먹힌다까지 가게된다. 실제 19조원수준이던 추경예산은 1조 3천억이 추가되더니 이젠 23조가 넘었다.
선별지원금의 함정은 이제 시작이다. 가덕도와 LH투기가 터졌는데도 선별지급을 고집하는 건 곧 보유세 인하압박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국토보유세가 왜 기본소득제와 한세트로 묶여있을까? 부동산 보유세가 백날 집값상승의 저항선 역할을 해준들, 보유세 납부 대상자들의 권력이 크기때문에 머릿수로 대립시키지않으면 보유세를 올리기 힘들고 올린다한들 유지하기 어렵기때문이다. 홍남기 기재부장관은 6억미만이 95%라고 주장하지만, 그러거나말거나 언론 메인지면은 '보유세폭탄'이다. LH사태 이후 세수아끼자는 선별지급은 세수구멍의 도화선이기도하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관료적 양심에 따른다면, LH투기가 터지고나서 해야했던 행동은 부동산분석원을 찾는 게 아니라 가덕도신공항건설과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맞바꾸는 것이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자체 건설비도 건설비지만 도미노처럼 대구를 비롯한 타 지역의 공항건설요구로 이어지는 예타면제였다. 정치적으로도 가덕도 신공항은 값어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예전처럼 밀양공항이 크게 언급되는 상황도 아니고, 부산 시민들은 가덕도 신공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하나 현실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이 여론조사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박형준후보를 향해 엘시티공세가 열심히하고는 있고 그 효과가 없진않지만 한계가 뚜렷한 까닭은, 부동산 네거티브 공방이 오가면 오갈수록 가덕도 신공항 땅투기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의 공세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혹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자기쪽의 의혹을 줄이는 것인데, 그놈이 그놈전략으로 박형준 엘시티더러 투기니뭐니할수록 예산없다고 선별지급하면서 가덕도신공항 고집하는 게 두드러진다. 그러면 오거돈 일가를 비롯한 민주당측 사람들의 투기소득때문에 가덕도신공항을 고집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자동적으로 설득력이 늘어난다.
선별재난금 지원은 박영선 후보 쪽 타격도 만만찮다. 오늘 서울구청장 협의회차원에서 5천억원치 위기극복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의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만약 중앙정부의 방침이 어중간한 액수를 전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면 이 5천억원 결의는 전국민지급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보답받았겠지만, 중앙정부가 선별지급기조이기때문에 거기에 추가로 더 얹어지는 선별지급은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중앙정부의 선별지급을 지자체가 보완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게 예산규모에 차이가 있다. 그걸 박영선캠프가 어거지로 해서 매표행위라고 욕만 얻어먹은 것이 바로 10만원 위로금 공약이다.
지방토호들 비리저지른다는 반대에도 지방분권 고집부리더니, 정작 지방분권을 제대로 써먹지도 않는다. 지자체들은 중구난방으로 10만원씩 지급하고 있어서 주는지 안주는지 주목도 못받고, 중앙정부의 선별은 선별대로 욕퍼먹는다. 그렇게해서 돈이라도 많이 아껴지면 모르겠는데, LH사태는 나라에 돈이 없는게 도둑놈들이 많다는 확신만 심어주었다. 어쩔 수없이 하나 둘씩 불만받아주고, 그러다보면 못받는 사람들 불만은 더 커진다. LH투기를 대응하는 데 있어 유연성과 기민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물론, 3기신도시 GTX 가덕도신공항 대구신공항을 취소까진 아니더라도 연기하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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