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질 거 같으니 대통령권한을 축소시키려는 것 같아 괘씸한 생각도 들지만,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꾸는 게 좋지않냐는 여론 분위기는 작년부터 깔려있었고 이번 개헌안은 19대 대통령부터가 아니라 20대 대통령부터 적용될 것이다. 이는 개헌파 국회의원들이 의원내각제를 포기하고 4년 중임제를 밀게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현 상황에서 의원내각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간 임기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의원내각제 개헌을 하면 19대 대통령 임기를 20대 국회 임기만료인 2020년에 맞춰 줄여야한다.
1987년 제9차 헌법개정안 국민투표장 모습
그런데 의원내각제 국민투표를 대선 때 해버리게 되면 대통령 직위의 임기, 권한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왜 개헌국민투표날짜와 대통령 선거일 달라야하는지 더 쉽게 예를 들면,제 6공화국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1987년 10월 27일이었고 대통령 선거는 1987년 12월 16일에 있었다. 만약 이 두 날짜가 같았다면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권한은 물론 대통령 임기가 7년이 될지, 5년이 될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했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선거 불복의 여지가 많이 남는다는 것이다. 패배한 측에서 대통령의 임기, 역할과 권한범위가 확실했다면 자신들이 승리했을 거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대선 전 개헌을 하고 바뀐 헌법대로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니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따라서 20대 대통령부터 적용되는 4년 중임제 개헌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20대 대통령선거는 2022년이고, 다음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이 된다. 국회의원 임기변동 이야기는 당연히 나온 적 없고 지난 달 양원제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나왔었지만 크게 주목받지못했으니 대통령 임기 4년/국회의원 임기 4년이 유력하다.
문제는, 지금 개헌논의 방향을 보면 단순히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는 데 끝나지않고 정치권력의 무게추를 대통령에서 국회 쪽으로 이동시키려하고 있는데 국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겨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것. 2014 정윤회게이트 때 19대 국회는 제 역할을 다 했나? 최순실게이트가 제대로 파헤쳐지게 된 것은 국민들이 20대 총선에서 야권에 대승리를 준 이후에나 가능했다.촛불집회가 일어나고 여론에 밀려 탄핵이 되었다는 것은 국회입장에서 전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회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다. 대중들에게 사과하고 권력 일부를 유권자들에게 반납해야할 처지에 놓인 것은 대통령만이 아니다.
또한 2016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일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그대로 국회에 있다. 국회의원들은 지금처럼 긴 임기를 보장받아야 할 당위성을 증명하긴 커녕 국민이 준 신뢰를 날려먹었다.그런 가운데 국회의원 권한을 늘리려하니 촛불시위의 과실을 국회의원들이 다 처먹으려든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국회의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싶다면 그들은 선거심판을 더 자주 받아야 한다. 국민발안, 국민소환제가 논의되고 있으나 개헌안에 포함될 지도 미지수고,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