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에 TIME지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 인터뷰에서 100년에 가까운 타임지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Young people in Korea today do not feel much affinity with the North. They are less in favor of reunification than the older generation. Do you feel that if you don’t get things right, reunification may never happen?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은 북한과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그들은 나이 든 세대와 비교해 통일에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만약 당신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통일이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는가. |
그 당시 문재인 후보의 답변은 원론적인 내용에 그쳤다.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덜 열정적인 것은 아니며, 단지 통일비용때문에 소극적인 것이라고. 보수진보를 떠나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통일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이 없다. 통일의식은 주입식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다. 그나마 요즘은 통일에 대한 부작용 정도는 더러 언급되는 편이다.
분단된 지 70년이 되었지만 통일반대론이나 영구분단론 이야기는 마이너로 취급받는다. 70년의 시간은 길다. 그토록 오래 갈라져있었음에도 왜 아직까지 통일을 추구해야하는지, 통일이 뭐라고 왜 남북이 아직까지 준전시 상태여야하는 건지, 통일에 회의적인 담론은 어째서 계속 마이너에 머물러있는지 의문을 갖기 충분한 시간 길이다. 그리고 타임지 기자는 그 점을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청년세대들이 나이 든 세대와 비교해 통일에 찬성하지않는 편이라는 말은 맞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하다. 2020년 11월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가 있었다. 초중고생들에게 단순하게 통일 필요성을 물었을 때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0%가 넘었었다. 이것만 보면 통일의식은 여전한 것 같다.
그런데 질문을 살짝 꼬아놓으면 답변이 완전히 달라졌다. "남북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라고 묻자 매우 동의한다 + 약간 동의한다가 54%였다. 잘 모르겠다가 10%였으니 긍정응답이 부정응답을 압도한 것이다.
원래 대한민국은 "통일을 어떤 방식으로 추구할 것인가"로 좌우보수진보 간 대립을 했지 "평화를 위해 통일이 필수적이다 아니다"로 다툰 적은 없다.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건 대북전단금지법 문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현재 대북전단을 적극적으로 날리는 집단은 크게 둘이다. 보수개신교계열과 탈북자단체. 개신교계열은 그렇다치고, 탈북자단체 쪽이 문제다. 남북통일을 당연히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시절이라면 선택지는 보내느냐 막느냐 둘 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통일에 회의적인 시각이 보편화되면 하나가 더 추가된다. "왜 저 외부인들때문에 우리끼리 싸워야하는 거지?"
그나마 지금이라면 그런 말이 나와봐야 접경지대 주민들이 싫어하든말든 대북전단만 던져놓고는 안전한 후방 집으로 돌아가는 '외부인'정도다. 하지만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면 그 '외부인'은 단순히 전방에 살지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으로 바뀐다.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은 군사적으로 대립중인 북한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사회가 이들을 경계하고 차별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법적으로는 자국민으로 간주한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남북통일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상과제로 여기지않고, 평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유연하게 버릴 수도 있는 개념으로 바뀌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북한사람들은 한민족이자 잠재적 자국민이었지만 개념이 바뀐 뒤엔 외국인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탈북자들을 내친다는 뜻이 아니다. 받긴 받는데, 북한이탈주민으로 자국민으로 대우하는 게 아니라 난민으로 취급된다는 거다. '외국인난민'들이 자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할게 뻔한데도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행동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 유권자들은 가만히 있을까? 물론 전방지역주민들의 양해를 얻고 날리면 된다. 그게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이다. 하지만 대북전단금지법은 그러한 동의를 얻지않고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속 날려댔기때문에 생겼다.
이번 미 하원 청문회를 두고 '내정간섭'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실제로 참전을 해줄 진 모르겠지만 자동참전조약까지 맺어져있다. 북한과 엮여있는 이슈라면 내정간섭이라고 딱 자르긴 어렵다.
문제는 미 하원이 한 쪽 말만 듣는다는 주장이다. 한국입장을 옹호하는 증인도 있긴 있던데... 그보다 중요한 건 통일반대론(영구분단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까? 지금이야 통일반대론을 성공적으로 억누르고는 있다. 특히 남북미 정상회담이 연속해서 열리는 시기에 철도무역이나 가스관같은 경제적 이득이 여론설득에 동원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갈 수 있을까? 여론을 설득하기위해 경제적 이득이 강조되어야했다는 것을 반대로 뒤집으면, 비즈니스적 논리가 필요할 정도로 이전 시대의 맹목적인 통일의식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남북경협, 개성공단 지지 세력이 물러나면 한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게 바뀐다? 정말 그렇게 될까? 통일을 해야된다는 생각을 통째로 내다버리면서 고립주의 성향으로 가는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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