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삽질은 유치원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점에서 문재인 후보는 아들 취업 의혹으로 점수를 계속 잃고 있었다. 만약 2~3일만 조용히 있었으면 뒤집힐만한 상황에 도달했다. 그런데 그새를 못참고 사립 유치원 논란을 터뜨려버린다. 보조금을 주는 방안은 언뜻 보기엔 합리적이지만 지금 한국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일을 민간에게 맡기는 행위에 대해 적대감이 높다.
안철수 후보는 MB아바타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불평하지만 유사한 정책을 내놓고 그런 말을 해봐야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최소한 도덕적해이가 터졌을 때 어떤 방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야기 했어야했다. 예컨대, 보조금을 지급한 사립유치원에서 회계사고가 터지면 그 자리에 대형 단립유치원을 박아버린다든가. 보복을 말해도 능글능글한 이미지 때문에 먹힐까말까한 판에 페널티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얼버무려놓고 덮어놓고 믿으라 해버렸다. MB아바타 프레임은 스스로 썼다.
연설이야 장소가 장소였으니 도덕적 해이 문제를 건너 뛰었다쳐도, 논란이 터진 뒤 대응이 정말 황당한 수준이었다. 통학거리가 길다? 안전관리가 힘들다? ...완전히 유권자들을 바보 취급했다. 그나마 세금 많이 든다는 해명은 들을만했지만 그마저도 타이밍이 늦었고 다른 변명들 때문에 묻혔다. 솔직하게 사립유치원들 재산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고 말하는 것만도 못했다.
유치원 논란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투표를 하도록 유혹했다. 안철수에게 유리했던 전장은 붕괴되었다. 남의 아들 취업 논란, 남의 부인 임용 논란, 남의 자식 용돈 논란은 멀고 유권자 당사자의 혜택은 가깝다.
http://www.timesfreepress.com/cartoons/2016/jul/27/voting-3rd-party/2636/
삽질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안철수 진영 입장에서 당장 잡아야할 타겟은 홍준표도 문재인도 싫은 사람들이었다. 안철수 유치원 발언 직전 여론조사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5자구도에서 심상정으로 갔던 표가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로 가니까 안철수로 몰려가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진영의 친문 vs 반문 프레임에 대응하는 맞프레임을 만들지 않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데만 정신을 팔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와 단일화하겠다는 입질을 계속 던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안철수에게 손해가 누적되고 있다. 물론 후보 당사자들은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홍준표 진영과의 컨택이 나는 것만으로도 안철수의 신선함은 빛을 잃는다. 친문반문이 필요하긴 할테지만 보수를 공격하며 우회적으로 이뤄져야지, 대놓고 문재인만 끌어내리려하면 친문반문만 강화된다. 안철수의 우클릭은 홍찍문으로도 충분하다.
안철수가 여기까지 올라온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40석가까이 차지한 이유는? 비례대표를 26%나 득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민주당-새누리당 양강구도를 지긋지긋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을 적폐세력으로 보는 정의당 지지자들, 자유한국당이 지긋지긋한 바른정당 지지자들, 사표심리 때문에 심상정, 유승민이 아닌 문재인과 홍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 그런데도 안철수 후보는 군소정당들 vs 거대 2정당 맞프레임을 사용하지 않는다. 말만 꺼내고 진짜로 단일화 할 필요는 없는데도 말이다. 정의당과 바른정당의 표가 적어보여서? 마지못해 홍-문으로 간 표는 이전에도 많았다. 친문반문 프레임 속 기존의 안보경제 좌우구도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만 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선거 토론 중에 마크롱을 언급하면서도, 정치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은 거의 나오질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보다도 뜸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어이없게도 민주당 탈당의원을 대선기간 중에 받았다.
http://www.seenews.co.kr/project/inforgraphic22/
개헌때문에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후보는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이건 각 후보들이 경제문제에 관해서 어이없을 정도로 느긋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데, 어쨌든 그 정의당은 그동안 선거제도때문에 가장 많은 손해를 받았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좀 낫지만 내년 지선과 21대 총선에서 어려운 싸움을 해야한다. 19대 대선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어차피 승자는 1명 뿐이다. 득표율을 많이받아 선전할 수는 있겠으나 그래봐야 대선에서 지고, 내년 지선과 21대 총선에서 의석 못 얻으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이전에 그때까지 이 세 정당이 존속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현재 안철수 후보는 19대 대선에서 2위나 차지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빛날 전장은 19대 대선이 아니다. 바로 내년 7회 지선과 2020년 21대 총선이다. 7회 지선과 21대 총선을 얼마나 19대 대선으로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홍찍문이 안찍문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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