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안에서 담배피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애들한테 하면, 무지막지하게 옛날인 줄 안다. 하지만 버스 내 금연이 시행되었던 건 1995년이다. 90년대까지만해도 음식점, 버스, 지하철, 심지어 병원(...)이나 학생들 있는 교실에서 교사가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그 정도로 흡연의 해악성을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금연구역만봐도 '담배가 나쁘니까 금연구역을 만들어놨겠지?' 연상할 수 있지만 그 금연구역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절 버스흡연이나 지하철흡연에 서민의 애환따위를 갖다붙이진않는다. 기껏해야 그땐 해로운 지 몰랐다고 멋쩍게 반응하는 정도.
90년대는 실내흡연과 비슷하게 음주운전에도 관대했던 시절이기도했다. 노동시간이 주 52시간따위 쌈싸먹을 정도로 길었고 노동강도가 훨씬 강했다. 서민노동자들은 중노동 스트레스를 폭음으로 풀었고, 국가는 도수 높은 값싼 술(소주)을 제공함으로서 술로 불만을 달래는 사회구조를 조장했다. 특히 폭음문화와 군대문화가 합쳐진 기업문화가 문제였다. 심지어 밤새 회식으로 술을 들이부어놓고, 아침에 정상출근을 못하면 모자한 사람취급하는 강압적 분위기가 있는 곳도 있었다.
1996년 [서울시 자가운전자의 음주운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504명 표본조사에서 음주운전을 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고작 45.6%로, 과반수가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답변을 했다. 치안력 부패도 한 몫했다. 조사대상자 13%가 음주운전이 적발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절반이 금품을 건네 음주단속을 모면한 적이 있다는 응답을 했었다. 이지경이었으니 음주운전이 적발되어도 인사사고만 내지않았으면 '실수'정도로 취급받는게 당시 사회적 분위기였고, 생계문제로 선처를 호소하면 온정주의가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주의해야할 건 나이많은 유권자가 '서민의 고뇌'나 '관대했던 사회적 분위기'같은 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음주운전 전과가 90년대 일어난 일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음주운전 적발은 2004년이었다. 물론 96년이나 2004년이나 지금 애들시각에서는 둘 다 '이런 인간들이 나이먹고 우리한테 훈계질하는 거냐'일 뿐이다. 실제로도 음주운전 사망자수는 90년대 00년대 모두 1000명 선을 넘나드는 정도로 일정하다. 음주교통사고 지표들이 본격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기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다.
어쨌든 90년대부터 00년대까지 내리이어온 관대한 사회적인식을 감안하더라도, 음주운전에 서민의 고뇌따위가 끼어들 공간은 없다. 그 시절 살기 팍팍했던 서민이라고 모두 음주운전을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96년 조사결과만봐도 과반수가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답변을 했어도, 적어도 40%이상은 음주운전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실내흡연과 달리 음주운전은 무식했던 시절이라 해악성 자체를 아예 잘 몰랐다고 두둔하는 게 불가능하다. 술기운이 남아있으면 운전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그시절이라고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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