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한 야밤 비상 계엄이 지나가고, 사태가 가라앉자 관련자 처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 본인은 이번 사태에서 사망자가 안나온 것에 대해 WWE해준 군인 장병들에게 감사해야할 것이다. 사망자가 1명이라도 나왔으면 내란죄 압박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간은 탄핵 표결을 향해 가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주장한 '종북 세력', '반국가 세력' 실체에 대해서 관련 근거를 하나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다 못해 국회 내에서 반국가 세력을 못찾을 것 같았으면, 동덕여대 시위를 강력 진압해서 정황 증거라도 확보하면서 국회나 정치권으로 전선을 넓혀갔어야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시야는 매우 좁았다. 국회가 싫다고 해서 꼭 싸움을 국회 내에서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하긴 그정도 센스가 있는 사람이면, 이준석은 싸가지없어서 내친다하더라도, 임기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양대 지지층인 충청권과 반페미 유권자들을 내다버리는 선택을 하진 않았을 거다.
어쨌든 민주당 주도의 탄핵 표결은 토요일로 잡혔고, 탄핵 표결 외에 탄핵 표결에 찬성하니마니, 2선 후퇴 거국내각를 해달라느니 정치인들의 여러 언급들이 교차하고 있다. 이럴 때 윤석열 대통령이 무얼 선택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어떤 사태가 벌어지고 그에 관해 정치인이 정치적 선택을 반드시 해야할 때, 안철수 반대로 하면 그게 거의 맞는 선택지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의 선택지는 '표결 전까지 퇴진 계획 안 밝히면 탄핵 찬성'.
이번에도 안철수 의원이 틀렸다고? 모두가 이번 탄핵 표결은 더불어 민주당의 꽃놀이패라고 하는데? 국민의 힘이 탄핵 표결 반대하면 내란죄 동조로 몰아세울 거고, 표결 찬성하면 정권 교체라고. ...과연 그럴까? 민주당의 꽃놀이패 이면에는, 현재 더불어 민주당이 이재명 독주 상태라는 그림자가 있다. 당장 계엄 사태가 심각해서 안보일 뿐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찬성 or 반대 양자택일 선택지 사이에 우회로 하나 끼워넣으면 '윤석열 몰아내기'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위한 탄핵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니까 퇴진 계획을 말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퇴진은 한동훈, 홍준표, 오세훈 국민의 힘 유력주자 그 누구도 원하는 선택지가 아니다. 이들은 직무집행정지 내지 2선 후퇴, 거국 내각이라는 미묘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고, 때문에 '지금 선거하면 이재명 이길 자신 없어서 저런다'라는 조롱을 듣고 있다.
우회로를 만든다면 2선 후퇴, 거국 내각이 유력하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말 고르기 싫은 선택지일 수도 있는데, 어차피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2선 후퇴, 거국 내각을 언급한다한들 대한민국 국회에 그걸 잘 받아먹을 능력이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은 국회가 내각 구성할 능력이 없고 맨날 딴지거는 능력만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긴급 비상 계엄까지 저지른 거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비상 계엄을 저지른 대통령이, 2선 후퇴 거국 내각 제안은 국회가 잘 받아먹을 거니까 얘기 꺼내기 싫다는 건 앞뒤가 안맞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2선 후퇴, 거국 내각 제안을 하더라도 탄핵 표결 찬성이 강행되면 의미없는 거 아니냐? 근데 그건 책임 총리로 국민의힘 내부 인물이나 대충 존재감 옅은 사람으로 제안했을 때 이야기다. 더불어 민주당 내부 인물이면서, 도덕적인 흠결이 있고, 그러면서 이재명과 맞설 정도의 존재감이 있는 사람.
이 필터링을 거치고나면 이 조건에 해당되는 사람이 딱 둘 있다. 바로 안희정과 김경수.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탄핵 표결 찬성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탄핵 정국을 돌파하고 싶다. 그렇다면 책임총리로 1순위 안희정, 2순위 김경수를 지명하는 조건으로 2선 후퇴 및 거국 내각 제안을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다면, 탄핵 대오를 크게 흔들 수 있다. 심지어 안희정 김경수 당사자들이 거절하더라도 말이다.
대국민 사과는 왜 필요하냐고? '정치인들끼리 강대강 대립하다가 욱해서 저질렀다 놀란 국민께 죄송'조차 못하는 건가? 아니 그럼, 야밤 그 추운날에 장병들 동원해서 욕먹게 만들고, 국민들 놀라게 만들고, 경제 발작하게 만든 게 죄송할 짓이 아니면 뭐냐.
그렇게까지해도 탄핵 표결 찬성으로 직무 정지가 될 수 있긴하다. 지지율 13% 사실상 식물 상태인 윤석열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1인 독주 체제를 유지하기위해 안희정, 김경수를 막기위해선 서둘러야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꽃놀이패를 뒤집는 것은 한동훈, 오세훈, 홍준표 등에게도 나쁜 이야기가 아니다.
남북한 분단이 길어지면서, 남북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통일 반대한다고 응답한 사람한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가져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응답해달라고하면 그것도 싫다고 한다.
자국 국회의사당에 T-80 전차를 몰고가서 포격한 '술고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권력을 차지한 사람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차르였고, 의회 정치의 질려했던 파울 폰 힌덴부르크의 권력을 가진 사람은 미술가 지망생이었던 보헤미안 상병이었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그의 권력을 가져갈 사람은 현재 어떤 이미지인가. 아직 윤석열 대통령의 행마는 죽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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