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대표의 드라마틱한 승리때문에 2030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대통령선거 본선에 가까워질수록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2030열풍을 등에 업고 추석 전 골든크로스를 언급했지만, 결국 그런 건 없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2030 표에 한계가 있는 것은 이들이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기때문이다. 직고용/정규직 전환문제에서 '시험을 통한 공정'을 앞세워 얼버무렸지만, 결국 청년 일자리문제의 핵심은 구직과 구인 양쪽이 생각하는 '대우'가 맞지않기때문이다. 청년들은 눈 낮출만큼 낮췄다지만 고용하는 입장에선 그것조차 비싸다는 것.
물론 '이것보다 어떻게 눈을 더 낮추냐!'고 화내면서 수급조절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한다는 20대 남성들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진즉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구직시장의 저임금압력이 낮아지도록 현금을 쥐어주겠다는 후보가 나섰다면 흔들리기 더 쉬워진다.
코로나19 이후 바다건너 미국으로부터 돈을 더준다는데도 사람을 못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건너오고 있다. 그 원인으로 실직자 지원금을 지목하며 퍼주기가 게으름을 초래한다는 식으로 보도된다. 글쎄다. 한국 청년유권자들이 '퍼주기하면 안되겠네!' 이럴까, 아니면 미국의 구인난을 부러워할까? 586세대들더러 낮은 경쟁률로 꿀빨았다면서 화내는 20대들이?
예를 들어 어느 대통령 후보가 실업자가 많으니 월급을 깎거나, 고용과 해고를 유연화시키자고 공약했다치자. 그것을 실행에 옮기면 분명 일자리가 늘어나긴 할 것이다. 문제는 유권자 당사자들이 이걸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것.
'돈 더주고 쉽게 자를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할 수도 있는데, 그럴거면 거창하게 구조조정같은 공약은 필요 없다. 그냥 구인을 하는 쪽에서, 구직자가 만족할 정도로 돈을 많이 주는 계약직으로 채용하면 그만이다. 돈을 덜 주고 쉽게잘라도 사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부 규제때문에 못하니까 정치문제가 된거다.
예전엔 담보없이 표를 꿔오는 방식도 통했었다. '일단 유연화시키면 당장은 임금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져 힘들어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경제가 활발해지고 임금도 상승해 일자리가 불안정해진만큼 월급이 오를거다'...라는 주장이 먹혔던 시대.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회초년생'으로 겪었던 지금의 40대들한테 물어보면 된다. 사실 물어볼 것도 없는 게 지금의 20대들은 이전의 20대들보다 가진 정보량이 훨씬많다. 그리고 관행같은 암묵적인 것보다 정확하게 명시되는 것을 선호한다. 그 시절 주장을 지금 20대들에게 하려면 '담보'를 두둑히 잡아놔야 한다.
대표적인 게 반값등록금(국가장학금)문제다. 국가장학금이 이명박 업적이라는 주장만 들으면, 당시 정부가 얌전히 베풀어 준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론 전쟁통의 결과물이었다. 군사정권 붕괴 이후 태생이어서 운동권과 거리가 멀었던 당시 순박한 대학생들은, 시위 노하우따위 가지고 있지않았다. 결국 자신들의 의견을 선거이외의 방법으로 표출하기위해선 운동권 한대련과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소리지르고 진상부리지않으면 말안들어주던 사례가 떡하니 남아있다..따라서 지금 그와같은 공약을 내세우려면 따로 보증이 필요하다. 과거엔 공약만으로 충분했을지몰라도, 지금은 반값등록금 공약 -> 파기논란 -> 약속 왜 안지키냐고 드러누움 -> 국가장학금제도 신설이었다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국민의힘 정치인 입장에선 굉장히 '까다롭다'. 더불어민주당이야 그 담보를 기본소득으로 잡아놓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안에서 복지제도를 담보로 설정하려면 극심한 내부반발에 직면해야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좌경화'되었었다고 지금도 공격받는 걸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2030표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유권자 숫자 비중도 작은 편인데 그마저도 여성/남성으로 찢어져있다.
이러다보니 윤석열 극성지지자측에서 20대 홍준표 지지자들을 놀려먹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실제로 한국의 20대유권자들 중 그나마 집단행동을 보여준 건 페미니즘 정도. 제도적으로 양당제가 반강제되는 한국정치판 속에서 20대들에게 놓인 선택지는 한국식 페미니즘에 적극 동조하거나, 페미니즘 부작용에 눈을 감고 담보를 챙기거나, 아니면 기성보수언론들로부터 '극우'소리를 듣거나. 선택은 어느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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